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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다양인, 해고당하다

나의 취업 이야기-1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4-27 10:25:29
지난 1월 학자금 대출을 갚고 단체의 운영비를 벌기 위해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워크넷으로 한 회사를 알선받고 면접을 보게 되었다. 중소기업의 사무직 자리였다.

대표가 단체 대표, 코딩 경험 등이 적힌 이력서를 보더니 내게 진정성을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후 술 이야기와 회식, 성비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고 나는 면접의 느낌이 썩 좋지 않음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면접 합격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첫 취업이라 들떴고, 오랜만에 머리를 하고 마트에서 사무용품을 잔뜩 샀다. 2월이 첫 출근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놀았다.

첫 출근날, 나는 파이팅 넘치는 목소리로 인사를 했고, 오리엔테이션의 내용을 열심히 받아적었다. 사수와 상사들도 나를 괜찮게 보고 있다고 믿었다. 출근을 해서 업무를 보고 점심을 먹으러 가고 다시 일하고 그러다 퇴근하는 루틴이 좋았다. 뭐든 신나고 재밌을 시기였다.

그로부터 만 2주도 채 되지 않아, 나는 구두로 수습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 이유는 내가 전화 응대를 잘하지 못하고 조직과 융화되지 못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정말 화가 나고 당황해서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고, 부장은 더 못되고 모멸적인 말을 했다.

회사를 나오고 멍하니 버스를 탔다. 언니에게 전화하니 나오라고 했다. 언니랑 단둘이서 얘기하면서 눈물을 터트렸다. 그러고 나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회사에 취직할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 언니는 작년에 준비하던 공무원 시험을 다시 준비하라고 했다. 지금까지 공부한 거 아깝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나 나는 희망이 없었다. 공무원은 수습(시보) 기간이 길기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내가 해고당한 이유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곱씹어봤다. 그리고 나는 내가 조현형 성격장애로 인해 사회성이 떨어져서 해고되었다고 믿게 되었다. 그 이유를 대보겠다.

첫 출근 전날, 인터넷으로 첫 출근 팁을 찾아보다가 해요체를 쓰면 안 된다는 글을 보았다. 그걸 본 나는 회사에서 다나까체를 사용했다. 상사들이 내게 말투가 어색하고, 그런 말투는 회사에서도 쓰지 않는다고 가르쳐주었다. 그러나 나는 말투가 몸에 배어버려 자꾸만 다나까체를 썼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 나는 매일매일 회사 사람들과 밥을 먹었다. 나는 밥 먹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먹는 속도를 잘 조절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내가 가장 빨리 먹고, 사수와 상사들이 식사를 끝마치기를 기다렸다.

면접 때 대표가 나에게 수습 기간은 상사에게 많이 질문하고, 많이 실수하면서 배우는 기간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진짜로 그렇게 해야 되는 줄 알고 실수를 했다. 다음은 내가 했던 실수들이다.

그 회사는 고객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왔다. 내가 고객의 전화를 받게 되었을 때, 작은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 고객에게 사과했다. 이것까지는 당연한 전개이다. 문제는 내가 “제가 일을 못해서 실수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것이었다. 직장 상사들이 이것을 듣고 그렇게까지 하지 말라고 했다. 명백한 경고였지만 덕담 정도로 알아들었다.

전화를 받을 때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고객의 신원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거나, 용건을 너무 빨리 말해 고객이 전화를 끊어버리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보다 못한 상사는 그날 있었던 일을 죄다 보고하라거나, 앞으로 걸려오는 전화는 자기들에게 넘기라고 했다. 나는 그걸 곧이곧대로 믿고 전화를 죄다 사수나 상사들에게 넘겼다.

퇴근할 때도 다른 직원들은 계약서상 근로시간을 한참 넘긴 8시에 퇴근했으나 나는 사수가 먼저 가라고 해서 6시에 퇴근한 것도 마음에 걸렸다.

내가 복기했던 실수들은 죄다 말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말을 언어 그대로 믿고, 어색하거나 지나친 표현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것들은 나의 신경다양성 특성에서 비롯된 것들이었다.

애초에 사기업 사무직 자체가 신경다양인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회사생활은 비장애인에게도 어렵다. 잦은 회식과 모호하거나 비상식적인 업무 지시가 끊임없이 생겨나는 곳이 기업이다. 승진하려면 사내정치를 익혀 이른바 ‘라인’을 잘 타야 한다.

회사는 작은 실수도 용납하려 하지 않으며, 신입사원의 질문을 귀찮아하기 때문에 업무를 눈치껏 빠르게 익혀야 한다. 결국 이러한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고 공무원이나 전문직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정글에 소수 정신장애인인 내가 들어갔으니 적응을 하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사회성이 없어서 상사들의 미움을 샀기 때문에 해고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때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해고당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후회와 자책이 밀려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안다. 내가 해고당한 것은 회사가 나의 정신장애를 이해하고 그에 맞춰 정당한 편의제공(합리적 조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잘못된 것은 신경다양인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사내문화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 회사가 나의 ‘적소(적합한 공간)’가 아니었을 뿐이었다. 그것을 깨닫고 나니 나는 자책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

다른 신경다양인 당사자들 역시 신경다양인 정체성을 숨기고 회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회사 사람들이 볼까봐 약을 몰래 먹고, 장애인 혐오적인 농담에 억지로 웃으며 대답한다. 우울함을 숨기고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회식 자리에서 따라주는 술을 거부하지 못하고 마신다. 그것이 우리 신경다양인의 현주소이다.

그래도 당사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각자에게 맞는 적소를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2개월 후 정신질환자를 위한 일자리에 채용돼 지금도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절망적이도 포기하지 말자. 취업을 준비 중인, 직장생활을 버티고 있는, 퇴사한 모든 신경다양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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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조미정 (applemint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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