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버스 확인방법. ⓒ서울시

요즘 장애인 이동권을 주제로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가 갈라치기 행태를 보여 나를 비롯한 장애인의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와중에 3년 전에 마련했던 휠체어 사용인 관련 서울시 저상버스 전화 예약제에 관련해, 한 지인이 페이스북에 언급했길래, 무슨 내용인가 들어가서 봤다. 내용은 이렇다.

휠체어 사용인이 버스 탑승 전, 정류소에서 버스 운수회사에 직접 전화 걸어, 탑승을 희망하는 버스를 미리 예약하는 저상버스 전화 예약제를 서울시에서 마련한단다. 이 예약제를 이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해당 정류소에서 네이버 지도앱이나 PC를 이용해 도착 예정버스 확인하고, 운행정보 클릭하고 각 버스회사 연락처 터치 시 버스회사의 상담원 전화 연결하면 상담원이 버스정보시스템 통해 실시간 버스 위치 확인하면서 해당 정류소에 도착 예정인 3대의 버스 운전자 단말기에 관련 정보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이용방법을 설명한다.

이러면 버스운전기사는 정류소에 휠체어 사용인이 있음을 확인하고 사용인의 안전한 탑승 및 도착지 하차를 지원한단다. 다만, 정확한 승차시간과 배차간격 예측을 위해 꼭 정류소 도착 후 전화 예약해야 하며, 출퇴근 시간과 심야 시간 제외한 모든 시간에 예약 가능하단다. 출퇴근 시간, 심야 시간엔 장애인콜택시 등 이용을 권장하는 내용이다.

저상버스 예약방법. ⓒ서울시

그런데 출퇴근 시간과 심야 시간 제외한 모든 시간에 예약가능하고, 이 시간대에는 장애인콜택시 등의 이용을 권장하는 부분에서 조금 불편한 감정이 생긴다. 왜냐면 장애인콜택시 등의 특별교통수단은 지자체가 운영하며, 지자체별로 운영범위, 운영하는 시·군, 예산지원 정도도 다른 등 지역별 보급편차가 심하며, 일부 지역은 민간위탁으로 돌리기에 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할 여지가 농후하다.

서울시만 해도, 장애인콜택시 수가 619대이고, 일반 택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라, 콜택시 탑승을 위한 대기시간이 적어도 1시간 이상은 소요되는 게 서울의 지금 현실이다. 2020년 서울시 장애인콜택시 만족도 조사에서도 최우선 개선항목을 ‘대기시간 단축’으로 꼽음은 이런 현실을 반증하기도 한다.

최근 교통약자법 개정으로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 의무화돼, 장애인콜택시 등의 특별교통수단을 도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계기가 돼 고무적이긴 하다. 하지만 이 교통수단 관련한 운영비 지원이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라 정부 예산 반영 없어도 어기지 않은 게 된다.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 개정으로 정부의 예산 증액 필요한 시점인 거다.

이런 상황이라면 장애인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 접근성이 좋지 않으니. 직장이 있거나 활발한 활동을 하는 휠체어 장애인의 경우엔 출근 시간이 늦는 등 죄송하다는 말을 여러 번 해야 할 정도가 되는 거다. 이런 게 없으려면 지하철이라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할텐데 이것도 휠체어 사용인에겐 편한 게 아니다.

지하철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의 단차 때문에 발이 빠지거나, 열차 안으로 튕겨져 나가는 사고를 경험한 휠체어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소송했다가 패소해 소송당한 상대방의 소송비용과 변호사 비용까지 부담하게 되는 일도 발생했다. 그렇게 가다 보니, 휠체어 사용인의 지하철 접근성은 떨어진다.

인도침하가 자주 발생하고 버스정류장 주변 차로와 인도 간의 단차가 존재하는 곳이 많은 등 보행환경도 사실 좋은 편이 아니다. 보행환경 좋지 않고, 지하철, 특별교통수단을 통해서 휠체어 사용인이 출근하기 힘들다면, 결국 저상버스라도 출퇴근 시간과 심야 시간 때 예약하는 거라도 이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

하지만 그것조차 되지 않는다니, 휠체어 사용인이 또 직장에 늦어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게 되지 않을까? 이게 계속되면 결국엔 휠체어 사용인에게 직장에 나가지 말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 서울시의 휠체어 사용인 저상버스 전화예약제는 한 마디로 장애인 이동권을 침해하고 장애인을 차별하는 일환인 거다.

저상버스 모습. ⓒ서울시

이런 예약제를 마련한 데는 출퇴근 시간의 경우 휠체어 사용인이 저상버스에 타면 비장애인 수 명이 내려야 하니, 비장애인들은 역차별이라고 하며 다수가 피해 보면 안 되기에 그랬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이런 생각 또한 차별이며,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대표되는 벤담 공리주의는 사회적 소수인의 권리를 앗아간다는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기에 사실 개인적으론 전화 예약제 폐지하면 좋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휠체어 사용인이 다닐 수 있는 보행환경으로의 전환, 시외버스·마을버스 등에도 저상버스 도입, 휠체어 사용인의 일반 택시 이용 보장을 위한 유니버설 택시 도입, 지하철 단차를 없애거나 줄이는 등 장애인 이동권 관련 사회적 인프라 확충 노력을 정부·지자체에서 해야 한다는 거다, 새삼스럽긴 하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외에도 저상버스 이용 시 휠체어 사용인이 있으면 먼저 탑승한 다음, 비장애인이 타야 한다. 비장애인이 먼저 내리고, 휠체어 사용인이 나중에 내린다. 이런 사항을 운전자들에게 교육하고 이들은 이를 항시 인지해야 한다. 하지만 휠체어 사용인을 생각하지 않고 비장애인이 먼저 타다시피 하니 이런 부분에서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요즘 장애인 이동권이 핫이슈다.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는 전장연의 시위방식이 비장애인 승객에게 피해를 주기에 해서는 안 된다며, 이들의 시위를 진압할 방법까지 알려주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란 논리가 그의 논리인데, 전술했듯이 이 논리가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인의 권리를 앗아가기에 그걸 고려했다면 그런 어이없는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또한, 임종 지키러 가지 못한다고 화낸 비장애인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런데 휠체어 사용인들은 이런 비슷한 상황을 거의 매일 일상적으로 겪다시피 한다. 이런 상황을 국가와 지자체가 해결하지 않은 게 반복되니, 시민 발걸음 방해는 좀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오죽했으면 장애인들이 지하철에서 시위하게 됐을까?

10년 전 서울 숙대입구역에서 한 장애인이 1인 시위했던 저상버스 도입 관련 플래카드. ⓒ에이블뉴스 DB

장애인의 이런 힘든 상황을 서울교통공사와 이준석 대표 측은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음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서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 정서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얼마 전, 뉴스에서 휠체어 사용인이 요구해 만들어진 엘리베이터를 장애가 있는 시민보다 노인이 더 많이 이용한단 보도를 한 걸 봤다. 또한, 이들이 요구해 도입한 저상버스 만족도도 경기연구원 결과에 따르면 5점 만점에 휠체어 사용인은 1.84점, 비장애인은 4.11점이었다. 이걸 보면 장애인에게 편리한 저상버스, 엘리베이터는 모두에게 편함을 알게 된다. 이준석 대표는 이를 알고 있을까? 알고 있는데 모르는 척 외면하는 걸까?

어쨌든 이준석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이란 이슈를 우리 사회에 부각시킨 점은 높이 살만하다. 올해의 이슈상 후보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하지만 이후엔 그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대하사극 여인천하에 나왔던 이 말을 하고 싶다.

'그 입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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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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