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움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별로 망설이지 않는 편이다. 신체적인 도움은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니 많이 받게 되더라도,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주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도움도 많이 주고 산다.

특히 주변 사람들의 힘든 고민이나 상황에 대해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공감하는 상담자 같은 역할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고, 사람이니까 서로 주고 받고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도움의 손길을 서로 주고 받으며 따뜻하게 살았으면. ⓒPixabay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스스로 위축되어 있기도 하고, 일부는 얄랑한 자존심 때문에 더 도움 받기 싫어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주변에 나처럼 휠체어 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호자를 대동해서 다니는 경우가 많다. 가족, 지인, 활동지원사 등 누군가가 없으면, 어디 가지도 못하거나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혼자서 차에 타고 휠체어를 싣는 게 힘들어서 집에 있는 가족을 오라고 하는 경우도 봤었다. 나는 이런 경우에 그냥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을 해서 조금 도와 달라고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나에게 도움 청하는 말 한마디만 하면 될 것을, 한 두 번이 아니라 매번 그렇게 하면, 가족인들 다 이해하고 도와주기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여행을 혼자 가는 것은 나도, 누구나 두렵고 힘든 일이다. 그렇게 두렵고 힘들어서, 혹은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게 싫어서, 굳이 마음이 꼭 맞지 않는 활동지원사나 친구, 가족을 항상 데리고 간다면, 서로 불편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 뒤로 나는 여행도, 병원 가는 것도, 볼일을 보러 가는 것도, 거의 모든 일을 혼자 하는 편이다. 그리고 잠시 잠깐 힘든 일이 있으면, 모르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나 같은 장애인의 경우 온전히 가족의 도움에만 의지하고 산다면, 함께 사는 가족들은 얼마나 힘들고, 너무 지칠지도 모른다. 차라리 타인이 나를 도와주게 되면 기쁨도 느끼게 되니까, 타인에게 잠깐 도움을 받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도움을 받는 걸 두려워 말자. ⓒPixabay

꼭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도 도움 받는 걸 의외로 잘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았다. 인생, 독불장군으로 혼자 살 것도 아닌데, '힘들면 힘들다, 나 좀 도와 달라' 이런 말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못하고, 심지어 도움의 손길이 와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고 혼자 싸매고 힘들어하다 보니 점점 사회적인 문제도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물론 혼자 할 수 있는 것까지 도움을 바라고 있으면 안되겠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그래도 힘든 것은 도움을 받는 게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사는 게 이 세상의 일이다. ⓒPxHere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것, 기분이 나쁜 것까지는 아니지만, 부담스럽기도 하고 스스로가 작아지는 느낌도 드는 것 같다. 반대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면, 내가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기분이 좋고 스스로가 멋지게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면, 그 어떤 사람도 도움을 받기만 하는 사람이 있을까? 또 어떤 사람은 도움을 주기만 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는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도움을 주기도 하는 게 사람이고, 사람이 살아가는 이 세상의 일들이다. 그리고 도움 받는 입장에서 보면, 내가 도움을 받음으로써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기쁨을 주고 자존감을 높여 주는 게 되지 않는가?

그러니 도움을 받게 되는 상황에서 도움을 거절하거나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 금방 얼마 지나서 내가 도움을 주는 사람도 될테니까.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박혜정 칼럼니스트 글 쓰는 휠체어 여행가, 현혜(필명), 박혜정입니다. 1994년 고등학교 등굣길에 건물에서 간판이 떨어지는 사고로 척수 장애를 입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29년 동안 중증장애인으로 그래도 씩씩하고 당당하게 독립해서 살았습니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혼자, 가족, 친구들과 우리나라, 해외를 누비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또, 여성 중증 장애를 가지고도 수많은 일을 하며 좌충우돌 씩씩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교육공무원으로 재직했고, <시련은 축복이었습니다>를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가, 글 쓰는 휠체어 여행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