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멘탈이 강하다는 의미와 함께 회복력, 극복력 정도의 의미로 알고 있었다.

국어사전에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역경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이라고 정의하고 있었다. 위키백과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과 실패에 대한 인식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 오르는 마음의 근력이 회복탄력성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나오고 우울, 불안, 짜증, 번아웃, 스트레스 등을 더 겪게 되는 요즘에는, 마음백신, 마음방역이라는 의미도 회복탄력성과 비슷하게 쓰이고 있는 듯 하다.

내 생각에 회복탄력성은 누구나 가지고는 있지만, 각자가 가진 정도가 다른 것 같다. 회복탄력성이 부족하다면 각자 나름대로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회복탄력성은 비교적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어떤 좌절이든 고통을 겪더라도 '나'를 위한 최선을 찾아 회복하는 편이다. 또, 내가 가장 스트레스 받지 않는 건강한 마음을 갖기 위해 오히려 이기적으로 생각할 때도 있다. 나의 회복탄력성은 무조건 '나'를 위한 것으로 시작한다.

중도장애를 입고 좌절하던 수많은 순간들. ⓒPxHere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갑자기 휠체어를 타게 되고, 게다가 대소변 실수를 지금까지도 할 때, 나도 당연히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았다. 그런 상황과 나 자신까지도 싫고, 모든 게 원망스러웠다. 어떨 때는 죽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여 있던 어느 날, 내가 사고를 당한 것이 내 잘못이 아니고, 사고로 인해 마비가 되어 실수를 하게 되는 것도 내 잘못이 아니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차피 감각이 없으니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이고, 내가 그런 부정적인 생각만 하고 있어본들 나에게, 내 마음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해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실수를 해도 뒤처리가 조금 짜증이 날 때는 있지만, 크게 좌절하거나 우울해지지는 않는다.​

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집에 모든 물건이 서있는 비장애인 높이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물건이 내 손에 닿지 않는 것이 너무 많다.

물건을 잡기 위해 전혀 일어설 수도 없는 나 자신과, 그걸 내가 잡을 수 없게 만든 가족에게, 예전에는 짜증을 많이 냈다. 어디를 가서도 계단이 많고 내가 전혀 갈 수가 없으면, 나라 탓, 세상 탓을 하며 짜증내고,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그렇게 세상에 대한 원망과 가족, 타인에 대한 짜증, 스스로에 대한 스트레스를 품고 살아갈수록 나 자신은 오히려 더 피폐해져 가는 걸 느꼈다.

그걸 깨닫고는 이것도 내 잘못이 아니라고 느끼며, 나쁜 상황에 대해서도 내가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데, 어차피 생긴 일에 대해서는 스스로 자책하고 스트레스를 받아봤자 나만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뒤로는 내가 손이 안 닿는 물건이 있으면 그냥 가족들이나 타인에게 부탁을 한다. 어디를 가서도 계단이 많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에도, 타인에게 대신 해달라고 도움을 청해 부탁을 하거나, 내가 꼭 가야할 곳이면 지나가는 몇 분에게 휠체어를 들어달라고까지 부탁하기도 한다.

'나'를 위한 회복탄력성을 가지니 행복해졌다. ⓒPxHere

그때 그때마다 분명히 고난과 역경 속에 힘이 들었으나, '나 자신의 마음 건강'과 '나를 위한 최선'을 생각하기 시작하니 크게 힘들 일도, 크게 좌절할 일도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나 스스로에게 해가 되지 않고 나를 위한 이기적인 회복탄성력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나의 마음은 점점 회복을 했고, 더 풍요로워졌고, 더 행복해졌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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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칼럼니스트 글 쓰는 휠체어 여행가, 현혜(필명), 박혜정입니다. 1994년 고등학교 등굣길에 건물에서 간판이 떨어지는 사고로 척수 장애를 입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29년 동안 중증장애인으로 그래도 씩씩하고 당당하게 독립해서 살았습니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혼자, 가족, 친구들과 우리나라, 해외를 누비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또, 여성 중증 장애를 가지고도 수많은 일을 하며 좌충우돌 씩씩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교육공무원으로 재직했고, <시련은 축복이었습니다>를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가, 글 쓰는 휠체어 여행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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