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의 특성에 대해 한마디로 요약해달라고 질문을 받으면 필자가 으레 하는 답변이 있다. 사실상 필자의 지론이나 다름없게 된 ‘똑같이 다르다’ 이론이다. 발달장애에는 통일된 특성 같은 것이 별로 없음을 지적하는 특유의 이론으로, 당사자 집단의 사고방식 차이가 뚜렷하다는 점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유형의 발달장애인도 이론에 따라 차이를 드러내는 부분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필자는 하부구조를 중시하는데 반면, 필자가 만난 다른 발달장애인은 상부구조를 중요시하는 입장이다. 서로 차이가 있어서 결론은 나더라도 인식 차이가 뚜렷한 사례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estas, 피플퍼스트 등 발달장애 당사자 단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 특정한 쟁점에서는 공통된 입장으로 나가는 태도가 있는데 반면, estas와 피플퍼스트가 구조적으로 반목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같은 발달장애계 쟁점도 서로 다른 인식으로 풀이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한 차이 때문에 발달장애 진영에 대한 특성을 연구할 때 항상 주의할 점은 ‘통일된 견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약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부모 진영은 균일할 가능성이 크지만, 상대적으로 당사자 진영은 사고방식 차이가 대단하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심지어 일부 부모는 당사자 견해를 일부 수용하여 당사자들의 자연스러운 독립을 지지하는 경향도 있는데, 특히 발달장애인 당사자 집단과의 접촉이 잦은 부모들이 이러한 특성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당사자 진영에서도 인권운동에 가까운 성격의 집단과 부모단체, 복지관 등에 연결되어 당사자인권운동에 참여할 수 없는 집단은 또 다른 인식의 궤를 달리하는 편도 있다. 거기에 발달장애인 개인의 사고방식 차이 등 개인적인 차이를 또 생각하면 복잡해지는 셈법이 적용된다.

가령 발달장애인의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 개념조차 당사자 집단을 관찰 연구한 바('발달장애인이 인식하는 괜찮은 일자리 유형에 관한 연구', 박광옥/김선형, 2019)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내부 집단에서도 서로 인식을 달리하고 있어서,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총 4개의 유형 집단으로 재구성하여 결론지었을 정도이다. 그만큼 발달장애인 당사자끼리도 내부 인식 차이는 철저하게 다른 구조를 가진 셈이다.

그래서 전형적인 발달장애인의 특성이 존재할 수는 있어도, 그 자세한 차이를 들여다보면 당사자 집단 내부에서도 욕구나 상황 등에 따른 차이점은 언제나 짚을 수 있다. 심지어 몇몇 당사자 집단은 당사자 집단과 반목하고 있는 형국이기도 하다. 아니면, 일부 발달장애인 집단은 오히려 시각장애나 청각장애 등 다른 장애 유형을 가진 당사자 집단의 특성을 발달장애식으로 변주한 집단에 가까운 사례도 있다.

발달장애는 몇몇 비슷한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복지의 욕구 수준이나 상황 조건이 각자마다 크게 다른 유형 중 하나이다. 신체장애는 일부분 신체 부분의 장애 특성에 따라 거의 일률적인 복지 지원을 해도 큰 문제가 없는데 반면, 발달장애는 그러한 특성이 없으므로 장애인 등급제 체계로도 복지 욕구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제는 장애인 등급제의 폐지로 발달장애=중증장애 공식이 세워졌으므로 이러한 문제는 어느 정도 극복했지만,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욕구 분배를 하느냐이다.

이러한 점에서 출발한 복지 지원제도가 바로 개인별 지원계획이었고, 이러한 규정은 다른 장애 유형에서도 복제해도 좋은 제도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처음 적용된 대상이 발달장애인이라는 점은 이러한 복지 욕구가 ‘천차만별’의 유형이었음을 국가적으로 실토한 셈이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알기 쉬운 직업정보서 표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그렇다면 발달장애 고용 정책에 대해서는 또 어때야 할까? 다행히 이번에 장애인고용공단은 2021년 판 발달장애인 직업안내서를 출간하였다. 과거 판본보다 더 다양한 직무가 수록되었고, 이에 대한 설명은 더 자세해졌다. 이 점은 상당히 진전을 보였고, 앞으로 장애인고용공단의 직무 확대 등의 노력에 있어서 분발하기를 촉구한다.

앞으로도 발달장애인 고용은 발달장애 그 특유의 ‘똑같이 다름’에 의하여 직무가 다양해져야 하며, 그 고용 기업 등은 다양해져야 한다. 발달장애인 고용에서 몇 안 되는 균일화 해야 하는 것은 최저임금 이상 임금 지급, 주 52시간 노동제 철저 준수, 4대 보험 의무 가입, 정규직 고용 등 몇 안 되는 이슈뿐이다. 다행히 그 이슈들은 노동법 원칙에 의하여 진행되어야 하는 조건들이므로 실질적으로 발달장애인이라고 균일해져야 하는 이슈는 발달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발달장애 특성에 대한 존중 정도 말고는 없는 셈이다.

앞으로도 필자는 발달장애에 대해서 연설하면 그 뒤의 결론은 ‘똑같이 다름’을 외칠 것이다. 발달장애계는 앞으로도 당사자 집단, 전문가 집단, 부모 집단 등 여러 파벌로 분리되어 각자의 구호를 외치게 될 전망이고 2010년대 후반부터 이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치 ‘솥발이 세 개’인 형국이 된 것이다.

이제 발달장애계는 구조적으로 이런 문제에서, ‘동상이몽(同床異夢)’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냉정히 말해서 그렇다. 동상이몽과 ‘똑같이 다름’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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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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