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22년 1월부터 에이블뉴스에서 칼럼 〈신경다양인 그리고 미등록 정신장애인과 함께〉 시리즈를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에이블뉴스 독자님들, 이렇게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앞으로 1년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처음부터 ‘이상한’ 사람이었다. 일곱 살 때부터 열여섯 살 때까지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열렬히 소통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 몸은 본능적으로 눈맞춤을 거부했다. 눈맞춤부터 시작해서 위생이나 대화 방식 등의 의사소통의 불문율을 익히는 것은 내게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나는 초등학교를 입학할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집단따돌림을 당했다. 괴롭힘으로 힘들 때마다 도서관과 자습실로 도피했지만 공부는 그럭저럭만 할 정도가 돼서 인서울은 못 하고 지방의 한 국립대에 입학하게 되었다.

대학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고 좋은 학점을 받고 많은 경험을 했다. 인생에서 가장 빛난 시기를 대학교 저학년 때 보냈다. 그러나 바로 그때 나의 ‘이상함’이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실연 후 우울증이 심해졌고, 성적은 떨어졌고, 동아리는 나의 소통 부족으로 망해가고 결국은 집행부에서 사실상 쫓겨나기에 이르렀다. 강박증도 나를 계속 따라다녔다. 부모의 무지로 인해 정신과 문턱을 넘지 못하다가 스물두 살 때 처음 간 정신과에서 우울증과 강박증을 진단받았다.

그리고 나의 사회성 부족과 관계사고(자신과 무관한 일을 자신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 피해사고(자신이 어떤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로 인해 진단이 조현형 성격장애(Schizotypal Personality Disorder)로 바뀌었다. 생에서 가장 큰 절망을 그때 경험했다.

이것은 조현병의 양성 증상과 음성 증상이 약한 형태로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장애이다. 조현병 스펙트럼(범주성) 장애에 포함되어 있으며, 질병코드도 F21로 다른 정신증(psychosis)과 나란히 하고 있다.

친구는 없었지만 그럭저럭 공부는 잘하던 학생에서, 우울증 당사자에서, 조현병 스펙트럼 당사자로 변해간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철없는 20대 초반에는 사람들이 나를 ‘미친 사람’으로 생각하고 무시한다고 여겼다. 끝없이 울다가 죽음을 갈망하기에 이르렀다. 죽기 전 유서나 쓰자는 심정으로 정신의학을 다루는 언론사에 사연을 투고했다.

그곳의 정신과 의사는 내게 ‘내가 완전히 고쳐졌는지 여부가 삶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현재 망가진 상태에서의 새로운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조금씩 망가지며, 그 지점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고, 함께 살아갔으면 한다’는 말을 전해주었다([Doctor's Mail] 모든 사람이 절 싫어하고 괴롭혀요, 정신의학신문, 2019). 이것이 나의 삶을 정신적 장애 활동가로 바꿔놓았다.

그 후에는 한때였지만 SNS상에 나의 진단에 관한 정보를 공유했고, 어느 정신질환 카페의 모니터링 스탭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당사자의 사연을 접했고, 정신질환에 관한 기사를 일독했다. 게다가 분에 넘치게도, 신경다양성(정신적 장애를 신경 발달의 다양성으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운동)과 정신적 장애인의 인권을 지지하는 모임인 〈세바다〉에 초대되어 비영리단체 대표를 맡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금은 정말 감사하게도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에 선정되어 글을 쓰고 있다.

정신적 장애인 인권 옹호 활동이 나의 ‘새로운 균형’이 되었다. 청소년 시절의 나, 대학 저학년 시절 날아다니던 나로선 상상하지 못할 일이었다. 정신장애를 진단받지 않았더라면 감히 현실화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그저 평범하게 살아갔을 것이다. 평범한 삶도 나쁘지 않다. 나도 오랫동안 꿈꿔왔던 것이다. 그러나 미등록 정신장애인 정체성은 나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칼럼니스트가 된 지금은 이 지면에서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는 미등록 정신장애인과 보다 넓은 범주의 신경다양인(신경 발달이 비장애인과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정신질환 유병률은 2016년 기준 25.4%에 달하지만, 같은해 단 100명만이 정신장애인으로 신규 등록되었다(e-나라지표). 미등록 정신장애인들은 편견 때문에, 진로 때문에 법적 장애인 등록을 거부하거나, 정신장애인으로 등록하고 싶어도 절차가 복잡해서, 등록 기준이 까다로워서 등록하지 못한다. 정신장애 당사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게 미등록 당사자이지만 이들은 정신장애 담론에서 소외되어왔다. 복지도 등록 정신장애인보다 적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나와 미등록 당사자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미등록 당사자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장애학과 신경다양성에 대해 학문적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의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미등록 당사자들이 지금, 바로 여기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내 글이 미등록 당사자들의 존재와 목소리를 기존 장애계에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신체적 장애인과 정신적 장애인을 막론하고, 등록 여부에 관계 없이 모든 장애인들이 자신의 삶을 존중받으며 사는 세상이 오길 꿈꾸며 지면을 힘차게 시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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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회로가 비장애인과 다른 신경다양인들은 어떻게 살까? 불행히도 등록장애인은 '발달장애인' 딱지에 가려져서, 미등록장애인은 통계에 잡히지 않아서 비장애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신경다양인이 사는 신경다양한 세계를 더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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