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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힐링농업 다시 도전해야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12-06 09:39:04
박성남(75세, 시각장애인 1급) 씨는 청운의 꿈을 안고 유망 화가의 길(서양화 유화)과 미술교사로서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32세가 되던 1980년 겨울, 택시를 타고 외출을 하였는데 눈이 온 미끄러운 길에서 유턴하던 차와 부딪혀서 얼굴에 큰 부상을 입었다.

국립의료원에서 눈에 들어간 유리 파편을 제거하는 안과 수술을 하여 흐릿하게 볼 수 있었으나, 시력은 점점 나빠져 갔다. 강남성모병원에서 각막이식 수술을 하며 시력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실명하고 말았다. 한창인 나이에 날벼락 같은 실명은 단지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생의 모든 것을 상실한 암흑을 안겨주었다.

8년의 방황을 하면서 실명을 받아들이기에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잃어버린 것은 시력만이 아니었다. 아내는 희망이 없다며 이혼을 요구하여 가족도 잃었고, 미래도 잃었다.

1988년 현재는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을 운영하는 세계연합선교회를 찾아가 중도 시각장애인 재활교육을 받았다. 점자와 보행에 대한 교육을 받고 서천석 전도사의 동료상담도 받았다. 세계연합선교회는 1946년에 미국에서 창설된 국제 선교단체로서 육이오 전쟁이 휴전된 1953년 10월에 한국에 진출하여 처음에는 보육사업을 하다가 1970년대부터 시각장애인 복지사업을 하고 있는 단체이다.

당시에 한국에서는 안내견 양성이 없어서 일본으로 건너가 안내견을 분양받았고, 직업을 가지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았다. 대구대학교 시각장애인 교수인 임안수 교수를 찾아가 직업상담을 하였는데, 교수는 처음에는 특수교육이나 복지학을 공부하여 교수의 길을 가는 것을 추천하였다.

만학도가 되는 것에 대한 자심감도 없었고, 원래 사명감이나 꿈을 가졌던 길이 아닌데, 실명을 하였다고 하여 진로 가능성만 가지고 도전을 하는 것은 학문이나 복지계에 누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망설여졌다.

임안수 교수는 동료 교수들과 의논하여 중도에 실명한 경우 가질 수 있는 직업에 대하여 탐색을 하였는데, 농과대학 임업과 유장발 교수가 제안한 것이 매우 적절하다고 여겨 박성남 씨에게 농사를 지을 것을 추천하였다.

호두는 줄기는 목재로서 좋은 재질이고, 껍질은 화장품 재료로 사용되며, 열매는 제과용으로 사용되니 경제적인 과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주, 영동, 김천에 호두 대단위 농장이 있는데, 이 지역은 환경이 우수하여 호두나무의 성장이 매우 우수하고, 이 지역은 자연재해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 지역이며, 호두농사는 별로 손이 가지 않아 시각장애인도 가능한 농사라는 것이었다.

호두 묘목을 심으면 약 7년 후부터 수확이 가능해지는데, 30년 동안은 과실을 수확할 수 있고, 비료는 토양에 한번 정도 주는 정도이고 농약은 잎이 말리는 병을 방지하기 위해 한두 차례 줄 수는 있으나 주지 않아도 큰 영향이 없을 수 있고, 다른 품종보다 손이 덜 가서 시각장애인이 도전해 볼만한 품종이라는 것이다.

무주로 내려와 6300평의 임야를 매입하여 호두나무를 심고 7년을 기다렸다. 당장 수익이 나지는 않지만 장기간에 걸쳐 수익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에 기다림은 견딜만 하였다. 7년 후부터 약 10년 간은 수확이 되어 정말 신바람이 났다. 성취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조리를 위한 식재료는 마을 사람들에게 부탁하여 장보기를 해결할 수 있었고, 안내견이 든든한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런데 이 기쁨은 10년을 넘기지 못했다. 다시 상실의 쓴맛을 보아야 했다. 친구 안내견이 수명을 다하고 곁을 떠났다. 시각장애인에게 눈이 되어준 안내견의 상실은 가족의 상실보다 큰 의미가 있었다. 자신을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호두나무가 집단적으로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주어진 행복도 상실하게 된 것이다.

자신은 텃밭에서 조금의 식재료를 해결하면서 농가의 여유는 있었지만, 안내견과의 이별과 새로운 꿈이었던 호두나무의 죽음은 과거의 실명 때의 상실의 맛을 다시 느끼게 하였다. 호두농장은 임대를 주어 사과밭으로 변해 버렸다.

20년의 세월이 지나 이제 왜 호두나무가 죽었는지 알게 되었다. 호두나무는 마사토와 같은 마른 토양에 배수가 잘 되는 토양이어야 하는데, 자신의 농장의 토양은 황토흙으로 진흙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단지 호두 농사가 잘 되는 지역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토양은 달랐던 것이다.

이런 원인을 알게 되자,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고, 그는 마음으로 보는 세계에 대해 노래할 수 있는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 마음으로 시를 지어 2016년에는 상록수 문학동인지를 통해 등단도 하였다.

이제 사과밭을 임대해 준 계약 기간도 끝나가고 있어 박성남 씨는 다시 호두농사에 도전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영국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의 농사를 위해 많은 보조기구를 개발하고 있다. 모종을 심으면서 손끝으로 상태를 확인하거나, 위험한 농기구에 다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한 농기구, 그리고 과실을 직접 따기 어려워 진동을 통해 과실을 따는 도구 등이 많이 개발되어 있다. 이러한 시각장애인용 농기구도 알아보고, 새로이 토양의 영향이 적으면서 수확량도 많은 신품종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다.

보통은 덜 익은 호두를 강제로 미리 따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은 자연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주으면 제때에 충분히 익어 떨어진 과실이라 더 알이 알차고 품질이 좋다고 말한다. 농장을 걸어다니며 호두를 줍는 것은 자신이 있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은 일정 부분 눈이 필요하고 인력이 추가로 필요한데, 요즘 농촌에는 일손이 매우 부족하다. 인건비가 비싸고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수확기나 비료를 주는 시점에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 비장애인과 동업으로 영농조합을 운영한다거나, 활동지원인이나 근로지원인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6인 이하의 장애인 소상공인에게는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논의되고 있는데, 농민에게도 적용해 준다면 장애인이 힐링농업에 종사하는 것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직업재활에서 고령화와 농촌 지역의 균형적 복지 서비스 지원을 고려한다면 힐링농업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도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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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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