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폴 대성당. ⓒ pixabay

지난 번 소개한 트라팔가 광장은 런던의 중심부에 있기 때문에 런던의 어느 곳을 가든지 트라팔가 광장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나도 런던에 있는 4일 동안 매일 트라팔가 광장을 들렀다.

오늘은 604년에 지어졌고 1600년대에 오늘날의 모습을 갖춘 세인트 폴 대성당을 찾아간다.

이곳은 80년대 초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비의 세기의 결혼식이 거행된 장소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관광지이고 천장이 돔 양식으로 되어 있어서 웅장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물론 무료입장이다.

들어가는 메인 입구는 계단으로 되어있어서 휠체어 장애인이 가면 엘리베이터로 연결되는 코스를 직원이 안내해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높은 돔 천장과 창으로 들어오는 자연 채광으로 그 안이 신비롭게 연출된다.

세인트 폴 대성당 내부. ⓒ 안성빈

성당 내부는 설교를 하는 설교단과 성가대석 그리고 일반 회중이 앉는 자리로 구분이 된다. 지금이라도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이 연주될 것 같은 분위기이다.

아주 어렸을 때 찰스 황태자의 결혼식을 TV 중계로 본 기억이 있는데 그곳에 내가 와있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안타깝게도 돔 전망대는 계단으로 되어있어서 우리 휠체어 장애인들은 접근할 수가 없다. 그래도 성당 곳곳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으니 그리 아쉬움은 없다. 약간 비가 오다말다 하는 날씨였는데도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세인트 폴 대성당의 돔 내부. ⓒ 안성빈

다시 강조하는 팁! 런던의 모든 박물관과 갤러리, 성당 등은 오후 3시 30분이면 거의 문을 닫는다. 일부 조금 더 늦게 닫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후 3시 30분에 문을 닫기 때문에 부지런히 서둘러서 가야 한다. 사실 나도 이것을 모르고 웨스터민스터 사원을 찾아갔다가 되돌아 온 적이 있다.

세인트 폴 대성당을 구경하고 나서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켄싱턴에 도착했다.

간단히 저녁을 먹을 것과 과일을 사기 위하여 호텔 앞 과일 가게에서 지갑을 꺼내는데 지갑이 없었다. 몇 번이고 찾아봤지만 지갑이 든 가방은 얌전히 내 휠체어에 걸려있는데 지갑만 없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점심 식사 때 지갑을 꺼내고 결제를 했으니 식사 후 트라팔가 광장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이동할 때 소매치기 당한 것 같다.

초행길이기 때문에 그것도 낯선 외국이라 내리는 버스 정류장을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 창밖을 보고 다음 정류장을 안내하는 전광판을 보고 있었는데 그때 소매치기를 당한 것 같다.

세인트 폴 대성당의 돔. ⓒ 안성빈

당장 소지했던 현금과 카드가 없어졌으니 아주 난처한 상황이 되었다. 해외에서 분실한 것에 대해 여행자보험으로 보상을 받으려면 현지 경찰서에 도난 및 분실신고를 한 이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나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인근 켄싱턴 경찰서로 향했다.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였는데 경찰서 문이 닫혀 있었다. 비상문도 없고 현관 앞에 인터폰이 있어서 통화를 시도했으나 아무도 받지 않았다. 안내문을 보니 5시에 문을 닫는다고 씌여 있었다. 그때가 5시 5분이였는데..

켄싱턴 경찰서는 그냥 동네 파출소가 아니다. 5층 건물의 경찰서인데도 불구하고 5시에 문이 닫혀 있다니.. 마침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기에 경찰서 문이 닫힌 거냐고 물었더니 자신들도 인터폰을 눌러 보고 답이 없자 모르겠다고 그냥 지나갔다.

내일은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로 넘어가야 하는데 경찰서에 분실, 도난 신고도 못할 처지가 되었다. 일단 숙소로 돌아오고 내일 파리로 넘어갈 준비를 하는 수 밖에.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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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빈 칼럼니스트 사지마비 장애인(경수손상 5, 6번)으로 현재 (사)로이사랑나눔회 대표이며 미국, 호주, 유럽 등을 자유여행한 경험을 본지를 통해 연재할 것이다. 혼자서 대소변도 처리할 수 없는 최중증장애인이 전동휠체어로 현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다닌 경험이기 때문에 동료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모쪼록 부족한 칼럼이지만 이 글을 통하여 우리 중증장애인들이 스스로 항공권, 숙소, 여행코스 등을 계획하여 보다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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