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편집하는 모습. ⓒ Andi Weiland (Gesellschaftsbilder.de)

독일에서 영화평론가로도 활동 중인 나의 독일인 남편은 국적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영화를 감상하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영화를 좋아한다. 한국 영화 특유의 유머 감각과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구성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이 한국 영화를 보고 나면 매번 하는 말이 있다.

"음악이 과했어. 한국 영화는 음악이 너무 과해!"

영화 속 분위기가 고조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이 해당 장면을 과도하게 슬프거나 안타깝게 조성하는 게 남편의 귀에 거슬린다는 거다.

그러고보니 독일 영화는 배경 음악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다. 특히 다큐멘터리에는 배경 음악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배경 음악 대신 현장 소리나 정적, 인물의 목소리와 숨소리가 오디오를 가득 채운다. 이로써 시청자는 인물의 표정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느낄 수 있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독일 영화는 재료를 무심한듯 퉁퉁 썰어서 조미료 없이 요리하여 무지의 하얀색 그릇에 담아낸 음식 같다. 반면 한국 영화는 채소를 일정한 크기로 자르고, 거기에 각종 조미료를 가미하여 요리한 다음 화려한 그릇에 담아낸 결과물 같이 느껴진다.

장애인을 묘사하는 방식도 마찬가지이다. 한국과 독일 영화가 장애인을 묘사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배경 음악이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보겠다. 최근에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는 주제를 다룬 한국 다큐멘터리와 독일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두 영화는 공통적으로 부모들의 고충과 갈등, 어려움 그리고 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다룬다. 전반적인 화면 구성이나 내용면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부모 인터뷰 장면을 비교해 보면, 부모가 눈물을 훔치는 장면에서 한국 다큐멘터리에는 애절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오는 반면, 독일 다큐멘터리에는 배경음악이 없다.

한국 다큐멘터리는 부모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 배경음악을 가미하여 시청자의 감정을 한층 더 고조시키지만, 독일 다큐멘터리는 배경 음악이 없는 상태에서 부모가 눈물을 흘리고 침묵하고 한숨 쉬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시청자 스스로 당사자의 감정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공감하도록 충분한 여유를 제공한다.

배경 음악이 많은 한국 다큐멘터리는 시청자에게 장애아 부모를 향한 공감을 넘어서 동정심을 일으킨다면, 배경 음악이 거의 없는 독일 다큐멘터리는 부모를 동정의 대상이 아닌 평범한 사회 일원으로 조명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자신만의 인생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는, 너무나도 평범한 사회 일원으로 조명한다.

장애 및 장애인을 다루는 독일 영화는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이 아닌 사회의 일원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 같다. 시청자가 장애인과 가족을 측은하게 여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같다. 장애인이 여전히 사회의 가장가리에만 맴도는 존재가 아니라, 이들이 사회 중심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투박하지만 진솔하게 그려내는 것 같다. 배경 음악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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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리 칼럼니스트 독한 마음으로, 교대 졸업과 동시에 홀로 독일로 향했다. 독한 마음으로,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재활특수교육학 학사,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박사과정에 있다. 독일에 사는 한국 여자, 독한(獨韓)여자가 독일에서 유학생으로 외국인으로 엄마로서 체험하고 느끼는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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