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치료학과에 다니던 시절. 우린 매일 장애와 관련된 내용들로 공부했다. 장애의 정의, 장애의 유형, 장애로 나타나는 2차 장애들. 그리고 그 장애의 원인이 되는 해부학과 생리학까지.

모든 교과목에서 ‘장애’를 빼놓을 수 없었다. 작업치료사는 실제 졸업 후 임상에서도 ‘장애인’의 사회복귀를 도모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힘쓰고 있다.

학교 시절에 ‘장애’를 배우는 보건의료 전공은 ‘작업치료’ 와 ‘물리치료’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의료인을 양성하는 예비의료 전공인 의대와 간호대에는 ‘장애’와 관련된 과목을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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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와 간호대에 ‘장애 ’와 관련된 과목이 없고, 실제 임상에 나와서도 ‘비장애인’ 위주의 진료가 대부분이다 보니, 의료진들의 ‘장애’에 대한 이해(감수성 부족)가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물론 장애를 질병의 테두리 안에서 배우긴 하지만, 장애를 질병과 다르게 보면서 관점을 변화시키는 교육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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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다보니 장애인에게 상처주는 언행도 왕왕 있다. 가령 시각장애인에게 손짓으로 방향을 알려준다거나, 청각장애인에게 큰 소리로 설명을 하거나,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 의료적 증상을 설명하지 않고 활동지원사와 눈 맞춤하며 이야기를 하는 경우들이 그렇다. 물론 작업치료학과나 물리치료학과 출신들이 장애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말이다.

혹자는 실제 임상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에게 ‘장애’와 관련된 교육을 하면 되지 않겠냐고 묻는다. 의료계 종사자들은 아시겠지만, 임상이 얼마나 바쁘게 돌아가는지,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 상황에서는 의료기관에서 교육 시간을 할애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실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의료인에게 ‘장애’와 관련한 교육을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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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장애인 단체 종사자들과 장애와 관련한 업무를 하는 보건의료인들은 예비의료인인 의과대학과 간호대학 과정에 장애와 관련한 교육 커리큘럼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감수성이 풍부한 학생 시절에 강의로나마 ‘장애’를 간접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마음, 사회적 환경이나 그 외 여러 어려운 상황들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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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2년간 서울특별시북부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에서 교육담당자로 근무하면서 예비의료인 교육에 힘을 많이 쏟았던 것 같다. 의과대학, 간호대학 교수님들을 찾아뵙고, 학생들이 ‘장애’를 간접 경험할 수 있도록 ‘특강’ 시간을 할애해 주실 것을 부탁드렸다. 그 결과 서울 북부의 여러 의과대학, 간호대학 교수님들이 뜻을 모아주셔서 실제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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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의과대학과는 장애인 보건의료 내용으로 업무협약을 맺는 등 가시적이고도 실제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 외, 경희대학교 치과대학,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서울대학교 치과대학과 교육을 진행했고, 조만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과도 ‘장애’와 관련한 교육으로 만날 예정이다.

교육을 실제 진행하면서, 예비의료인 학생들의 뜨거운 반응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장애를 막연하게 생각해왔는데, 교육을 통해 장애인의 의료이용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훗날 졸업하고 의사가 되어 장애인을 만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강의였다” 등등의 강의평가는 교육 기획자인 나를 흐뭇하게 만들었다.

교육 경험이 쌓이면서, 덩달아 예비의료인 전문 강사진도 꾸려졌다. 처음엔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요?”라고 손사래치며 부끄러워하셨던 강사분들도(장애인 당사자), 훗날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의 건강을 책임질 예비의료인에게 교육한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강의해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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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활동들이 예비의료인인 의과대학, 간호대학을 비롯해 보건의료 관련 학과에 ‘장애’와 관련한 교육이 정식 커리큘럼으로 채택되는 데 기여하면 좋겠다. 장애인 보건의료 교육을 받은 의료진들이 각자의 일터에서 장애의 이해를 기반으로 진료하는 날이 머지않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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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수 칼럼니스트 서울특별시북부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애인의 건강한 삶에 관심이 많아서 지금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장애인이 병원을 떠나 지역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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