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통해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 내용은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했고, CCTV 설치비는 국고로 지원하도록 하였다. 설치되는 CCTV는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게 설치하여야 한다.

환자의 보호자 요청이 있을 경우 CCTV 영상촬영을 하여야 하는데, 음성 녹음은 병원과 합의가 있을 경우만 가능하다. 하지만 응급수술의 경우와 생명에 위험이 있는 수술, 전공의 수련목적에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은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열람은 의료인이 동의하는 경우에 가능하고, 수사기관이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도 열람이 가능하다. 열람에 필요한 비용은 요구한 당사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 법은 2년의 유예기간을 두어 2023년부터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계는 위헌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성명서를 냈다. 의료인과 환자의 보호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강력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린이집의 CCTV 설치 의무화가 법제화될 때에도 교사의 아동 사생활과 교육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시비가 있었다. 하지만 열람권에 대한 제한을 두어 이를 보호할 수 있고 CCTV 설치가 오히려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감시한다는 이점에 방점이 찍혔다.

의료법 개정도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한 면이 보인다. 열람권에 대한 매우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보관 기간도 매우 짧다. 응급수술이나 위험성이 있는 수술의 경우는 촬영을 거부할 수 있어 이러한 수술에서의 의료사고에 대한 감시와 증거 수집 기능은 발휘할 수 없다.

의료진은 대부분 열람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열람할 수 없으므로, 열람을 강제로 할 방법으로 환자의 보호자는 수사 의뢰를 하거나 의료사고 중재를 신청하여 열람을 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아 의료분쟁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의료인이 이러한 분쟁으로 불신감이 늘어나고 과도한 업무나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응급이나 위험한 수술의 경우 적극적 조치가 의사 판단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시급성을 요하는 이러한 판단이 시비가 걸리는 것은 소극적 의료행위만 하려는 태도를 유발할 수 있어 그러한 문제로 촬영을 거부할 수 있게 하였으므로, 촬영 자체가 되지 않은 것을 수사기관을 이용하여 열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인 병원이 아닌 3차 병원의 경우 대부분 수술은 전공의 수련 목적을 겸하고 있어 촬영 기피거리가 될 수 있기도 하다. CCTV 촬영은 무자격 대리수술 감시와 성범죄 예방, 의료사고 증거 수집의 세 가지 효과가 기대되는데, 여러 조건과 절차들을 만들어 위헌의 소지나 반대를 의식한 면이 엿보인다.

이 법이 본회의를 통과하고 나면, 박재호 의원과 이종성 의원이 발의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이 주목을 받을 것이다. 현재는 이 법안은 계류 중이지만, 입원실마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이 개정안 역시 사생활 침해, 불신 조장 등의 시비가 논의될 것이다.

이 법안은 한국노인복지중앙회가 반대해 왔지만, 백업 서버를 이 단체에 두고 지원을 하는 조건에서 최근 찬성으로 돌아섰다. 자신들이 우려하는 문제를 자신들이 관리하면 그래도 안심이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설치비는 국고에서 지원할 것이고, CCTV만이 아니라 목걸이형 호출벨과 심박수, 혈압 등의 건강체크를 위한 센서까지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도 상당히 부담이 되지만, 건강보험료를 청구하는 기관으로서 무조건 반대만 할 수는 없을 것이고, 위헌 소지 역시 열람권의 제한과 보관기간 2개월 정도로 여러 가지 안전장치도 할 것이다. 때로는 부당의료비 청구의 증거자료 수집에도 CCTV가 이용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장애인거주시설의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으로 이종성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장애인거주시설에는 이미 CCTV가 설치되어 있다. 공동 생활공간에 한하여만 설치되어 있다. 설치가 의무는 아니지만 국고 지원의 환경개선비를 우선적으로 CCTV 설치비로 사용하도록 권장되었고, 설치를 하지 않을 경우 비개방적이거나 인권보호 장치가 없는 것으로 여겨져 제한적 설치를 한 것이다.

그런데 개정 법안은 생활하는 모든 거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하는데, 옷 갈아입고, 잠을 자는 것까지 촬영된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 소지가 다분히 있다. 촬영은 하되 아무도 보지 않고 수사기관에서만 필요 시 본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현재의 인권보호와 직원의 업무 현황 파악용으로 설치된 CCTV와는 다른 점이 경영자가 보느냐 보지 않느냐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수사기관 제출 전에 미리 경영자가 보는 것까지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CCTV가 없었다면 인권침해에 대한 아무런 증거도 없었을 것이 CCTV로 인해 밝혀진 경우가 많아 CCTV는 매우 유용하며, 현재의 제한적 설치는 사각지대가 많아 적극적 설치를 의무화하려는 것이다.

사회복지 생활시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및 운영 안내서에 따르면 CCTV는 법령에서 허용하는 경우, 범죄 예방 및 수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시설 안전과 화재 예방을 위한 목적, 교통정보 제공을 위한 경우에 한하여 설치와 운영이 허용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는 공개장소에서의 영상촬영을 금하고 있으나 시설 내부는 비공개 장소이므로 개인의 동의를 받으면 설치가 가능한 장소로 분류할 수 있다. 시설 이용자가 동의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누구는 동의하고 누구는 동의하지 않으면 동의한 사람만 골라 촬영할 수도 없고, 입소한 이용자가 동의를 거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는 제한적 장소에 한하여 사생활 침해 우려가 없는 곳에 설치하되, 의견을 수렴하고 설치 사실을 명시하고, 열람권 제한과 자료 파기 절차를 철저히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CCTV 의무 설치가 법으로 정해지면 사정은 달라진다.

신체가 노출되는 화장실이나 거실에서의 옷 갈아입는 경우가 있는데, 화장실에서의 설치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여기서 인권침해가 이루어지는 것은 CCTV로 증거수집을 할 수 없다. 거실에서의 탈의는 가림막을 설치하여 촬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상당히 번거롭기는 하다. 탈의실을 별도로 정하지 않을까 싶다.

열람권을 수사기관만 가능하도록 하여 이용자 가족이라도 직접 열람을 요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보여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는 일이 생길 것이고, 수사기관에서의 열람 등으로 인하여 인권침해가 더욱 세상에 알려져 시설의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될 수도 있다. 이것이 탈시설 가속화로 연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가 없다면 CCTV를 두려워하거나 염려할 이유는 없다. 더욱 조심하고 철저히 인권규정을 지켜 예방 효과가 클 것이다. 다만 종사자들이 감시받고 있다는 불신의 대상이라는 감정은 스스로 감내해야 할 문제가 될 것이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노인복지시설과 장애인 거주시설로 확대되는 법안의 통과 전망을 밝게 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오남용과 진정한 인권보호를 위한 올바른 운영에 대한 조치들은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여 수렴했으면 한다.

녹음이 되지 않는 영상은 대화 내용을 알 수 없어 정확한 증거 수집이 어렵기도 하고, 2년의 유예기간을 둔 것 역시 지나치게 긴 기간이다. 전국에 CCTV 설치하는 기업의 물량공급을 걱정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CCTV 설치에 2년이 걸리지는 않는다. 논란이 크니 유예기간이라도 길게 주자는 것일까? 그런 조치보다는 시범사업을 통한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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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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