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에 담긴 휠체어 사용 장애인 A씨의 사고 당시 모습. ⓒ서인환

A씨는 장애인 등급 폐지 전 2급으로 복합통증 증후군 치료를 위해 뇌수술 후 그 후유증으로 언어장애와 지체장애를 가지게 되어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고 있다. 40대 중반이 되어 강서구의 한 임대 아파트에 입주하여 살아왔는데, 늘 엘리베이터(승강기)가 불만이었다.

엘리베이터가 너무 좁아 휠체어를 타고 이용하기가 힘들었고, 문이 너무 빨리 닫혀서 4초 안에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거나 빠져나가지 못하면 이용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최근 엘리베이터 문틀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엘리베이터의 문제를 A씨의 잘못으로 몰아갔다. 문이 파손되자, 엘리베이터 수리에 필요한 모든 금액을 A씨에게 물도록 요구했으며, ○○○호에 사는 장애인 A씨가 엘리베이터를 파손하였으므로 전액 배상 요구했다고 전 아파트 주민에게 방송을 했다.

A씨는 엘리베이터를 변상할 능력도 되지 못하지만, 책임질 이유도 사실 없다.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엘리베이터가 아니었고, 문이 너무 빨리 닫혀서 단시간에 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관리사무소에서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책임은 다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는 비용을 장애인에게 전가시킨 것이다. 더구나 방송을 통해 장애인이 몇 호에 살고 있으며 그 사람 잘못으로 주민의 피해가 발생하였고, 그 사람에게 변상을 통보했다고 방송한 것이 오히려 폭력이 아니냐는 것이다.

장애인이니까 장애인이라고 한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하겠지만, 개인정보를 공표한 것은 분명 개인의 허가를 얻은 사항이 아니다. 그리고 주민으로부터 집단 왕따를 유발시킬 수도 있고, 아직 확실하지 않은 잘못을 확정시켜 버린 것이다. 이는 명예훼손이기도 하다.

이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갑질이다.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관리자의 잘못이며, 운영상 장애인이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정하여 운영하지 않은 것 역시 관리자의 잘못이다.

특히 방송을 통해 배상을 압박해 온 방식은 있을 수 없다. 개별적으로 논의할 문제이고, 다툼의 소지가 있음에도 방송으로 결과를 확정해서 통보한 것은 폭력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A씨는 그 동안 장애인으로서 살아온 설움이 복받쳤다. 내가 장애인만 아니어도 경제적 자립을 하여 지금보다는 거주환경이 좋은 곳에 살지 않았을까? 임대아파트의 불편함에도 살기 위해 몸부림쳐 왔는데, 이제 이곳에서조차 전 아파트 주민에게 눈총의 대상이 되고 보니 억울하고 삶이 처절함에 가슴이 너무 아프다.

분명 관리자의 과실이 있음에도 갑질로 장애인에게 몰아세우는 SH를 상대로 이제 법정 소송을 해야 할 지경이 되었다.

거대 권력과 다툼을 해야 하는 너무나 약한 A씨는 휠체어를 탄 이유로 엘리베이터를 물어주게 되었다며 너무나 막막하고 당장 죽어버려야 하나를 고민하는 심정을 호소하고 있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장애인,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에 무엇인가가 있는지 센서가 감지하고 멈추는 속도가 조절되지 못하고 파손된 것이 어찌 장애인의 탓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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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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