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보조공학기기 판매사에 보낸 쇼핑몰 입점 독려 안내문. ⓒ서인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은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하여 여러 가지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 근로자에게 필요한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다. 이 보조공학기기의 지원은 근로자를 위한 것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고용주를 위한 사업이다.

고용주를 위한 사업이냐, 근로자를 위한 사업이냐를 엄격하게 따지기는 어렵지만, 고용환경을 개선하면 근로자의 고용촉진과 고용유지에 도움이 되니 근로자를 위한 사업인데, 지원된 보조공학기기의 소유가 고용주에게 있는 것이므로 고용주 지원사업이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한다.

장애인 근로자에게 필요한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하는 것은 공단의 역할이다. 연간 130억원의 사업비를 집행하면서 장애인 근로자에게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장애인 근로자나 사업주가 장애 유형별로 어떤 보조공학기기를 지원받으면 도움이 될지 판단하려면 정보가 필요하다.

정보 제공과 선택권을 주기 위해서는 보조공학기기의 지원되는 제품의 선정과 선정된 제품의 홍보가 필요하다. 그래서 매년 전시회를 통하여 보조공학기기에 대하여 홍보를 하고 있다.

전시회는 장애인 고용을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으나 장애인이 어떻게 하면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걱정을 하고 있는 고용주나 근로자에게 보조공학기기들을 소개함으로써 업무를 수행하면서 보조공학의 도움을 받으면 더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해답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전시회는 공단이 수행하는 명분이 충분하다.

그런데 최근 공단은 보조공학기기를 납품하는 76개 업체들에게 SKT가 모기업인 SK플래닛에서 운영하는 11번가 쇼핑몰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공단이 왜 쇼핑몰을 이용하도록 독려하는 것일까?

공단의 홈페이지에서 보조공학기기 카탈로그를 만들어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전시회도 하고 있는데 이것으로는 부족하여 보다 손쉽게 구입 하기 편하도록 쇼핑몰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구입자가 장애인 개인이 아니고 공단 지원금을 받은 사업주라는 점에서 직접 업체로부터 구입하던 것을 쇼핑몰을 통해 구하도록 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편리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수수료 7%(쇼핑몰의 예상되는 판매 수수료) 정도가 쇼핑몰 수입으로 주어야 하기 때문에 판매회사로서는 그 만큼 싼 가격에 공급을 해야 하는 것이다. 보조공학기기의 판매 수익금이 크지 않은데 수수료는 큰 부담이 된다. 연간 10억원의 이익이 쇼핑몰에게 돌아간다.

공단은 올해는 시범사업이라 수수료가 면제된다고 안내한다. 그러나 면제는 올해에 한한 것이고, 쇼핑몰의 입점을 선동하기 위한 미끼이다. 공단은 현재 30여 개 업체가 참가를 희망하고 있고 모든 업체가 쇼핑몰에 입점하기를 독촉하고 있다. 공단이 실적을 올리기 위한 대기업의 표준사업장을 SKT가 많이 운영하고 있어 이를 보은하기 위한 것인가?

공단은 각 지사별로 보조공학기기 지원 신청을 받아 심사를 하여 지원이 결정되면 영수증을 받는 등 처리를 하고 그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하게 된다. 그런데 쇼핑몰을 이용하게 되면 쇼핑몰에서 보조공학을 필요로 하는 자가 신청을 하게 되고, 신청을 하였다고 심사를 받지 않는 것이 아니어서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그리고 선정되어 지원되는 물품 공급은 판매사가 공급을 하겠지만, 공단이 쇼핑몰에 대금을 지급하고 수수료를 제하고 쇼핑몰에서 판매사는 대금을 받게 될 것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신청을 판매하는 쇼핑몰에 구매신청을 하고, 선정되는 구매가 성립되도록 하면서 대금은 공단이 내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과정이다. 지사가 일일이 처리하던 업무가 쇼핑몰에서 대행하여 간편할 수도 있지만, 신청받는 절차가 간편해진 것이지, 처리 과정은 복잡하다는 말이다.

공단이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하는 것이 업무이지 쇼핑몰에 입점을 장려하거나 쇼핑몰을 통해서 공급하는 것은 공단의 지원사업과는 무관한 것이다. 쇼핑몰을 통하면 보조공학기기에 대한 정보 제공과 홍보가 더 잘 되는 효과가 있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보조공학기기 판매사 홍보는 공단이 하는 일은 아니다.

공단은 쇼핑몰에 입점을 하게 되면 쇼핑몰에 공급자 등록이 되어 쇼핑몰의 다른 물품을 구입하는 데에 30%의 저렴한 혜택을 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보조공학기기가 쇼핑몰에서 물품 구매를 많이 하도록 혜택을 주는 것이 공단의 일도 아니다. 왜 쇼핑몰의 판촉 활동을 공단이 하는 것인가!

열악한 보조기기 개발이나 판매회사가 쇼핑몰을 이용함으로써 대기업의 온라인 유통라인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이익의 일부를 나누거나 직접 판매하는 대리점이나 자체 판매망이 붕괴된다는 점에서도 마을 소매점이 대기업 프렌차이즈에 상권을 빼앗기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쇼핑몰에 입점을 시키거나 혜택을 주거나 수수료를 처음에는 면제해 주고 나중에 수수료를 받겠다는 등의 입점 유인책을 나서서 독려하는 것은 공단이 할 업무가 아니다.

울며 겨자 먹듯이 보조공학기기 판매사들이 거부하지 못하고 참여하게 되면 공단에서 현재 지원하는 물품 외에서 더 많은 이익을 내야 하거나 더 많이 팔려면 어쩔 수 없이 공단의 정책을 따라야 하는 불만이 생길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예산 부족으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문제라든가, 신청에서의 불편이나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사각지대 해소보다 먼저 쇼핑몰에 입점을 하게 하는 것부터 추진하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공단은 보조공학기기 판매사가 공단에 무상 후원한 기기는 전시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다른 목적에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책을 납본받는 것은 판매용이 아니고, 독자들에게 홍보도 되니 무상으로 달라고 하지는 않는다. 최소한 도서의 제작비는 주고 납본을 받는다.

전시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공단은 팔아준다는 명분으로 무상으로 제공을 받아 전시하는 것 역시 일종의 갑질이 될 수 있으므로 기증이 아니라 구입해 전시하는 것이 옳다. 외국 제품은 구입하면서 국내에서 만든다는 이유로 공단에는 무상으로 제공하라는 것 역시 고칠 부분이 아닌가 한다. 업무와 관련해서 받는 것이므로 이해관계에 있는 자로부터 물품을 수수하는 것이다.

공단은 즉시 장애인 보조기기의 판매사들의 쇼핑몰의 입점 독려와 이를 통한 보조기기 지원 제도의 추진을 중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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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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