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마스카라를 선보이는 영국 출신의 다운증후군 모델 엘리 골드슈타인(좌측), 난민, 성 소수자 등 다양한 모델들 사진이 나와 있는 빅토리아 시크릿 광고 표지(우측). ⓒ ITV News캡처, Victoria’s Secret Facebook

얼마 전 한 기사를 봤다. 미국의 여성 속옷브랜드이자 란제리 회사인 빅토리아 시크릿이 성소수자 비롯한 배경이 다른 여성들을 새 모델로 기용했다는 것이다. 인도 여배우인 프리앙카 초프라, 브라질의 트랜스젠더 모델 발렌티나 삼파이우, 미국 성소수자 인권활동가이자 여자 축구팀의 주장 메건 러피노 등 경력, 배경이 다양하다.

이 모델에 나선 메건 러피노는 “동성애 여성으로서 여성의 매력이 뭔지 생각해보게 된다.”라며 “전통적인 의미에서 섹시하다는 속옷을 입어야 섹시해지는 건 아니다”고 했다. 그녀의 말에서 암시하듯 빅토리아 시크릿은 예전에는 남성들이 원하는 여성성, ‘바비인형’과 같은 정형화된 몸을 추구했다.

하지만 최근 여성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몸’을 수용하는 변화의 추세를 읽지 못했고, 이로 인해 기업매출이 하락했다는 거다.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전통적인 여성의 성적 매력 대신 다양성을 통해 이 회사는 브랜드 혁신을 꾀하려 했다는 거다. 이런 혁신이 매출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실하지는 않단다.

지난주에 우리나라에선 가전업체인 LG전자가 가전제품 접근성 증진 일환으로 장애인과 접근성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운영하기로 했단다. 자문단엔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이 선정한 장애인 접근성 전문가 7명, 시각•청각•지체 장애가 있는 평가단 6명으로 구성한단다.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고객의 편리한 제품 사용을 위해 접근성을 더욱 강화한단 취지에서 접근성 전문가와 함께 TV,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 접근성 평가 위한 지표를 만든다. 평가단은 가전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고객으로서 느끼는 불편함을 접근성 전문가와 공유해 지표 개발에 힘을 보태고, 지표를 이용해 가전제품의 실제 사용 편리성을 평가할 것이라 한다.

또한, LG전자는 자문단과의 정기적 소통을 통해 개발 중인 제품의 접근성 관련 기능 및 디자인을 개선하고, 자문단은 접근성을 미리 검증하고 제품의 편리한 사용을 위한 의견 제시를 한단다. 그래서 자문단 의견을 LG전자 제품에 적용하는 방안을 회사 측에선 검토할 계획이라 한다. 이미 LG전자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은 올해 초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매뉴얼과 점자 스피커를 만들어 제공해 오고 있다.

Diversity표지. ⓒPixabay

지금 얘기한 두 회사는 업종, 하는 일이 다르다, 그런데 의류모델 회사는 성적지향, 국적 등을 차별하지 않고 고려하고 있으며, LG전자는 장애라는 요인을 고려한다. 두 회사 다 다양성을 시도하려는 게 엿보인다.

전과 비교해,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려는 추세다. 글로벌 패스트푸드 기업인 맥도날드의 한국 지사는 작년 3분기 중증장애인 15명을 고용했고, 삼성전자도 TV 접근성 향상을 위한 업무 협약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체결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시도가 사회 전반적으로 영속적인 것 같진 않다. 일단 장애, 성적 지향성 등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서는 거의 부재하다. 하긴 성 소수자, 난민을 고용한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고, 차별금지법 만들 때도 동성애를 들먹거리며, 이 법 제정에 반대하는 기독교 세력들을 보면 말 다하지 않았나?

아까 예를 든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장애인 미고용 시 벌금으로 내는 장애인고용부담금 누적 부분 1위를 차지했다. 겉으로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 같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장애인 당사자를 많이 고용하면, 전자제품을 이용하는 장애인 취향을 좀 더 쉽게 알 수 있고, 이미지도 좋아질 것을 기업 측에선 왜 그리 마다할까?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한 제품들로 매출을 일으키면 그것을 가지고 회사에서 고용한 장애인이나 장애인, 트랜스젠더 모델 등 사회적 소수자에게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합리적 조정에다 투자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합리적 조정이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권리라는 인식 또한, 우리나라에선 부재함은 물론 이를 비용으로 바라본다.

게다가 직장 내에서 장애인 왕따에, 언어폭력, 성폭력 등의 폭력이 은근 만연한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기도 하다. 다양성이라고 읽되 차별이라고 쓰는 웃지 못할 형국이 직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다. 이는 작년 국민권익위원회의 2년 10개월 동안의 ‘장애인 일자리’ 관련 민원분석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국내최고 명품 가전업체이자 부엌, 인테리어 부분에 주력할 정도로 주 고객이 여성인 M기업에서 한 여성 직원이 인사팀장 등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발했다. 하지만 사측은 가해자를 처벌하기는커녕 사건을 은폐했다. M기업 불매운동이 이어졌고 이로 인해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성별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등의 다양성 관리 실패는 대외 기업평가 지수 하락과 영업이익 감소라는 리스크로 확대됐다.

가전제품 접근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LG전자 문구를 들고 있는 모델 모습. ⓒLG전자

반대로 다양성을 존중하고, 사회적 소수자 관련한 합리적 조정을 하는 문화가 있을 시 기업들의 이미지가 좋아질 거고, 장애인 포함한 이들은 존중받는다는 느낌에 일하고 싶을 거다. 모든 사람의 취향과 접근성을 고려한 제품을 만드는 환경이 되어, 이걸 이용하는 사람은 많아지고 기업의 매출은 더욱 커지며 지속적인 이윤 창출이 가능할 거다.

이를 통해 장애인, 트랜스젠더 등의 사회적 소수자들은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릴만한 임금을 받게 되어, 세금을 내며,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 잡아가는 궁극적 효과도 누리게 될 것이다.

사회적 소수자들의 권리의식도 높아져 가고 일반인들도 조금씩 이에 대해 알아가는 상황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전략이 지금의 기업에겐 생존전략이며 그런 시대 추세는 너무도 당연하다. 결국, 다양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기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더욱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보다 더욱 인권적인 나라의 시장에선 도태하게 될 것이다.

다양성을 통해 생존을 넘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거듭나게 되는 토양은 다양성 존중에 사회적 소수자 관련한 합리적 조정을 권리로 인식하는 게 우리 사회 저변에 진정으로 뿌리를 내릴 때 가능해질 것이라고 다시 한 번 말하겠다. 이와 같은 모습 보고 싶다.

그래서 가방, 의류, 시계 등을 주력 상품으로 파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기업 구찌(Gucci) 등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엘리 골드스테인(Ellie Goldstein)과 같은 당당한 모델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세상, 성 소수자들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당당하게 어깨 펴고 일하는 게 흔한 세상을 꿈꾼다. 이런 꿈이 현실로 다가오게 되길.

다양성, 이제 기업에겐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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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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