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청각장애여성 처음으로 <보이는소리 들리는 마음> 이라는 책을 출간한 바가 있습니다. 이 책을 출간한 동기는 장애인 당사자가 쓰는 책이 복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의 농인이 처음 출간한 책은 1980년대 <농아인은 누구인가?> 이었습니다. 농인 당사자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는데 당시 농아인에 대해 아무도 몰랐던 시절이어서 비장애인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살아가면서 전혀 몰랐던 존재를 발견하게 한 책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책으로 사람들이 수화(수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하니 책의 힘은 컸습니다.

출판산업이 성행했던 1990년대에 와서도 한국 농인 당사자의 책이 전혀 출간되지 못했습니다. 농인의 모국어가 수화언어이기 때문에 한글과 친하지 않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태어날 때부터 듣지 못하고 자라온 농인에게는 책쓰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도 청각장애인이 직접 책을 쓰겠다해도 출판사에서 거부하는 일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 대부분 학술서적이나 수화 학습 책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농인과 청각장애인의 삶을 이해하기 힘들어했습니다.

‘다른나라에도 장애인의 이야기를 잘 풀어낸 책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에 구글로 외국 서적을 살펴보았습니다. 프랑스, 일본만 해도 청각장애인이 직접 출간한 자서전이 10권이 넘고 급기야 중국의 농인 자서전까지 한국에 들여와 번역해서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장애 유형으로는 일본의 베스트셀러로는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쓴 <오체불만족>, 호주의 닉부이치치가 출간한 책과 미국에서도 출간한 책은 수백 권에 달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책을 많이 보유한 나라가 소위 복지선진국이라는 곳이었습니다.

누구나 성장하면서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을 것입니다. 가끔은 한국에도 장애인 당사자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나 미디어에서도 자연스럽게 노출될 필요가 있습니다. 비장애인의 시선이 아닌 장애인 당사자의 정직한 시선으로 말입니다. 비장애인의 시선으로는 장애인 당사자의 마음을 100% 대변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장애인의 성공 신화를 좋아했습니다. 비장애인이 바라보는 비폭력적인 시선에 맞춘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성공신화보다는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장애 유형의 특성을 구구절절 늘어놓은 것보다 재치있게 풀이하여 자신만의 해학이 담긴 책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게 됩니다.

무엇보다 진심을 담아 글을 통해 울림을 줄 수 있다면, 일상 속의 공감을 통한 사람들도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꽃이 있으며, 스토리를 통해 그 봉오리를 아름답게 피울 수 있습니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애인 당사자 개개인의 이야기 기록으로 훗날 장애가 없는 세상이 오더라도 미래의 귀한 유산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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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영 칼럼니스트 작가 강연가 소셜벤처기업 (주)BOIDA CEO, UNESCO Irish Writer Center Dublin, 동국대학교 창작 작가 과정을 수료했다. 대표 강연으로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 <고요속의 대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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