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일환 중 하나로 우리는 직장에 취직하거나 여러 활동 등을 통해 돈을 번다. 이를 통해 가족의 행복은 물론 자신의 자아실현을 추구하게 된다.

그런데 저소득층은 고용으로 인해 생계에 걸림돌 되는 경우가 발생해 가족 행복 및 자신의 자아실현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저소득층이 비장애인에 비해 많은 장애인의 경우엔, 이런 상황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난달 22일, 24일 양일에 걸친 장애인권리협약 27조 ‘근로와 고용’ 일반논평 초안 논의에서도 이와 관련한 의견들이 나왔었다. 약간은 길어질 수 있으니 양해를 바란다.

사회보호제도가 고용을 추구하는 장애인을 불리하게 하는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발언하는 Inclusion International의 수 스웬슨(Sue Swenson)회장(좌측), 세계 정신보건서비스 이용자 및 피해자 인권센터 티나 민코비츠(Tina Minkowitz) 대표(우측). ⓒUNwebtv캡처

■ 사회보호제도로 장애인 고용이 불리하게 돼선 안 된다

24일 두 번째 세션 때, 세계 정신보건서비스 이용자 및 피해자 인권센터의 티나 민코비츠(Tina Minkowitz) 대표는 정신장애인과 관련한 발언을 하면서, 사회보호제도가 고용을 추구하는 장애인을 불리하게 해선 안 된다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사회보호제도를 통해 적절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를 지킬 수 있게 해야 하며, 이 제도는 유예기간을 두고 장애인의 고용 기간에도 적용돼야 한단 의견을 남겼다. 인클루젼 인터내셔널(Inclusion International)의 수 스웬슨(Sue Swenson)회장도 사회보호제도가 실업자나 할 일이 충분치 않은 장애인들이 법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하는 중요성을 알게 된다는 말을 남겼다.

이 의견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권자인 장애인이 취업하려는 경우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저소득층 등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생계급여 등을 실시해 최저생활 보장은 물론 자활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다.

참고로 이 제도엔 교육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생계급여 등이 있는데 각각 가구소득의 중위소득의 30-50% 이하인 경우, 각각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중위소득이란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고시하는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을 말한다.

또한, 소득인정액이란 개념이 있는데 이는 가구 생활수준의 형평성 있는 고려를 위해, 가구의 월소득에 토지·주택·금융재산·자동차 등 보유재산의 월소득 환산액을 합산하는 등 소득‧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합한 것을 말한다.

2021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관련 급여종류별 수급자 선정기준 예시 및 가구별?급여별 기준 중위소득 표. ⓒ보건복지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수급권 자격이 있는 장애인이 취업했을 경우, 소득인정액을 넘게 되면, 수급권자에서 탈락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예전에도 발생했었지만 지금도 그런 상황은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장애인은 의료비 등의 상당한 부담으로 인해 생계에 위협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장애계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일해도 가난한 경우에는 유예기간을 두어 생계급여 등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일하면서 돈을 벌어 생계에 위협을 받지 않게 될 정도가 되었을 경우엔, 탈수급을 하게끔 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장애인만 그렇게 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장애계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로 인해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들은 고용에 진입해 일하려 하기보다는 기초생활 급여를 받기 위해 일하지 않으려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 물론 의료급여 등을 받아 병원비가 약간은 줄어드는 건 있지만 말이다.

결국,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사회보호제도로 인해 장애인이 고용에 진입하려는 것이 불리하게 되는 경우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지 않도록 장애계 주장대로, 기초생활수급 유예기간을 두어야 하는데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그렇게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장애인 의료비에선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뿐만 아니라 이에 해당하지 않는 장애인들의 비급여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예산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비급여가 장애인 의료비 중 가장 크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까지 더해지고 돈을 충분히 벌 정도 되면, 생계 위협을 받지 않으면서 탈수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티나 민코비츠 대표와 수 스웬슨 회장의 말처럼, 사회보호제도가 장애인 근로‧고용의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는 내용이 27조 근로와 고용의 일반논평에 들어가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장애인이 고용에 진입하려는 동력을 얻고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저소득 상태의 비장애인도 같이 취업하려는 동기를 얻어 생계에 위협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보호작업장의 현실과 그 곳에서의 삶에 대해 각각 말하는 Inclusion International의 마크 마펨바(Mark Mapemba)부회장(좌측), Inclusion Ireland의 Paul Alford회원(우측). ⓒUNwebtv캡처

■ 보호작업장 폐쇄, 최저임금 보장

지적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세계 단체인 인클루젼 인터내셔널의 아일랜드 지부인 인클루젼 아일랜드(Inclusion Ireland)의 폴 앨포드(Paul Alford)회원은 38년 전 장애 서비스의 일환으로 보호작업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많은 일을 했지만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했고, 그 보호작업장은 현재 폐쇄되었다고 한다.

나중에 보호작업장에서 다시 근무했을 때도 역시 많은 돈을 받지 못했고, 2005년도에 보호작업장을 떠났을 때는 5유로를 받았단다. 지금은 인클루젼 아일랜드에서 많은 돈을 받고 일한다고 하면서 보호작업장을 다시 열지 말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인클루젼 인터내셔널의 수 스웬슨(Sue Swenson)회장도 24일 기조발표에서 보호작업장과 같은 나쁜 폐습은 뿌리 뽑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인클루전 인터내셔널의 마크 마펨바(Mark Mapemba)부회장은 지적장애인이 보호작업장과 같은 분리된 공간에서 일하고, 저임금에다 적절한 급여를 받지 못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진짜 일자리로 전이하는데 필요한 지원 또한 충분치 않다고도 했다.

한편, 유럽장애포럼에서는 보호작업장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장애인권리위원회가 이해하고 있는 바를 정의하고, 일반노동시장에 대한 정의도 아울러 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보호작업장에 있는 근로자가 일반노동시장으로의 전이가 가능하도록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점도 말했다.

이 얘기들을 들으며, 세계 어디를 가나 지적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은 참 요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폐성 장애인도 취업기회 자체가 제한되고 적절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등 사정은 지적장애인과 거의 비슷하다.

나로센터 내 보호작업장. ⓒ에이블뉴스DB

우리나라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보호작업장 평균임금은 42만 3천 원이다. 하지만 이는 평균적인 것이고 실제 10만 원 이하를 받는 장애인도 5.1%나 될 정도로, 수두룩하다.

잘 알다시피 최저임금법 7조 1항의 최저임금 적용제외 조항이 있는데 정신장애와 신체장애로 인해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에 대해 적용을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없고, 채용기관의 자의로 결정하기에 최저임금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받는 장애인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최저임금 적용받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기 위한 차원에서 보충급여를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장애계는 직업재활기금에서 보충급여를 마련해 장애인에게 보상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선 복지부 일반회계로 보충급여를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이견이 있어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한편 보건복지부에서는 최저임금 감액제도를 2015년도에 추진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직업재활시설의 임금부담이 클 것을 우려했기에 그랬다. 최저임금 시급에서 일정 비율을 감액해 돈을 주는 것이 최저임금 감액제도인 거다.

그런데 직업재활시설과 기업 입장에서는 적용제외 때보다 임금부담이 크다고 호소한다. 장애인 입장에선, 장애인연금이 있긴 하나 이것 또한 의학적 등급에 기반한 지급대상에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라 최저임금 감액제를 통해 돈을 받아 다 합쳐도 최저임금 이상의 소득보장은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4년 전, 최저임금 도입 이행에 관한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4개 단체에서 개최한 ‘장애인 최저임금 도입을 위한 토론회 발표 모습. ⓒ에이블뉴스DB

미국의 경우는 장애연금의 지원수준이 충분해 장애인은 장애연금까지 합쳐서 최저임금 이상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는 거다. 그러니, 최저임금 감액제 시행이 미국에서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장애인연금이 그런 상황이 아니니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 때문에 장애계에서는 최저임금 감액제의 도입을 반대하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최저임금법 제7조 1항을 폐지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최저임금 적용제외를 받는 장애인에게 국가가 보충급여를 주어야 함은 당연한데, 구체적 도입 움직임은 아직 없다. 이에 대해 장애계와 장애인 당사자, 그리고 정부, 전문가 사이에 치열한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 하겠다.

그런데 장애인은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까지 있고 이는 장애 정도, 개인에 따라서 다 다르다. 최저임금만 가지고 인간다운 삶을 충분히 살아가기엔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올해 2월 한 칼럼니스트가 언급한 것처럼, 최저임금에 추가비용까지 합쳐 임금을 주는 이른바 장애인 생활임금까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 생활임금일 때 장애인의 진정한 인간다운 삶이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우선 최저임금 보장 논의만을 집중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보호작업장을 폐쇄하고, 더욱 많은 장애인들이 보호작업장을 포함한 직업재활시설에서 경쟁고용시장으로 전이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일터에서의 정당한 편의를 포함한 구체적 대안과 중장기 계획도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근본적으로 복지가 아닌 권리 차원으로 장애인 고용을 바라보고 장애에 대한 의료적 관점을 폐기하는 등 사회의 관점 변화가 꾸준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제네바 UN회의장. ⓒUNwebtv캡처

현재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서는 보호작업장은 폐쇄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한다. 필자도 위원회가 우리나라에 권고한 것처럼 보호작업장을 폐쇄하고 경쟁고용시장으로의 전이 등 다른 대안을 만들어냄은 물론 최저임금을 보장하라는 내용을 일반논평에 포함시켰으면 한다.

그래서 동등한 가치를 갖는 업무에 대해 동등한 기회, 보수를 인정하는 등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하라는 장애인권리협약 27조 1항 (나)호의 내용을 현실로 만들게끔 하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

이제 정리하면, 장애인 근로‧고용으로 인해 생계에 걸림돌이 되거나 궁핍해져서는 안 되며 적정 생활수준을 보장해야 한다는 너무 당연하고도 중요한 이야기를 세계의 장애인 당사자들과 장애인 단체들을 대표해 발표자들이 강조한 것이다. 그만큼 장애인의 고용환경이 전 세계적으로 열악한 것이다.

그렇다. 근로‧고용을 통해,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는 장애인에게도 역시 있다. 그 권리는 장애인권리협약 28조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다. 이것을 이행하지 않고 방기하다시피한 정부는 각성하고, 장애인이 적정 생활수준을 누리도록 장애계를 비롯한 전문가 등 모두의 지혜를 모으고 고민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이 최우선이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장애인이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말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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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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