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대의 연예인. @강상헌

장애인은 연예인이다?

연예인의 경우에는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는다. 연예인이 거리를 지나가거나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에는 사람들이 관심이 쏠린다. 이것은 장애인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눈빛이 느껴진다. 요즘 부쩍 그런 눈초리를 느꼈다. 어린 시절에는 등하굣길에 또래 아이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지나쳐 지나가는 나를 뒤돌아봐서 구경할 정도였다.

성장하면서 그런 눈초리에 둔해졌는지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졌는지 시선을 못 느끼며 살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사람들의 시선이 부쩍 많이 느껴진다. 심지어 버스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내가 걷는 길목까지 고개를 돌려 지나가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럴 때면 긍정적으로 ‘내가 연예인이라 그래’라고 말을 한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연예인을 보면 뚫어지게 쳐다보듯이 나를 그렇게 쳐다본다.

내가 연예인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웃고 넘어가게 된다.

피하지 못하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고 있지만 문득 문득 가슴의 상처로 돌아온다. 정신승리자가 되어야 한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지만, 현대사회에선 장애인은 아직도 매우 궁금한 대상인가 보다.

반면에 아주 궁금하고 신기한 대상일 뿐이지 양보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 나는 홀로 걸어서 이동할 수 있지만 오랫동안 걷기는 힘든 정도의 장애가 있다. 버스를 서서 타면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달리는 차 안에서 중심을 잡아, 서 있기는 너무 힘든 일이다. 장거리를 버스에 서서 이동할 때는 온몸의 근육에 힘을 주었기 때문에 밤새 통증을 느낀다.

출퇴근 시간에 버스를 타면 앉아본 적이 없다. 이렇게 사람들은 그저 나를 신기하고 궁금한 존재로만 생각 할 뿐 양보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

파리에 갔을 때 일이다. 2018년 여름에 파리로 혼자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유럽에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적인 일들이 있었다.

혼자서 파리의 거리를 걷고 있는데 청년 무리가 나의 걸음걸이를 흉내를 내며 조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조롱은 초등학교 때 이후로 당해보지 않은 충격이었다.

청년 무리들은 쫓아오면서 나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며 낄낄거리고 웃고 있었다. 다행인 것인지 불행인 것인지 나는 불어를 하지 못해 저들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프랑스의 장애인식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한편으로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려 한다. 어렸을 때, 엄마께 사람들이 왜 자꾸 날 쳐다보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엄마는 예뻐서 쳐다본다고 대답했고 그 이후에는 단순히 예뻐서 쳐다본다고 자기암시를 통해 즐기며 살아왔다.

대강당에서 수업시간에 맨 뒷자리 앉아 자기소개한 적이 있다. 내 차례가 와서 발표했을 때 모두의 시선은 뒤돌아봐 나를 향했다. 옆자리 친구의 자기소개는 관심도 없이 쳐다보지 않던 사람들이 말이다.

나의 목소리는 멀리서도 김소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있는 장애의 특성이 드러나는 개성 있는 목소리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머리를 돌려가면서까지 의아한 모습으로 쳐다보았다.

이러한 시선은 나만의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를 즐겨야겠다는 마음 다짐을 했다.

현재 학계에서도 장애수용의 개념을 넘어 장애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장애 정체감이라는 개념이 연구되고 있다.

장애정체감이란 장애인만이 가질 수 있는 장애인의 삶에 대한 태도로써 장애인인 것에 대해 부끄럽거나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임에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다.

즉, 자신의 장애인인 것에 대한 회의적이거나 도피적인 생각을 하지 말고 장애인의 삶을 즐겨야 한다. 장애를 악이나 불행으로 여기지 않고 개성으로서 비장애인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특권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 복지를 좀 더 이해하고 정책적인 면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으며 에이블뉴스에도 칼럼을 작성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장애인이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김소리 칼럼니스트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며 고양이와 함께 살아간다. 뇌병변장애인의 입장에서 다른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만나 소통을 통하여 평범한 이야기를 그리고, 장애인의 시각으로 여러 미디어를 해석해본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