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과학적인 이론이 아닌, 인간의 주관적인 내부의식이 발현되는 과정이며 결과물입니다. 특히, 선과 색감으로 표현되는 미술예술은 감성의 특수한 의식이 담겨 있는 개개인의 고유한 본질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인간의 고유한 성질, 본성, 본능이란 원래부터 존재하고 있는 것,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객관적인 실재입니다.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개성’이라고 표현되는 모든 감각인 것입니다.

이렇듯 인간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각자의 ‘개성’대로 창작한 미술 예술에서조차 세상은 사회적 차별과 편견으로 선을 가르는 듯합니다. 갑자기 이야기 흐름이 ‘예술’과 의도적인 기만을 뜻하는 ‘차별’의 조합이라니, 불쑥 자다가 봉창 뚜디린다?고 한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제가 서두에 예술 이야기를 나열하다가 차별이라는 단어로 봉창을 뚜디린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제 아들이 화가로 활동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며 자주 유리 천장의 비유를 실감합니다.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하는 차단의 의미는 여성이나 소수민족 출신자들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다는 뜻만은 아닌 듯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화가나 미술가가 되는 길은 미술을 전공하기 위한 입시미술을 거쳐 다년간 교육으로 수련된 미적기술이 집약된 공식대로 그리는 훈련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물론 교육이나 학문적인 측면에서는 중요한 구심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창조활동이라고 정의한 예술의 ‘창작’이라는 개념을 우선으로 본다면 고전적인 학습된 정형화야말로 차별받아야? 할 예술적 관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 화가로 활동 중인 발달장애인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예전엔 상상과 연상의 능력 결여를 운운하며 발달장애인은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는 억설이 떠돌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만 그것은 잘못된 논리로 분칠한 궤변임을 증명하듯, 요즘 발달장애가 있는 화가들의 약진이 돋보입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화가들은 당사자의 특성상 입시미술이나 공식대로 학습한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다. 인간의 주관적인 내부의식을 철저하게 고수하며 힘껏 자신을 표현하고자 그림이라는 언어로 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잘 그린다는 평가를 위한 욕심이 아닌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내가 중심이 되어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의 그림 속의 선과 색채들이야말로 예술에 대한 합당하고 유일한 정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림 전시가 기획된 전시장이나 갤러리에 가서 보면 항상 의아합니다. 비장애화가들은 그들대로, 장애가 있는 화가들은 또 그들대로 따로 무리지어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물론 활동하는 분야나 범위 상 이어지는 교류는 분명 존재하겠지만 어쩌다가 그림예술마저 장애, 비장애를 구분지어 감상하게 되었을까요?

아! 그림활동의 역사와 인구수로 보자면 비장애인들이 강세인 이유도 있지만 요즘처럼 다양화, 다변화, 다각화가 조명되는 시대에 ‘이건 아니지....’ 저절로 개탄이 나옵니다.

그래도 조금씩 변화되어 선진적 예술관으로 장애작가와 비장애작가의 콜라보 전시를 기획하는 분들도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미술예술은 투명한 유리 장벽이 존재함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물론 발달장애인들이 그리는 선과 색감은 학습되고 교육된 그림과는 다!릅!니!다! 미술교육이 개입되어 있지 않다고 틀!리!다! 고 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계산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현대미술에서 요구하는 치유와 힐링의 조건으로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정형화된 정물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자유로운 해방감으로 일상의 고단함을 회복하려는 사람도 있듯이 예술 장르의 다양성의 존재를 우리는 알아가야 하겠습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과 초대작가들. ⓒ영등포구청

2021년 새해를 밝게 해 준 전시회 소개를 합니다.

영등포구에서 맞춤별 복지서비스 지원을 위한 가족지원센터가 개소되었습니다.

영등포구장애인가족지원센터(센터장 정순경)의 출발을 축하하며 발달장애화가 이다래 작가가 작품을 기증했다는 소식입니다. 익히 알려진 섬세하고 화려한 색채로 호평 받고 있는 유명 인기작가, 이다래 작가의 예술적 재능이 사회적 가치를 빛내는 찰나의 순간입니다.

이다래 작가의 선행을 계기로 발달장애 화가 5인의 초대 전시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다래, 금채민, 김기정, 이규재, 정도운 작가가 초대되어 영등포구청(구청장 채현일) 3층 로비갤러리에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관공서의 완고함, 고지식함, 곧음, 단단함에서 주는 답답한 느낌을 갤러리를 통해 유연한 친밀감으로 순화하여 일의 능률을 높이고자 하는 채현일 구청장의 변혁적 리더십에 놀랐습니다.

채현일 영등포 구청장과 작가들과의 만남. ⓒ영등포구청

갤러리에는 발달장애화가 5인의 작품만 걸린 것이 아니라 비장애화가 3인도 함께 콜라보 된 기획전시여서 제 개인적으로는 더 의미 깊게 느껴졌습니다.

늘 그렇듯 시혜적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느껴질 법한 관공서의 전시에 장애, 비장애 작가가 어우러져 그림이 걸린 것은 아마 영등포구청이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전시기획이 아닐까합니다.

작가와의 간담회에서 ‘함께하는’ 전시 컨셉이 놀랍다고 나름 개인적 감사의 소회를 밝히는데 채현일 구청장의 한마디가 더 깊게 울려옵니다.

“예술에 장애, 비장애가 어디 있습니까!”

순간, 구청장 뒤로 보이는 벽면에 ‘탁트인 영등포구’ 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어쩜 그리 제 마음에 와 닿던지,,,,, 예술적 감각마저도 ‘탁트인 영등포구’ 인정합니다.

탁! 트인 소통과 공감으로 시대를 앞서가는 영등포구청과 영등포구장애인가족지원센터의 맞춤복지서비스 지원 체계가 선두적인 모범으로 앞서가길 기대하며.

◼영등포 Art Bank Vol 2.

- 가능성의 예술과 함께하는 “일상이 예술이 되다”

◼2021. 1. 11 ~ 4. 30

◼영등포구청 3층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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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칼럼니스트 발달장애화가 이규재의 어머니이고, 교육학자로 국제교육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본능적인 감각의 자유로움으로부터 표현되는 발달장애예술인의 미술이나 음악이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적 가치로 빛나고 있음을 여러 매체에 글로 소개하여,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며 장애인의 예술세계를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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