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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 수어? '수어'입니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1-19 08:59:28
코로나 이전, 강의 현장에서 비장애인 학생들에게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중 '수어'에 대해 아느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대다수였습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코로나 브리핑 TV에서 수어통역을 해주는 모습이 늘면서 비장애인도 하나 둘씩 수어를 알고 있다는 반응입니다. (심지어, 초등학생 중 한명이 '코로나'라는 수어를 알고 있다며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반복돼서 나오다보니 기억하기 쉬웠나봅니다.)

수어농인(청각장애인)의 손의 움직임을 포함한 신체적 신호를 이용하여 의사를 전달하는 시각언어입니다. 과거에 써온 ‘수화’와 최신 용어인 ‘수어’라는 의미의 차이에서 많은 분이 헷갈리실 것입니다.

2016년 2월 3일, 농인의 오랜 염원이었던 ‘한국수어언어법’이 제정되면서 한국수어도 한국어와 동등한 언어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수어는 다른 음성 언어와 마찬가지로 자연 언어에 속하므로 음운론, 행태론, 통사론 등이 존재하며 음성 언어의 모국어 습득과 마찬가지로 자연 습득 됩니다. 국립국어원까지 협력하여 많은 연구를 하고 있으니 수어의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혼란이 가중된 일이 있었습니다.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와 마찬가지로 어떤 단어를 쓸 것인지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 부터 수십번 논의되어왔지만, 30년 넘게 언어로 인정받지 못한 ‘수화농인의 한과 설움 그리고 옛 틀을 벗어나자며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오랫동안 인식되어온 ‘수화’를 바뀐다는 것이 막상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국수화언어로 하자’, ‘기존대로 수화로 통용하자’, ’수어로 하자.’ 이런 주장이 나왔지만, 결국 ‘한국수화언어’를 줄인 ‘수어’로 결정하게 되었고 정식용어로 자리매김하기 전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필자 역시 어린 시절부터 ‘수화’라는 단어를 계속 읽어서 그런지 바뀐다는 것이 쉽지 않았고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필자의 두 번째 책 <고요 속의 대화>에서도 수화를 쓸지, 수어를 쓸지 고민도 했으며, 기존에 썼던 수화수어로 바꾸자니 문맥이 이상해 보이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문에 탈고작업이 한 달 정도 밀린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수어’가 오히려 언어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어서 지금은 ‘수화’라는 단어가 마치 옛날의 케케묵은 단어같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오기까지 몇 년이 걸렸는지 모릅니다.

해외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유럽과 미국 등 복지 선진국은 2~30년 전에도 이미 언어적으로 인정을 받아 오랫동안 연구 중에 있습니다. 아시아 중에 한국은 그나마 조금 나은 상황입니다. 일본은 일부 지역에만 언어적으로 인정받은 상황입니다. 아프리카에도 셀 수 없는 종족 집단이 모여 살아가고 있는 지역 특성으로 인해, 언어가 통일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재 아프리카 곳곳에는 미국 수어(ASL)나 프랑스 수어(FSL)를 쓰고 있습니다. 미국수어는 미국 선교사들이 아프리카에 와서 성경을 미국 수어로 해석해 선교하다 보니 생겨난 일이라고 하고 프랑스는 식민지로 인해 프랑스 수어를 보급화하기도 했습니다. 토고, 세네갈, 카메룬, 남아공 같은 나라는 프랑스 수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고 수어 연구가 활발한 나라가 프랑스인데요. 참고로 미국 역시 프랑스 수어 시스템을 가지고 와서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언어가 한번 배포되면, 그 언어를 계속 쓰게 되는 언어적인 특성으로 인해 변경하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언어를 다시 배우기란 쉽지 않고, 이를 보니 한 국민이 고유의 언어를 유지하는 것이란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다행히도 현재 아프리카 고유의 수어를 지키기 위해 연구하고 있는 움직임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수어는 일제강점기부터 제대로 쓰기 시작했는데, 안타깝게도 연구와 기반이 부족해 일본 수어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일본 수어와 한국수어와 비슷하다는 평을 받기도 합니다. 예컨대, ‘감사합니다’라는 수어도 같은 손 모양이지만 뉘앙스는 다릅니다. 일본 문화는 매사에 예의를 갖춰서 하기 때문에 딱딱한 느낌인 반면, 한국은 부드러운 느낌입니다.

일본수어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10년 전 일본 도쿄에 갔을 때 우연히 일본 농인들을 만났는데, 어떻게 소통해야 할 지 난감했는데 일본수어에서 한국수어와 비슷한 단어를 발견하여 매우 기뻤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로 잘 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왜 비슷할까? 의구심을 가졌는데, 알고 보니 1950년대 당시 한국은 수어 연구 기반도 매우 부족해 일본 수어를 그대로 가져와서 보급하는 과정에서 한국수어와 비슷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한국 수어가 정식 언어로 인정받고 있으니 일본수어를 따라 하기보다는 독자적인 한국 고유의 문화가 담긴 수어가 나오길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어가 언어로 인정받게 되면, 좋은 사례가 나올 수 있습니다. 미국, 영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은 이미 수화언어가 법적으로 인정받아 학계 연구를 하는 등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어에 대한 인식개선도 잘 발전이 되어있어 정부에서 정책발표나 기자 회견 시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고 방송에도 내보내기도 합니다. 심지어 현장에서도 수어통역사를 파견하여 텔레비전에도 50%의 비율로 크게 나와 있습니다.

이렇게 배치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농인도 ‘알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인구의 3~5%에 해당하는 숫자이지만, 법적인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며, 수어통역사 배치를 ‘당연하게도’ 배치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으니 국민의식이 얼마나 뛰어난 사례인지 볼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한국 역시, 이런 노력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코로나19 이후로 두드려져 주요 정책발표 등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의 주요 정책 발표 등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하는 것은 의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계기로 수어의 위상을 높이고, 농인들의 자부심도 높일 수 있게 수어농인이 겪는 차별을 줄일 수 있는 작은 출발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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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노선영 (souldea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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