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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장애인의 건강 첫걸음

받아야 만성질환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1-19 14:12:13
작년 말 생애 첫 암 검진과 함께 건강검진을 받았다. 예전에 일하던 직장(병원)엔 원내에 건강검진실이 있어 내시경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직한 직장은 검진실이 없어 외부로 나가야 했다. 외부 의료기관에 날짜 예약을 하고 검진을 받았다.

항상 건강을 자신했기에 이번에도 괜찮겠지 싶었는데, 검진 결과지를 받아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건강관리가 필요한 중년의 시작인가. 간 수치는 재검이 필요한 정도, 혈압도 정상 범위의 경계에 있었다.

갑작스러운 간 수치 상승에 놀라 부랴부랴 인근 의원을 찾아가 추가 검사를 하고 복약 및 생활지도를 받았다. 야식 금지, 음주 금지, 채식 위주의 규칙적인 식사 필수, 운동 주 3회 이상 등등.

건강검진을 받지 않고 지냈으면 대사증후군(고혈압, 고혈당, 고중성지방 등) 때문에 언젠간 탈이 났을 것이다. 내 경우 간경화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에 초기 약물복용 및 식습관의 변화는 매우 중요했다.

그렇게 1개월을 조심하며 지낸 후 재검 결과 ‘정상 수치’ 결과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 한시름 덜었다. 대사증후군 때문에 걱정되긴 이번이 처음이어서 가족들까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만큼 건강검진은 현대인에게 너무도 중요하다.

최근 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발병 후 적극적인 의료적 개입의 기존 틀에서 운동이나 식습관 개선 등 사전 예방으로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다. 질병을 예방하는 삶은 개인의 건강에도 중요하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의료비용의 감소를 불러와 건강보험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

또 가벼운 증상이 생겼을 땐 인근 동네 주치의를 찾음으로써 2차 병원, 상급종합병원까지의 의료전달체계를 내실화할 수 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대한민국 보건 의료, 이젠 예방의학을 빼놓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를 반영하듯 건강검진 수검률도 전 국민 70% 중반을 유지하고 있고, 20대도 검진 대상에 포함되는 등 수검자 범위도 차근차근 넓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장애인을 대상으로 봤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2020년 10월 최혜영 의원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일반 건강검진, 암 검진, 구강검진 모두 비장애인 대비 수검률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보고되었다. 특히 중증 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보다 무려 23.3% 가 낮다. 여기엔 여러 원인이 있다.

첫째, 지역 장애인의 열악한 의료접근성을 꼽을 수 있다. 주택이나 빌라에 사는 와상장애인의 경우 보호자와 계단을 내려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 계단을 내려오더라도 사설 이송 기관에 요청하여 병원까지 이동하는 것 또한 비용 상 만만치가 않다.

둘째, 검진기관 환경의 어려움이다. 검진기관은 특히 연말이 되면 검진 성수기 특성상 적은 인력으로 다수를 수검하는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다. 따라서 와상장애인 등 중증장애인에게 맞춤형 검진을 제공하는 것은 현실에서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장애친화 건강검진 기관이 아닌 일반 중소병원이나 검진을 전문으로 하는 의원급에선 더더욱 힘들다.

셋째, 장애인 당사자들이 평소 재활치료 등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있어 검진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있다. 주기적인 전문의 진료와 그에 따른 혈액검사 시행은 건강검진 필요성을 상쇄시킨다.

넷째, 검진기관에서 장애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서이다. 현재 예비 의료인 교육 과정에는 장애와 관련된 커리큘럼이 거의 없다(재활의학과 제외).

학교 시절 장애와 관련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을뿐더러 임상에 나와서도 비장애인만 만났기에 ‘장애’는 매우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청각장애인 수검자에게 “환자분”이라고 부르는 게 이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몰라서인 것이다. 그러니 자연히 장애인 입장에서 검진기관 이용이 불편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검진 수검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나는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건강검진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다. 장애인 당사자가 거주하는 가까운 곳에서 건강검진을 받도록 안내하는 것, 장애 유형과 중증도에 따라 어떤 검진기관을 이용하면 좋은지 찾아보는 것, 이동의 측면이라든지 수어통역과 같은 편의제공에 대한 부분까지 두루 생각하고 있다. 또 검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검진 결과에 따라 지역의 장애인주치의와 보건소 CBR(지역사회중심재활)을 통해 지속 사후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어려움이 많지만, 실제 작년 말부터 서울시복지재단과 협력 하에 탈시설 장애인의 건강검진 연계사업을 진행하는 등 일선에서 장애인 건강검진을 위해 센터 직원 모두 애쓰고 있다. 하지만 어려움도 많다. 뜻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선뜻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는 검진기관(민간) 담당자들의 얘길 들으면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이해 못 하는 바도 아니다.

여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헤치고 나가는 게 나의 임무이자,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임무이기에, 우린 장애인의 건강을 위해 또 열심히 달린다. 장애인 건강권 법을 지키고 수행하는 우리의 발걸음이 항상 빛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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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준수 (loverjuns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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