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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장애인 차별’로 점철된 경자년을 보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역사회통합 모색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12-31 10:17:29
2020년과 코로나 바이러스 ⓒPixabay 에이블포토로 보기 2020년과 코로나 바이러스 ⓒPixabay
올해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월의 마지막으로 가고 있다. 시간이 빠르다는 게 느껴지지만, 장애계에 냉혹한 현실이 계속 몰아치는 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올해 초, 이해찬 의원의 ‘선천적인 장애인은 후천적인 장애인보다 의지가 약하데요’라는 발언 등 국회의원들의 장애인 비하 사건으로 그 영향이 장애계에 일파만파 번졌다. 장애계는 의원들의 인권교육을 요구하며, 이들의 행위를 성토했다.

4년 전, 장애인 비례대표 전무라는 과거가 있기에, 장애인을 경멸하는 이들의 태도를 보며 국회로 진출하는 장애인이 하나도 없는 건 아닐까 우려가 들기도 했다. 21대 총선에서는 국회에 진출한 장애인이 3명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나, 이들과 장애인 당사자, 장애계의 협력과 활발한 활동으로 장애인 인권증진이 점점 현실이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장애인 비하 사건 이후에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했다. 하지만 올해 말까지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고, 겨울에 접어들며 코로나 확진자 수는 하루당 1천 명에 육박할 정도로 지역사회 감염 전파속도가 상당한 형국이다.

특히, 올해 2월, 청도 대남병원 폐쇄정신병동에서 103명의 정신장애인이 무더기 확진을 받았다. 이 가운데 제1호 코로나 사망자도 나왔다. 영양이 부실한 상태에서 폐쇄된 환경에 오랫동안 있다 보니 면역력이 떨어져서 나타난 결과라고 본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장애계에선 개방된 지역사회 환경에서의 치료가 필요하다며, 탈시설-탈원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코호트 격리’를 채택해 장애인들의 감염 위험성을 높이는 어이없는 행태를 하고 있다.

자립지원체계가 열악하니 이런 격리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시설 측의 외부 교류 차단 강화로 인해 장애인들의 정서불안 및 고립감은 커지고, 당사자 직접 대면이 기피되다 보니 대리 처방 등으로 장애인의 건강상태는 악화되었다. 종사자들의 스트레스도 심해져 자칫 잘못하면 장애인 학대는 더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코호트 격리에 반대, ‘코로나19 장애인안전대책 마련하라!’는 피켓을 들며 자신의 의사를 전하는 중증장애인 모습 ⓒ에이블뉴스 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코호트 격리에 반대, ‘코로나19 장애인안전대책 마련하라!’는 피켓을 들며 자신의 의사를 전하는 중증장애인 모습 ⓒ에이블뉴스 DB
지역사회 거주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들도 감염병 확산 우려로 시설이 닫히는 바람에 활동지원의 필요 급여량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경우 집에 있는 때가 많아지고, 체계적이지 않고 열악한 가족지원체계다 보니, 장애인을 오롯이 가족이 책임지게 되어, 결국 동반 자살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에 따른 가족지원체계로 재설계했다면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코로나19 확진자와 감염병 추이 등의 정보취득에 있어, 청각장애 단체들의 요구가 있었기에 수어통역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를 겪는 장애인의 경우에는 실시간 정보가 어려워, 감염병 추이, 확진자 등의 상황을 알기 쉽지 않았다. 그나마 소소한 소통에서 코로나 19에 대한 쉬운 개괄적 정보를 만든 게 조금 다행이라면 다행이려나?

코로나 시국에도 장애인의 건강권은 침해당하고 있었다.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이용한 검진과 관련해, 그곳에는 수어통역 및 문자통역 지원이 부재함은 물론, 의사소통과 행동적 지원을 위한 인력과 방법 또한 부재했다. 감염에 취약한 신장장애인의 경우 별도 검진을 위한 이동지원수단 역시 부재했다.

적절한 진료도 어려웠는데 이는 의료진의 장애인식 및 장애인 진료경험이 낮아서인 것도 있었다. 보건의료기관의 물리적‧심리적‧경제적 접근성이 열악한 현실이 코로나 시국에서 드러난 것이며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 장애인건강권법에서 장애유형별 편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법률에서 장애를 고려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장애인이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을 경우엔, 병원에서 간호사 외에는 활동지원사와 같은 별도 생활지원인력 등은 해당 병원의 허가가 없는 한 입원 자체가 불가능해 신체보조 등의 지원을 할 수 없고, 서울시에서는 긴급지원마저 부재했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최근 서울시에서 장애인 확진자에 대해 24시간 활동지원을 최대 2주간 긴급지원하거나 국립재활원에서 특수병상을 연내 운영해 활동지원이 가능하도록 한 점은 부족하지만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장애인 고용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국제컨퍼런스 전경. ⓒ이원무 에이블포토로 보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장애인 고용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국제컨퍼런스 전경. ⓒ이원무
장애인의 교육권도 침해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코로나로 인한 전염병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학교 개학은 연기되고 대면 대신 온라인 수업이 대세를 이루었다.

하지만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를 겪는 학생들에게 이런 수업 방식이 적합할 리 만무했다. 모바일, 웹 접근성이 열악한 데다, 교과내용을 짧고도 쉽게 바꾸는 교수적 수정을 하는 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온라인 수업 관련 가이드라인도 없다. 교육권 침해를 줄이기 위해 교수적 수정에 능통하고 원격수업을 지원할 인력을 배치할 필요성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코로나 시국의 생계에서도 차별은 있었다. 올해 4~5월 ‘생계지원 및 고용안정’ 추경이 25조 원이었는데, 반 정도가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이었고 지원 성격도 일회성-한시적이었다. 반면 긴급경제대책에선 300조 원의 예산이 은행, 증권사 등의 금융업계와 대기업 등의 기업에 지원되었다.

심지어 1차 긴급재난지원금 수급권자들 가운데 복지관에서 복지 일자리로 일하던 장애인들을 포함한 상당수의 장애인들이 2차 때는 지원금 수급자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바이러스는 무차별인데, 생계에서는 사회적 소수계층이 차별을 당하는 것을 보고 어이상실하기까지 했다.

이외에도 비장애인에 비해 취업에서 차별을 겪는 장애인들이 일하는 직업재활시설 등도 코로나로 인해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역시 상당수의 장애인들이 생계에 직접적 타격을 받았다. 더군다나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까지 생각하면 이들에겐 코로나가 재앙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인권위 건물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중증장애인 A씨가 전화연결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에이블포토로 보기 최근 인권위 건물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중증장애인 A씨가 전화연결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편, 장애인 활동지원 65세 이상 허용, 탈시설지원법 발의, 시각장애인의 점자형 선거공보 제작 면수를 책자형 선거공보 면수의 두 배 이내에서 작성하도록 한 법안 통과 등은 올해 장애계가 보기에 분명 희망이 보이는 소식이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 비하나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사는 것을 꺼리는 우리 사회의 정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분리되어 시설이나 정신병원에서 강요받는 삶을 사는 정신적 장애인들, 열악한 정보‧의료접근성에 통합교육이 아닌 분리 교육이 주류를 이루는 현실을 생각하면 올 한 해는 장애인 차별로 점철된 한 해였다고 본다. 이런 민낮이 코로나라는 팬더믹으로 인해 더욱 도드라지게 드러났다는 생각까지 든다.

백신이 개발되어 코로나가 종식되고 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지 않고 장애인을 차별하는 정책들, 정서들이 이어진다면, 장애인들은 코로나와 같은 비슷한 전염병이 올 경우 열악한 정보‧의료접근성 등으로 인해 비장애인에 비해 건강 및 삶의 취약성을 올해와 같이 노출하게 될 것이다. 교육권이나 생계 등도 올해와 비슷하게 침해를 받게 될 것이다.

올해 안타까운 현실이 장애인들을 덮쳤지만, 장애인들의 권리 의식은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차법 등의 영향으로 조금씩 높아져 가고 있다. 이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정부, 지자체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다시 말하면 지역사회 통합에 대한 방안을 고민하며 진정으로 더불어 사는 길을 모색하길 필자는 바란다.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계의 구체적이고 강력한 의견이 들어가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장애 통합적 사회에 대한 국가계획을 요구하기로 결의했다. 그런 상황이기에, 지역사회통합이 현실로 되어 장애인의 삶 증진으로 이어지도록 장애인 당사자를 필두로, 국가, 지자체, 장애계 등까지 합세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코로나 시국으로 일상이 된 사회적 거리 두기. ⓒPixabay 에이블포토로 보기 코로나 시국으로 일상이 된 사회적 거리 두기. ⓒPixabay
그래서 건강, 소득, 고용, 문화, 정치참여 등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차별 없이 당당한 사회 일원으로 활동하며 장애인 정책의 주류화가 현실이 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갈 수 있게 되길.

필자도 올해 경자년을 보내며 코로나 때문에 건강에 대한 염려가 조금은 생겼었다. 하지만 열심히 영양 챙기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하고, 건강을 위해 운동도 꾸준히 하련다. 그래야 코로나에 잘 대처할 수 있을 테니까.

아무쪼록 내년에는 효과 있는 백신으로 코로나가 진정되어 종식됨은 물론, 직권조사 포함된 선택의정서 비준 소식이 들리는 등 장애인 인권 증진 계기가 되는 한 해이길 바라며.

내년 1월에 다시 칼럼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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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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