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장. ⓒPixabay

제21대 국회가 2020년도 종착역을 향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고, 이제 2021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최근 본회의 때 고무적인 소식들이 몇 가지 있었다. 먼저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만65세 이상이자 혼자 사회활동 어려운 장애인은 활동지원 신청자격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넣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전엔 만65세가 되면 활동지원 수급자들은 자연스레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으로 되었다. 전엔, 만65세가 되면 장기요양보험, 활동지원 중 하나를 고르는 식으로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주지 않음은 물론, 65세 이상의 장애인의 자립의지를 꺾어놓을 우려가 있었다. 여기에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전환하며 급여량까지 줄어드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번 개정안은 혼자 사회활동 어려운 만65세 이상의 장애인에게 활동지원과 장기요양보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선택권을 부여한 것이다. 즉 65세 이상의 장애인에게도 자립생활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다. 필자도 이 개정안을 환영하는 바이다.

다만 혼자 사회활동 어려운 장애인의 기준이 무엇인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65세 이상뿐만 아니라 그 이하도 활동지원급여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욕구에 따른 제도 전환 등을 국가와 지자체에서 장애계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으면 한다.

그리고 장애인학대와 관련해 학대범죄 정의 신설은 물론 취업제한명령 대상자를 장애인학대관련 범죄자까지 확대한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장애인학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었다.

선거권 보장에서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점자형 선거공보 제작 면수를 책자형 선거공보 면수의 두 배 이내에서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다른 이들과 동등하게 선거 정보를 얻고, 선거권과 참정권을 제대로 행사하는데 한발짝 다가서게 되는 계기를 갖기에 역시 반가웠다.

이외에도,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전문성 있는 기관에 위탁해서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의 발달장애인법 일부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본회의에서 통과된 내용이 장애인의 삶의 질 증진에 도움이 되도록 앞으로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겠다.

현재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입구. ⓒ이원무

하지만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내년 운영 예산이 한 푼도 늘어나지 않았다는 소식은 좀 화가 났다. 전국에 평균 3~4명의 인력이 행정, 회계, 초동수사 포함한 사건의 해결까지 등을 다 하는 등 인력부족 문제는 상당히 심각했고, 옹호인력의 전문성 제고까지 기대키 어려운 구조였다. 초동수사에 뒷짐지는 등 국가의 장애인학대에 대한 책임 부재까지도 있는 현실이었다.

그리고 복지부의 권익옹호기관 설치지침에도 접근성이 좋은 곳에 설치하라고 하지만, 그런 곳은, 관리비와 임대료가 비싸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인력충원 등을 통해 권익옹호기관 운영이 원활해지도록 기관 측에서 권익옹호기관 예산확대를 국회와 정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서 돌아온 대답은 ‘한 푼도 올릴 수 없다’였다. 이 소식을 들은 옹호인력들은 기분이 허탈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야근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실정인데 이런 식이면 장애인학대 방지를 위해 일할 동기가 조금씩 상실될 것이란 우려가 들기도 한다. 학대를 당하는 장애인에게도 그 여파가 갈 것도 예상되니 우려스럽다.

여기에는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장애인권익옹호를 노인과 아동보호 사업과 같은 것으로 보는 등 장애감수성이 떨어지고 보건복지부는 기재부에 질질 끌려다니는 형국을 한 것에 그 요인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시작한 2017년부터 기관은 줄곧 4년 동안 예산확대를 요구했었다. 물론 장애 분리통계를 위한 정보화시스템 구축비 18억 증액 등의 성과가 있었긴 했지만 운영예산에 있어선 거의 변화가 없었다. 예산확대 요구에 대한 정치권과 행정부의 벽은 높기만 하다.

또한,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그 가족을 지원키 위한 방법을 알기 위한 목적으로 50억 원을 장애계에서 요구하기도 했다. 지자체 실태조사로는 표본크기의 한계로 이들과 그 가족의 실태를 알기에는 한계가 있고, 복지부가 추정하는 지적‧자폐성 장애인 45,000원이 코로나 시국에 어떻게 생활하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에도 그 배경이 있었다.

하지만 예산은 6%인 3억 원만 배정되었다. 그렇게 되면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그 가족의 생활실태의 자세한 면면을 아는데 한계가 있어, 이들에 대한 세심한 맞춤형 정책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2년 전,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위한 대정부 투쟁 선포하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 100여명의 회원들 모습. ⓒ에이블뉴스 DB

그럼에도 그 예산을 통해선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시혜 대상으로 보는 정책의 민낮이 어느 부분에서는 구체적으로 드러나기를 바랄 뿐이다. 그게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시혜에서 권리 기반으로 지적‧자폐성 장애인 관련 정책이 바뀌게 되는 시작점이 되기를 말이다.

이번 국회 본회의에서, 장애인 학대 범죄자 취업제한 등의 내용을 통해 일말의 희망을 보기도 했지만, 권익옹호기관 예산이 동결되었다. 지적‧자폐성 장애인 권익을 위한 실태조사 비용 등이 거의 쥐꼬리 수준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정신적 장애인 관련 정책이 제공자 중심이요, 정신적 장애인 옹호는 아직도 갈 길 멀다는 느낌을 다시금 받는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무엇보다 장애에 대한 시혜와 의료적 관점에서 탈피해 장애를 다양성으로, 장애인을 권리의 주체로 보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인식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장애인 권리 증진을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음을 이번 국회 본회의를 통해 새삼스레 본다.

내년에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예산이 확대되도록 장애계와 장애인 당사자가 더욱 합심했으면 한다. 특히 정치권의 장애인 비례대표들이 장애계와 장애인 당사자들과 함께 소통한 것을 갖고, 예산 확대하도록 다른 의원들에게 압력을 많이 행사하는 게 필요하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예산 외에도 지적‧자폐성 장애인 실태조사, 장애인 건강주치의, 장애인 자조단체 관련 이슈 등 다른 이슈에서도 장애인의 삶의 질이 증진되도록 내년에는 제도 개선 및 예산확대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기재부를 비롯한 행정부와 정치권의 인식이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도록 장애계와 장애인 당사자, 비례대표 간의 관계가 전보다 좀 더 유기적으로 되어가길 바래본다. 특히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중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을 거다.

그래서 내년 12월 초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한숨 소리 나는 소식이 줄어들고, 장애인의 삶의 질 증진과 관련한 소식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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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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