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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옹호체계, 시설과 독립적이어야

장애인의 실질적 탈시설·자립생활로 가는 계기이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9-25 13:33:00
3년 전 7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쳘폐연대 등의 단체가 사회복지법인의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위탁운영에 반대하며 시설과 독립적인 위탁기준을 가질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3년 전 7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쳘폐연대 등의 단체가 사회복지법인의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위탁운영에 반대하며 시설과 독립적인 위탁기준을 가질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에이블뉴스DB
올해 7월, 울산광역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운영을 사회복지법인 참사랑에 위탁한다는 울산광역시의 발표가 있었다. 이 법인은 장애인 거주시설 ‘울산참사랑의집’과 공동생활가정 ‘봄날’을 운영하는 시설운영법인이다. 울산광역시는 3년 전에도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노인, 아동 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에 위탁한 경력이 있었다.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박탈하고 집단행동을 해야 하는 시설의 특성을 생각하면, 시설은 장애인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장애인 권익옹호기관이란 장애인 학대를 감시‧조사하고, 인권침해에 강력대응을 하며,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기관이다.

이 둘을 놓고 생각하면 시설에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운영을 위탁하는 것은 모순되며, 말도 안 되는 것이고, 당사자에겐 용납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 장애계는 공분하며, 울산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운영 관련 시설 위탁과정에 대한 철저한 공개를 울산광역시에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울산광역시는 자신의 결정을 철회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울산시와 사회복지법인 간 어떤 커넥션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되면 장애인 권익옹호는커녕 오히려 인권침해만 기승을 부리게 될 거다.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긴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필자도 이번 위탁과정을 철저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장애계 주장에 절대 공감하며, 후에라도 제대로 된 조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렇게 장애계의 공분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는 시설은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의 거주비율이 많은 곳이다. 시설에서는 이들을 인간 이하로 생각하고, 어린아이로 생각하는 편견 등으로 말미암아, 인권침해가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다.

발달장애인 학대 예방교육 책자 '걱정하지 말고 용기있게' 표지.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옹호기관,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에이블포토로 보기 발달장애인 학대 예방교육 책자 '걱정하지 말고 용기있게' 표지.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옹호기관, 피플퍼스트서울센터
'걱정하지 말고 용기있게' 책자에서 발달장애인 학대 사례 설명한 글과 그림. ⓒ보건복지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에이블포토로 보기 '걱정하지 말고 용기있게' 책자에서 발달장애인 학대 사례 설명한 글과 그림. ⓒ보건복지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하지만 가해자가 잘못을 반성했다고 하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장애인 인권침해는 집행유예, 징역 1년 이하 등의 솜방망이 처벌이 이루어지는 실정이다. 여기에 장애인 권리옹호에 대한 국가 책임의 부재까지 이어지고 있기에, 장애인 거주시설 내 인권침해는 반복되고 있는 거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내 인권지킴이단이 2012년부터 운영되기 시작했다. 복지시설 종사자는 장애인 학대 신고의무를 위반할 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종사자와 거주 장애인의 인권교육은 연 8시간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했었다.

하지만 당시 인권지킴이단은 거주 장애인과 직원으로 구성되었다. 거주 장애인이 대부분 지적‧자폐성 장애인이고, 이들을 어린아이로 보는 편견 등의 이유로, 장애인과 직원 간에 위계관계가 조성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인권침해를 당해도 자유로운 신고‧고발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는 물론, 인권교육도 형식적으로 되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5년 전, 거주시설 장애인의 인권 보호를 위해 인권지킴이단 과반수를 전면 재구성하기 시작해, 현재는 지킴이단 외부 인력풀이 변호사, 공공후견인 후보자, 인권전문가, 지역주민, 후원자, 이용 장애인 보호자 등으로 되었다. 전보다는 나아 보인다.

인권지킴이 지원센터가 인권지킴이단 운영을 지원한다고 홍보하는 그림.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인권지킴이지원센터 에이블포토로 보기 인권지킴이 지원센터가 인권지킴이단 운영을 지원한다고 홍보하는 그림.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인권지킴이지원센터
그런데 각 시설별 인권지킴이단을 지원하는 기관은 인권지킴이지원센터다. 이 센터의 주관기관은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인데, 협회는 시설 입장을 옹호‧대변하는 곳이다.

그리고 인권지킴이단 구성 시 시군구나 인권지킴이지원센터에서 외부 인력풀을 추천할 수 있는데, 지역주민과 후원자는 시설에 친한 사람일 수 있고, 대부분 이들로 외부 인력풀을 구성하게끔 해도 인권지킴이단 구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결국, 인권지킴이단이 시설과 독립적이지 않기에, 지킴이단의 인권침해 감시와 점검은 이전과 별반 다를 바 없이,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구조에서는, 장애인 학대가 줄어들 수 없다고 얘기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고, 이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거주시설 종사자, 이용자 관련 인권교육은 단기성·일회성인 경우가 많고 형식적이며, 강사가 없어 시설 내부 직원이 인권교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시설에 종속된 인권지킴이단의 구조,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시설 수탁 운영 등은 다음의 장애인권리협약 제16조 3항을 정면 위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사국은 모든 형태의 착취, 폭력 및 학대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독립적인 기관이 장애인에게 제공되도록 고안된 모든 시설과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것을 보장한다.’

3년 전 권익옹호 관련 토론회 당시 장애계 단체의 한 관계자는 인권지킴이단이 인권침해 해결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차라리 이용자 자치위원회를 만들어, 거주 장애인의 인권의식을 강화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할 정도였다. 시설에 독립적이지 않으니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아동학대금지를 기원하는 의미의 그네 위의 꽃. ⓒPixabay 에이블포토로 보기 아동학대금지를 기원하는 의미의 그네 위의 꽃. ⓒPixabay
따라서 인권지킴이단 구성에 지역주민과 후원자 등을 배제하는 식으로든가, 아니면 외부기관에 의한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하는 등으로, 인권침해를 감시, 조사해 강력대응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아까 말했던 울산 장애인권익옹호기관도 시설과는 상관없어야 한다. 이처럼 장애인 옹호체계는 시설과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이상, 시설에서의 인권침해는 줄어들지 않음은 물론 시설의 기득권들은 뿌리를 공고히 할 것이며, 시설 거주 장애인들의 인권유린은 계속 발생하며 끊이지 않을 것이다. 아니, 지금 상황에서는 이미 계속되고 있다.

물론 인권침해를 한 시설로 인해 시설 전체가 욕먹는다며, 억울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줄로 안다. 시설의 구조와 생리를 모르면서 무슨 얘기 하냐고 말이다. 이해는 간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시설은 장애인 당사자에겐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빼앗는 구조를 가진 곳이라, 인권침해의 구조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당사자들은 시설에 절대 있고 싶지 않다. 시설에서 나와서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리려면,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한 체계적인 권리옹호체계, 장애를 겪는 당사자 강의기회 증진을 통한 사회의 장기적 장애인식 제고, 그리고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에 따른 가족지원체계의 재설계 등이 뒤따라야겠지만 말이다.

시설과 독립적인 장애인 옹호체계야말로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 탈시설과 자립생활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부턴 그 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정부 당국자들과 장애계가 머리를 맞대고 다시 진지하게 할 때이다. 장애인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는 세상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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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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