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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휠체어 유감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9-03 11:29:43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미 2020년의 절반 이상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아직 위험하다고 한다. 이미 삶의 절반이 지나간 듯한데 아직도 힘들 일들이 남아 있는 듯하다.

전동휠체어가 고장이 났었다. 길을 가다가 갑자기 서버린 전동휠체어로 인해 그날 전체를 날려 버리고 아 힘들다 생각했다. 다음날은 센터 상반기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사업이 있는 날로 빠지면 안되었다. 행사 전날이라 남아 있는 사람들이 풍선도 불고 장소 셋팅에 정신이 없었다.

‘내일 갈 수 있을까?’

못 갈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우울했다. 이동이 어려워 어딘가를 갈 수 없었던 일들이 몇 없다. 전에 일하던 곳에서 시설 방문을 했었는데 장애인콜택시가 잡히지 않아 저녁 약속에 가지 못했던 일 외에는 없다.

생활시설은 거진 대부분 버스나 지하철이 잘 다니지 않아 전동휠체어 이용자인 나로서는 제 시간에 맞추어 뭔가를 하기가 어렵다. 또다시 감옥이다. 내 인생에 코로나19 외에 더 남아 있을 줄은 몰랐다.

날 수 없는 건 모두가 마찬가지이다. 하늘을 날 수 없는 것으로 장애라 부르지는 않는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언젠가는 사람들 개개인이 하늘을 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본인가? 외장골격이 나왔다고 한다. 외장골격은 걷지 못하는 장애인, 노인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다리로 걷게 도와 줄 수 있는 기계라고 한다. 걷는다. 걷는 건 바라지 않는다. 단지 내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으면 그걸로도 행복하다.

전동휠체어가 나에게 생긴 것은 아버지의 낯선 제안이었다. 아버지는 줄곧 나에게 걷기를 원하셨다. 니가 걸으면 아버지가 주무실 때도, 어디를 가더라도 좋을 거라셨다. 그러던 아버지가 어느날 길에서 전동휠체어를 보고 와서는 니도 전동휠체어를 타보지 않겠느냐셨다.

대학 때 정말 완벽한 중증장애인 선배가 있었다. 선배는 늘 기숙사에서 지냈다. 대구대 기숙사는 장애인이 지내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당시에는 활동지원사도 없어 선배의 친구들이 공부며 일상생활을 도왔다.

비장애인, 아니 나처럼 그냥 사는 장애인에게도 지내기 어려운 기숙사에서 전동휠체어 하나 믿고 공부하러 다니는 선배를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참 힘들겠다 생각했다. 선배는 검정고시로 초중고를 패스했으며 원하던 공대를 다녔다. 무려 공대를 다니는데화장실도, 밥 먹는 것도 도움을 받아야 했다. 신기했던 것은 그렇게 학교를 나와 서울에서 취업을 해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선배는 장대같이 비가 오던 날, 도서관을 가다가 전동휠체어가 멈춰 몇 시간을 도서관 가는 길에서 비를 맞았다고 한다. 비 오는 날이면 그 일화가 떠오른다. 이러다 전동휠체어가 서버리면 무슨 생각이 들까?

전동휠체어가 서버린 날, 인생에 가장 절망스러운 날로 기억할 것이다. 잊지 못할 여름이 시작된 것이다. 일 때문은 아니었다. 일은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 하면 된다. 내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들이 해도 되는 일들이었다. 다만 길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짜증났다. 서글프기도 했다. 걸을 수 있었다면 이런 일로 추접다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서 우리 아버지가 운동하랄 때 게으르지 말걸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동휠체어를 살려 보고자 수리점을 갔다. 내가 있던 곳은 홍제역 근처였다. 홍제역 근처에서 송파까지 가는데 장애인콜택시로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수리점 사장님은 4시까지 일정이 있다고 했다. 오전 11시에 고장나 4시까지 장애인콜택시를 기다리다 탈 수 있었다. 전동휠체어 무게와 내 무게로 전동휠체어는 땅을 즈려밟고 있었다. 한여름의 아스팔트는 지글거리며 끓고 있었다.

어떻게든 살려 보고 싶었던 전동휠체어에게 사망선고를 내렸다. 부품은 신종코로나19로 국내로수입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꽤 걸린다고 했다. 살릴 수 없으니 가지고 가라는 것이었다. 함께 해 온 날들보다 함께 할 날들이 더 길 줄 알았던 전동휠체어는 그렇게 갔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전동휠체어가 없었다면 할 수 없었던 삶이었다. 직장생활도, 학교생활도, 여행도, 화장실을 오가는 것조차 전동휠체어와 함께였다. 그랬던 녀석을 그냥 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로 괜찮은 녀석이었다.

수리점에는 전동휠체어, 전수동휠체어, 수동휠체어가 구비되어 있었다. 물론 팔리기 위해 앉아 있는 녀석들이긴 하다. 수리점 사장이 자신의 물건을 사라 했다. 사지 않으면 대신 타고 갈 물건도 내어 줄 수 없다 했다. 휠체어가 없으면 방법이 없는 내게 자신의 물건을 사라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했다. 이건 또 뭐지?

전동휠체어를 당장 구입할 돈은 수중에 없었다. 문제는 휠체어 없이 돌려보내는 사장님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지 않으면 이란 전제는 치사했다. 오도 가도 못하는 사람 앞에서 물건을 팔고자 애쓰는 것이 참 보기에 안쓰러웠다. 저렇게까지 물건을 팔아야 하는 것인가? 휠체어에 대해 길게, 아주 길게 설명을 시작했다. 그 때부터인가? 귀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내 눈에는 며칠을 굶은 아귀같은 사람이 서있었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아가기에 어려운 세상이다. 장애인은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긴 하다. 전동휠체어도 그 중의 하나이다. 전동휠체어를 구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휠체어가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가격, 스타일, 기능 따위를 알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맞는 거래이다.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강요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하다 못해 카페에서 음료 한 잔을 사도 여러 가지를 따진다. 찬 음료가 필요한지, 카페인이 들어가야 하는지, 아닌지...

아 사는 거 정말 어렵다. 사람답게 품위를 갖추고 사는 건 정말 안되는 것인가? 장대같은 비 앞에 서버린 전동휠체어 위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렸던 선배의 마음을 10년도 넘는 시간을 건너 이제야 이해한다. 미안하다. 긴긴 시간을 넘어 알게된 그 비참함을...

꼬일대로 꼬인 내 삶에, 그리고 이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고한다.

“X까!” 모든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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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효주 (fm20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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