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부탁해서 관리사무소가 화장실 안에 붙여 놓은 안내 문구. ⓒ배융호

필자가 일하는 건물은 2017년에 완공된 신축건물이다. 그러나 15층으로 되어 있는 이 건물에 장애인용 화장실은 1층에 남녀 각각 1개가 있을 뿐이다.

내가 일하는 곳은 9층이어서 화장실에 갈 때마다 나는 줄을 서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가야 한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철에는 창문이 없는 장애인용 화장실은 찜통이 된다. 휴대용 손 선풍기를 가지만 온몸이 땀에 젖는다. 하지만 그렇게 1층에 내려가도 화장실 이용이 쉽지 않다.

무엇보다 앞에 사람이 이용하고 물을 안 내리고 가는 경우가 허다해서 나는 종종 헛구역질을 하며 변기물을 내려야 한다. 대변기 커버를 안올리고 소변을 봐서 대변기 커버에 온통 소변이 묻어 있는 경우도 많아서 늘 휴지로 닦고 쓰는 것도 내가 하는 일이다. 그 뿐인가? 화장실을 사용하고 나가면서 안쪽의 닫힘 버튼을 누르고 나와 문이 잠겨 버리는 경우도 많다.

장애인용 화장실의 자동문 버튼은 안쪽에 하나, 바깥쪽에 하나가 있는데, 안쪽 버튼은 잠김용, 바깥쪽 버튼은 열림용이다. 즉, 안쪽 버튼을 누르면 닫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잠겨 버려서 바깥쪽 버튼을 눌러도 열리지 않는다. 안쪽에서만 열어야 열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나가면서 안쪽 버튼을 누르고 나간다. 아마 닫힘 버튼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문제는 이렇게 잠겨 버리면 관리사무소에 연락을 해서 관리 담당자가 와서 열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화장실에 급하게 가고 싶어 왔는데, 이렇게 잠겨 있으면 담당자가 와서 문을 열어줄 때까지 20~30분은 걸린다. 더욱이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퇴근한 5시 이후에 이런 일을 당하게 되면 다른 건물로 가는 방법 밖에 없다.

필자가 부탁해서 관리사무소가 화장실 안에 붙여 놓은 안내 문구. ⓒ배융호

유독 현재 건물은 장애인용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쓰고 있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사람들이 문을 두들긴다. 바로 옆에 일반 남자 화장실이 있는데도 그렇다.

그만큼 장애인용 화장실은 이제 장애인만의 화장실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장애인용 화장실은 장애인만 사용하라는 화장실이 아니다. 법적인 용어도 “장애인전용 화장실”이 아닌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이 맞다.

따라서 장애인용 화장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필자가 일하는 15층짜리 건물에 휠체어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남녀 각각 1개뿐이다. 반면에 일반 화장실은 각층마다 남녀 각각 3-4칸 씩 있다. 따라서 장애인용 화장실은 장애인이 우선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

다만 필자가 바라는 것은 이용하더라도 제대로 이용해 달라는 것이다. 물 내리고 나가기, 변기 커버 올리고 소변 보기, 문 잠금 버튼 누르지 않기만 지켜 달라는 것이다. 워낙 빈번하게 이런 문제가 발생해서, 필자는 관리사무소에 부탁해서 안내 문구를 화장실 안에 붙여놓았다. 그러나 효과는 별로 없다. 여전히 사람들은 변기 커버 위에 소변을 묻혀 놓고 나가고, 여전히 변기 물을 내리지 않고 나간다. 그리고 여전히 종종 화장실 문이 잠겨 있어 관리 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필자만 겪는 일이 아니다. 많은 장애인들이 장애인용 화장실에서 겪는 일이다. 그리고 예전과 달리 장애인용 화장실을 이용하는 비장애인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올바른 장애인용 화장실 사용에 대한 시민 교육을 시행해야 할 때인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모두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도래하면서 지하철역의 엘리베이터, 장애인용 화장실 등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해야 하는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제는 비장애인이 지하철역의 엘리베이터 이용 시, 휠체어 사용자 등 장애인이 먼저 타고 내리도록 해야 하고, 장애인이 타고 내릴 때까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도록 잡아 주어야 한다는 것, 장애인용 화장실은 장애인이 우선 사용하도록 하되, 사용 시 깨끗하게 사용하고, 반드시 문 닫힘 버튼은 밖에 나와서 눌러야 한다는 것 등을 교육해야 한다.

저상버스가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 저상버스 도입도 의무화되고, 버스 정류소 기준도 만들어졌지만, 저상버스 이용 시 시민들의 행동에 대한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여전히 휠체어 사용자가 저상버스를 기다리고 있어도 비장애인들이 먼저 타서 휠체어 사용자는 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저상버스의 경우 휠체어 사용자가 먼저 타고, 내릴 때도 휠체어 사용자가 내린 후 비장애인이 탑승을 하는 것이 올바른 이용 방법이지만, 우리나라는 이것을 시민들에게 교육하지 않았고, 아무도 배우지 못했다. 똑같은 사례가 엘리베이터와 장애인용 화장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많이 만들기 위해, 장애인용 화장실을 많이 만들기 위해 힘써 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을 올바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민 교육을 해야 한다.

비장애인 시민에게도 엘리베이터 이용 방법, 장애인용 화장실 이용 방법과 저상버스 이용 방법을 교육해야 하고, 비장애인도 그것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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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융호 칼럼니스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서울시 명예부시장(장애)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환경건축연구원에서 유니버설디자인과 장애물없는생활환경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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