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길에 필자가 근력운동을 하는 곳 ⓒ이원무

필자는 2년 반 전부터 건강을 잃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음을 이해하면서 칼로리를 조절하고 영양을 챙기면서 운동을 꾸준히 하려고 하고 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운동을 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이전과 비교해 간, 신장, 혈관 등의 건강은 좋아졌고 내가 하고 싶은 공부나 활동을 할 수 있는 컨디션이 되어가고 있다.

요즘은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헬스장이 아직도 재개장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등산하러 밖에 나가 하산하는 도중에 근력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근력운동을 지금까지 계속하며 운동하러 오는 사람들과 가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렇게 2년 반 동안 건강을 챙기다 보니 칼로리 조절과 영양섭취 등 충분한 운동이라는 세 가지가 내 몸과 머릿속에 각인되어 갔다. 그런데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이렇게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지난 7월 20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와 아주대학교가 국립재활원에서 장애인 건강권 표준교재 개발과 관련한 포커스 인터뷰를 진행했다. 장애인 건강권과 관련해 일상생활에서는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필자는 칼로리 조절과 영양섭취, 충분한 운동 등에 대해 알기 쉽게 교육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하면 어떻겠냐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런데 장총련의 한 관계자는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운동할 수 있을 만한 시설이 마땅치 않고 예로써 100m 달리기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며, 실효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내가 하던 운동방식이 비장애 중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약간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나의 장애 감수성도 부족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이 농구하는 모습 ⓒPixabay

당시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체육시설이 거의 없다는 의견, 체육시설에 가기까지 교통비 등이 부족해 운동이 어려워 건강유지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장애인 당사자와 부모 등이 내놓았다. 자폐성 장애인과 관련해서는 의사 말대로 적게 먹고 운동하면 되는데 몰래 음식을 먹는 관계로 냉장고에 자물쇠를 채우는 등 비만 관리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요즘 먹는 음식들이 다 맛있어서 먹고 싶지만 사실 비만으로 가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조심해야 할 음식을 먹지 말라 하면서 당사자의 의견과 속도를 존중하지 않고 주치의의 계획대로만 하라고 하면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자폐성 장애인의 경우에는 스트레스를 받아 오히려 비만해지기 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건강 문제가 생길 때는 주치의 연락번호를 기억하라고 하고 당사자가 조심할 음식들에 대해 주치의가 주기적으로 알려서 이 음식들을 한꺼번이 아니라 천천히 줄여갈 수 있도록 지도하되 당사자의 속도를 존중하는 식의 내용을 건강권 교재에 자폐성 장애와 관련해 일상생활 관련 내용으로 게제되면 좋겠다고 본다.

추가적으로는 같은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비만 관리 등 건강관리에 성공한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도록 동료상담을 하는 등 자폐 당사자들이 건강을 관리하는데 동기를 얻도록 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이들이 따라 하기 쉬운 운동을 매뉴얼로 만드는 것까지 해서 교재 내용에 게제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그렇게 해야 자폐 당사자들이 스트레스를 줄이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여기에는 자폐인 당사자성 인정 및 의사소통 지원 등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얘기가 조금 곁길로 샜지만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의 건강과 관련해 체육시설로 가기까지의 교통비 지원이 부족하고 그 시설에서의 장애인 편의시설, 의사소통 지원인력 등을 통한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 등의 관계로 장애를 겪지 않는 사람에 비해 질환에 걸리기 쉽고 사망률도 전체 인구와 비교해 무려 5배나 높다는 거다. 이 얘기도 인터뷰에서 나왔다.

장애인, 비장애인 사망원인을 비교해 분석한 도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실 장애인들을 비롯해 모든 이들의 건강이라고 하는 것이 병‧의원에 가서만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의사들이 치료해야만 하는 영역의 질환도 있겠지만 질환의 약 80% 정도가 생활습관에서 발생한다.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고 병‧의원에서 의사들이 하는 질환 치료에만 의지하는 것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당뇨와 비만의 경우만 보더라도, 개인 스스로 꾸준히 운동하고 잡곡‧채소 위주 식사 등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며 칼로리를 제한하면 예방‧치료할 수 있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의사들도 질환 예방‧치료에 생활습관의 개선이 필요함을 알며 말하고 있는 거다. 그러니 일상생활과 관련한 장애인 건강권 보장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재 장애인건강권법은 체육시설에서의 물리적 접근성과 장애 관련 상주인력 자격‧기준, 그리고 교통비 지원 등의 구체적인 일상생활 관련 내용이 아직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런 관계로 장애인건강권법은 병‧의원 이용과 의료비 등 보건의료 중심의 내용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장애인들이 겪는 장애라는 요인이 있기에 체육시설로 가기까지의 교통비 지원방식, 그 시설에서의 적절한 장애인 편의시설 및 의사소통 상주 인력 자격과 기준, 장애 유형 별로 따라 하기 쉬운 운동 교본 프로그램 등 장애인 건강권 관련 일상생활 건강 인프라 구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세심하게 고민‧논의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보건의료 내용과 관련해 의료시설로 가기까지의 교통비 지원방식, 그 시설에서의 의사소통 상주 인력 자격과 기준 및 적절한 장애인 편의시설 등에 대해서도 추가로 좀 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논의들을 통해 장애인 건강권법에 일상생활 건강 인프라 관련 내용을 추가하고, 이와 관련한 제도를 마련해 시행했으면 한다. 그럴 때 장애인 건강권 관련 일상생활 건강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어, 건강권을 완성하는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니까.

장애인 당사자를 포함한 상태에서, 일상생활과 관련한 장애인 건강권에 대해 전보다 더욱 활발히 논의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장애인 건강권법이 보건의료만이 아닌 일상생활까지 아우르는 실효적인 법이 되고, 결국엔 장애인이 사회에서 당당하게 건강한 삶을 즐기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게.

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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