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층 건물을 이용할 일이 있었다. 옮겨야 할 책이 많아 계단을 몇 번 오르락내리락했다. 무거운 책을 옮기면서 혹시 엘리베이터가 있나하고 두리번거렸다. 건물 여기저기를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조금 무겁기는 했지만 ‘책을 옮기면서 엘리베이터를 찾게 되는데, 몸이 불편한 장애인은 이럴 경우 어찌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은 지하 주차장과 철 계단으로 된 옥상이 있으니 6층인 셈이다. 승강기는 물론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이동식 경사로도 없다. 몸이 불편한 사람은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건물만이 아니다. 많은 건물이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세상에는 네모가 너무 많아 표지. ⓒ최순자

고등학교 영어교사였던 엄남미 작가는 저서 <세상에는 네모가 너무 많아>을 통해 “세상에는 네모가 너무 많다.”고 말한다. 그의 아들은 다섯 살 때 5톤 트럭에 깔려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 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네모난 오디오/ 네모난 컴퓨터 TV/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를/ 의식도 못한 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 걸'

1996년에 발표된 유영석 작사·작곡 가요 ‘네모의 꿈’이다. 엄작가는 아들이 장애를 입고 나서 이 가사가 들어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세상은 온통 네모 투성이다. 휠체어가 올라가지 못하는 턱, 계단, 버스, 지하철, 택시 등은 전부 네모다. 세상 사람들은 둥글게 살라하지만, 그렇게 살 수 없는 약자들이 많다는 걸 아이가 다치고 나서야 알았다.”라고 고백한다.

세상에는 네모가 너무 많아. 에필로그. ⓒ최순자

엄 작가는 몸이 불편하지만 당당한 삶을 산 헬렌 켈러, 이상묵 교수, 호이트 부자(아버지 Dick Hoy, 아들 릭 Rick Hoyt), 닉부이치치 처럼 아들을 키우고자 다짐한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하자.” “조금 다른 뿐이지 이상한 것이 아니니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라고 되뇌이면서.

승강기나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경사로는, 이처럼 힘들어하면서도 스스로를 다지고 있는 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해, 조금만 신경을 쓰면 가능한 일이다.

지방자치단체 별로 관련 조례가 있을 테고, 당연히 건축법과 시행령에 설치기준이 있을테다. 건물마다 장애인용 승강기나 이동식 경사로 설치 기준을 강화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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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자 칼럼니스트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을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심리, 발달심리, 부모교육 등을 강의하고 있다. 상담심리사(1급)로 마음이 아픈 아이와 어른을 만나기도 한다. 또 한 사람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애착형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부모교육 강사로 이를 전하기도 한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에 관심이 있다. 세계에서 장애통합교육을 잘하고 있다는 덴마크, 싱가포르 학자 외 일본, 헝가리, 인도 학자들과 국제연구를 한 적이 있다. 아이 발달은 아이들이 가장 사랑받고 싶은 대상인 부모 역할이 중요성을 인식, 박사논문은 아이발달과 부모 양육태도와의 관계에 대해 한국과 일본(유학 7년)을 비교했다. 저서로는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 역서로는 ‘발달심리학자 입장에서 본 조기교육론’ 등이 있다. 언제가 자연 속에 ‘제3의 공간’을 만들어,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으며 글 쓰면서, 자신을 찾고 쉼을 갖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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