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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폭력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6-04 11:19:09
봄이 오면서 뭔가를 시작해 보고 싶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계속해서 늦춰지다 이번 달부터 일을 하게 되었다. 감사했다. 2020년은 참 많은 일들이 있을 예정이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일들이 뒤로 미루어 지고 있으나 해야 할 일들은 할 수 있게 되어지나 보다. 일을 하기 위한 서류심사와 면접과정이 지루하였으나 일을 하기 위해 해야 할 과정들이므로 참여를 했다. 내기 일하는 곳에는 10년 전부터 장애인 근로자가 많다.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므로 거기에 대한 별다른 생각들은 없다. 대학을 나와 8년을 쉬는 동안 일을 하고 싶었으나 할 수 없었다. 내가 일을 할 수 있으려나, 고민이 되었다. 분명 혼자 살아가고자 하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으련만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고 자신도 없었다. 도무지 일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우리 동네 아파트로 작은 여성장애인단체에서 홍보를 나왔었다. 그 홍보라는 것이 작은 책상과 의자를 갖고 나와 아파트 마당에다 전단지를 놓고 장애인들이 앉아 아파트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장애인들이 일을 하고 있고 거기서도 주도적인 일을 하고 있다라는 게 신기했다. 장애인을 품어 주고 일을 하도록 지원하는 단체가 있다라는 것이 새로웠다.

보통 복지관 등 장애인 관련 서비스를 한다고 해도 장애인을 근로자로 쓰지는 않는다. 특히나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며칠 전 일 때문에 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만약 장애인 이용자가 와서 취업 관련 정보를 원한다면 연결해 드려도 되는지에 대해 물었다. 어떤 답변이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체는 없다. 아니 전무하다라는 답변이었다. 결국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중증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알고 지내는, 잘 안다할 수는 없으나 깊이를 아는 장애인 활동가 한 분이 있었다. 우체국에 시험을 쳐서 공채인지 특채인지에 합격했음에도 일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합격을 시켜놓고 계속 몇년을 발령대기 시키다가 우체부 일을 하는 곳으로 발령을 냈다고 한다. 세상에 그러고도 할 수 없으니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중증장애인이 일을 하는 상황에 대해 사람들은 많은 생각을 하는가 보다.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보고 싶다.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다.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다. 치사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중증쟁애인 용 테이블이 사무실에 들어왔다. 몇 주 걸린다 해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반가웠다. 이제 뽀대나는 내 책상이 생겼다. 나와 함께 일을 하는 장애인 직원이 있다. 우리 사무실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다. 언어장애가 있어 처음 마주치는 분들은 당황스럽다. 하는 말들을 안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해야 할지, 실례가 되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면접에서 어려웠다. 게다가 코로나19가 한창 유행 중이어서 마스크까지 쓴 상황이어서 입모양으로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물어볼 법한 대답들을 혼자 주절거렸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봐 줄 것을 요구했다. 생애 면접 중 가장 많은 이야기들을 한 것이었을 것이다.

업무상이었든, 아니든 전화통화를 자주 한다. 그러다 가끔 말을 더듬거나 느리게 말을 이어가는 분이 전화를 받으면 긴장이 풀어지곤 한다. 상대방이 말이 느리거나 더듬으면 시간을 좀 버는 듯한 느낌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빡빡한 긴장감 속에 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듯한 긴장감들은 상대방에 의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쨌건 간에 나는 말쑥한 비장애인보다는 뭔가 빈 곳이 있는 장애인들이 좋다.

그렇다고 장애인 근로자가 비장애인 근로자보다 일을 못한다라는 뜻은 아니다. 쓰임새가 다르다라는 의미이다. 알고 지내는 어떤 장애인 리더는 비장애인보다 더 매력적이다. 예를 들면 자기 밑의 직원들은 뭐든 하게 한다. 대신 책임은 자신이 진다고 해주는 멋있는 사람도 있다.

테이블 때문에 오신 장애인고용공단 측 업체분이 언어장애로 인해 웅얼거리는 직원이 안쓰럽다며 관련 문제를 해결해 주는 보조공학기기가 있다라고 설명을 하셨다. 뭐가 안쓰럽다라는 거지?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못알아먹는 게 문제라면 문제 아닌가? 물론 업체에서 일을 하시니 나름 장애인에 대해 이해를 한다라고 생각을 하고 말을 꺼낸 것이리라... 참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잠시 자리를 떴으나 씁쓸하다. 하루종일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당신, 그거 차별이야.”라 말해 주고 싶었다. 쓸데없이 많은 말들을 쏟아낸다. 휠체어를 타고 어디를 가건, 집에 콕 박혀 있건 무슨 상관이냐며 가던 길을 가긴 하나 별로 좋지는 않다. 심지어는 화가 난다.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특징이 있다. 밝다. 전동휠체어를 탔다. 화를 자주 낸다.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이것이 내가 갖고 있는 특징이다.

내가 앞에서 기술한 직원은 나보다 밝고 칭찬을 잘 한다. 그리고 날씬하고 옷을 잘 입는다. 말을 못 알아듣는 건 그 사람들의 사정이고 그 사람들의 문제다. 대체 왜 안쓰럽다 하는가?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가까이 있지 않아 보고 어떻게 그리 판단하고 그리 표현을 하는겐지 알 수 없다.

회의나 업무로 인해 그분과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있다. 겨우 한 달... 이제 좀 알아 듣고 농담도 한다. 당신이 최고라고 욕심난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사실이 그렇다.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우리 사무실에서는 멋진 사람이다. 그러니 안쓰럽다라는 건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소통의 어려움에 대한 유감일 뿐이다.

우리로 인한 어려움들을 선의로 포장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건 치사한 일이다. 좀 더 우리와 함께하는 시간들을 많이 갖게 되면 우리로 인한 어려움은 우리 탓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당신들이 선의로 포장된 것들은 우리에겐 폭력이 되고도 남는다.

이로 인해 베인 살들은 아무리 오래되어도 굳은 살이 되지는 않으니 하는 말이다. 좀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선의도 갖지 말았으면 한다. 장애는 장애로 규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생각을 바꿔보라. 그럼 우리가 부러움의 대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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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효주 (fm20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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