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발이 없음을 한탄했는데 거리에서 발이 없는 사람을 만났다’는 문구. ⓒ페이스북

SNS는 잘하지 않는데 우연히 보게 된 게시물이 있습니다. 하… 패닉까지는 아니더라도 순간 멍해졌네요.

게시물엔 눈에 확 띄는 이미지와 함께 "좌절하기엔 우린 너무 행복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그 글의 댓글엔

"무조건 감사하며 살자!"라고 달려 있었어요.

도대체 우린 왜 타인의 다름이나 아픔을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내 무사함이나 행복을 견주며 살까요?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삶에 감사함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요. 그냥 힘들거나 아픈 것도 자신의 삶 자체로 위로하고 견뎌내는 것도 필요한데 말입니다.

이미지 속 그 발이 없는 사람은 짐작컨대 휠체어를 탔거나 의족을 꼈을 테지요. 그렇다고 그게 어찌 자신의 안전함에 감사해야 할 일일까요.

그도 신발 대신 바퀴가 있으니 타이어가 안전해야 하며, 그가 의족을 신었다면 감촉은 느끼지 못해도 신발은 당연히 있어야 하지 않나요? 걷는다는 행위에서는 누구나 똑같은 일일 뿐입니다.

굳이 자신과 걷는 모양이 좀 다르고 조금 더 불편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는 측은지심으로 바라봐야 할 대상이 아닐뿐더러 불쌍하거나 아픈 사람은 더더구나 아닙니다. 그래서 그의 불편함이 당신의 안전함이나 무사함에 비교된다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혹시 알아요? 그가 당신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주식 부자일 수도, 아주 검소하지만 강남의 초고층 건물주일지도 모르잖아요. 그가 휠체어에 앉아 있거나 의족을 신지만 많은 기부와 후원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며 당신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느 누가 감히 타인의 삶을 짐작하고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저 다른 건 다른 것으로 딱 거기까지만 하시길 바라요. 그들의 인생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불행하지도 아프지 않을지도 몰라요.

전 분명 그렇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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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가 필요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회복지사. 책 읽고 글도 쓴다. 그리고 종종 장애인권이나 인식개선을 위한 강연도 한다. 미디어에 비친 장애에 대한 생각과 함께 장애당사자로서 일상에서 겪는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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