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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가정의 위기가 되지 않도록...

가정안에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간극은 존재한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5-07 17:31:00
전통시장에 장을 보러 갔다. 오랜만에 들린 단골집 사장님은 매우 반가워하셨는데 어째 목소리에는 영 기운이 없어 보였다. 몸이 편찮으시냐고 걱정스레 물으니 사장님께서 한숨 섞인 목소리로 까닭을 말씀하셨다.

사연은 이러했다. 남동생이 있는데 그 동생이 얼마 전 사고로 실명하였고 와이프와 이혼하겠다는 바람에 마음은 안쓰럽고 이혼까지 해서 옆에 사람도 없으면 앞으로 어찌 살아갈련지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사장님은 동생분 얘기를 하시며 나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걸 물으셨다. 가게를 나오며 중도실명 했을 당시 힘들었던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또 누군가가 고통 속에 번뇌할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짠해왔다.

부부로 인연을 맺고 살아가면서 갈등과 위기 없이 살아가는 가정은 없을 것이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수십년을 자랐고 습관이나 가치관이 다른 두 사람이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살다 보면 정말 괜히 결혼했다 싶은 생각도 든다.

다양한 이유로 다투고 심지어 이혼으로 가족이 해체되기도 한다. 부부관계는 그들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내막까지 알 수는 없다. 제3자의 눈에는 너무 쉬운 이혼처럼 보일지라도 당사자에게 쉬운 이혼은 절대 없다.

결혼 13년차인 우리 부부에게도 몇 차례의 위기가 있었다. 그중 한 번의 위기가 실명 직후였다. 정확히 말하면 남편과는 무관한 나만의 독단적인 결심이었다.

하루아침에 전맹이 되어버린 필자는 정말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둠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은 멀쩡한 신체마저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그런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결심하고 남편과 딸아이 곁을 떠나려고 했었다.

빛도 희망도 없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남은 생은 어차피 내 운명이라 어쩔수 없다 치더라도 다른 가족들까지 평범한 일상을 누리지 못하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내 생을 책임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내로 엄마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단지 그들에게 짐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남편과의 이혼은 그들을 위해서라는 명분도 있었지만 남은 내 자존심을 지키려는 마지막 발버둥이기도 하였다.

혼자 남겨진다는 두려움과 함께 하고 싶다는 욕심과 짐스러운 존재로 남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 사이를 오가며 얼마나 많이 울고 고민하며 가슴 아파했는지 모른다.

그 후로도 4년~5년간은 갈등과 다툼으로 많이 힘들었다. 시각장애인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법을 익히고 어둠에도 어느 정도 적응하게 되었지만 아무리 해도 내가 할 수 없는 게 있었고 그런 부분은 남편이 알아서 챙겨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수십년 몸에 익은 습관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고 그런 습관적인 말과 행동들은 나를 더욱 힘들게 하였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수년간을 함께 했지만, 우리 사이에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간극은 존재했고 그것은 좀처럼 융화되지 못했다. 내가 원하고 바라는 배려와 가족들이 생각하는 배려 사이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고 그 차이로 나는 배려해주지 않는다는 섭섭함으로 상대는 배려해줬는데 알아주지 않는다는 섭섭함으로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 일쑤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이해와 배려가 아니라 그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그래서 자연스런 일상처럼 행해져야 한다는 것을 많은 시간 동안 부딪히며 경험한 후 알게 되었고 그제서야 우리만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중도 장애인이 되면 재활교육을 받고 기본적인 일상부터 진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새롭게 배우고 익혀야만 한다. 그러나 그것은 예전의 삶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부족하고 불편하지만 그 속에서 또 나름의 일상을 살아가기 위함일 뿐이다. 그렇게 중도 장애인은 훈련과 교육을 받지만 같은 공간 많은 시간을 함께할 가족에게는 어떤 교육이나 훈련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족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비장애인이고 비장애인과 살아왔으며 거기에 익숙해져 있는데 그들의 변화 없이 장애인들만 재활이다 자립이다 교육하고 훈련하는 건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의미 있을지 몰라도 가정의 위기에는 별 의미가 없다.

가정 안에서도 분명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간극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간극을 좁혀나가는 동안 가족들은 많은 갈등과 위기에 부딪힌다. 중도 장애인의 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에게도 그에 따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가족의 위기와 해체가 무조건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 되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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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경미 (kkm75@kbuwe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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