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없는 사람은 없다.”
영문학자 고 장영희 선생이 어느 인터뷰에서 안경을 끼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한 말이다. 나도 안경을 끼고 있다. 멀리 있는 글자나 사물은 안경을 껴야 잘 보인다. 가까이 있는 것을 볼 때는 안경을 벗어야 오히려 볼 수 있다. 시각에 장애가 있는 것이다.
6년 전 무더위가 한창이었던 여름에 동네 도서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을 수 있는 공간에서 지인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외에도 세 명이 더 있었다. 그때 전동휠체어를 탄 30대 후반의 남성이 다가왔다. 그는 스마트폰을 내밀며 친구한테 온 문자를 읽어 달라고 했다.
"OO야, 우리가 20분 후 집으로 가서 도서관으로 데리고 갈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고 쓰여 있었다. "도서관 3층에 있어. 여기로 와."라고 답장을 보내드렸다. 그는 친구를 기다리다 사람들이 벗어놓은 헝클어진 신발을 정리했다.
그 장면을 보고 졸시 ‘나란히 나란히’를 지어보았다.
머리에 수술 자국 선명한 그
싱글벙글 웃으며 친구를 기다리다
흐트러진 다섯 켤레 신발
짝을 맞춰 나란히 나란히
두 발로 설 수 있는 사람이 벗어 놓은 삐뚤어진 신발
두 발로 설 수 없는 그가 가지런히 놓는다
장애의 개념 정의에 따르겠지만, 이 장면에서는 누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가?
5월을 앞두고 장 선생이 떠오른다. 암 투병을 하다 2009년 5월에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났다. 장 선생은 생후 1년 소아마비를 앓았다. 그로 인해 걷는 데 불편함은 있었지만, 교수, 수필가, 번역가, 칼럼니스트로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선생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다시 꺼내 읽는다.
“장애 없는 사람은 없다.”, “살아가는 것이 장애물 경기다.”고 했던 선생의 말을 되새긴다. 교육을 통한 인식의 전환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편견 없는 사회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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