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여름, 내 카메라는 캄보디아 시엠립이라는 마을로 의료봉사단체과 함께 첫 해외 봉사 나들이를 떠났다. 봉사자들이 활동하는 모습 초점을 맞춰 바삐 움직이던 카메라는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마을을 돌며 수줍게 웃고 있는 소녀와 해먹에서 평화롭게 낮잠 자는 아이들을 담아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의료봉사를 마치고 잠시 들렀던 ‘알룽삐’ 마을에서 카메라는 다시 바빠졌다. 생계를 위해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품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호텔로 돌아와 촬영한 사진을 보는 순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이런 식의 촬영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망원렌즈가 달려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카메라를 알아보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여성 근로자 눈에는 원망이 가득했다. “왜 저를 찍으시나요?”하는 목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지금까지 그 사진을 본 사람이 없기에 사진을 찍은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을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답을 해야만 한다면 호기심 때문에 촬영했다는 솔직한 답을 하기는 어려웠을 테고 모금에 사용한다는 등 조금 더 그럴듯한 변명을 찾았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워 촬영된 사진들을 많이 보아왔다. 깡마른 아프리카 아이들의 모습, 가난과 장애로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의 적나라한 모습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후원 광고가 가장 대표적이다.

모금의 효과만을 강조했던 과거에는 크게 논란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사진들을 ‘빈곤 포르노’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비판의 대상으로 여긴다.

“이런 사진을 통해 많은 모금을 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인데 왜 비판을 받지?”라는 의문에 대해서도 ‘인권침해’, ‘인종차별’, ‘무감각화’ 등의 합리적인 대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알룽삐 마을에서의 사진이 계기가 되어 바라봄의 해외 사진유랑단이 탄생하였고 이후 필리핀, 네팔, 중국 연변, 미얀마를 방문하면서 나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사진이 아닌 마을 사람들이 원하는 사진을 촬영하였다.

이를 위한 모금 포스터에도 쓰레기 더미 속의 마을 사람들이 아닌 액자를 들고 밝게 웃는 마을 사람이 담겨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사진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는 사진을 찍을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사진을 받고 즐거워하는 알롱삐 마을 가족. ⓒ나종민

즐겁게 촬영하는 나종민 작가. ⓒ이현수작가

입에 담기도 거북한 '빈곤 포르노'는 장애인을 위한 사진관 ‘바라봄’도 늘 고민하는 문제이며, 이에 대해 정해진 답도 없다. 비록 답은 없지만 오랜 촬영과 경험을 통하여 “가슴이 따뜻해지고 입가에 미소를 띄게 되는 사진”이라는 나름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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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민 칼럼니스트 외국계 지사장을 그만두고 취미로 사진을 찍다 장애아이 어머님의 한마디에 비영리 사단법인 바라봄 사진관을 설립하고 8년간 대표를 맡고 있는 착한 사진가. 지난 10년간 장애인분들을 위한 사진을 찍으며 만났던 사람들과 에피소드를 사진 중심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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