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바삐 지나다 보면 가끔 길에서 생활하시는 분들과 마주칠 때가 있다. 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며 길에서 식사를 해결하시는 것을 보기도 한다. 봄에는 햇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으로부터 넘어온 미세먼지도 있다.

햇살이 따뜻하기는 하나 미세먼지와 함께 삼각 김밥, 어떤 때에는 빵으로 떼우시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들을 한다. 기본적으로 짐을 한가득 들고 다니신다. 지저분한 가망에는 옷과 이불 등이 들어 있는 듯하다. 깨끗해 보이지는 않는다.

“앞을 보고 다니라구.(뒤를 돌아 보며) 뒤에 눈이 달려 있지는 않아.”

어제 잠깐 집을 나섰다가 자주 보던 아저씨가 품에 이불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보았다. 발달장애인이셨다.

어느 순간 보호를 해줄 가족이 없어져 길에서 생활하고 계신 것이었다. 마스크도 하지 않고 다니신다. 마스크의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를 달리고 있으니 마스크 살 돈으로 밥을 사 먹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지나갔다.

발달장애인을 지원한 적이 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많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자기는 이게 필요한데 이것을 줄 수 있겠느냐?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가게에 들어가 들고 있는 동전을 다 쏟아놓고 필요한 물건을 들고 간다거나 물건을 그냥 들고 가면 나중에 센터나 나에게 연락이 왔다.

당황스러웠으나 이들의 잘못은 아니다. 사람들과 섞여 일정 부분 소통하는 방식을 배웠어야 했고 사람들 역시 이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듣는 연습을 해야 했다. 서로 배워가야 하는 것이다.

모두를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아무도 길에서 생활하시는 분에게 마스크를 하라 하지 않는다. 길에서 생활하시는 분 또한 구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그냥 될 대로 되라거나 필요성을 모를 수도 있다. 지나쳐 가는 사람들 역시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제 만난 아저씨는 아마 길을 가는데 사람들과 부딪쳐서 자신의 불편함에 대해 나름대로 그 사람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했던 것 같다. 시설에서 40년간 살다 이제야 자립을 준비하는 분이 있다.

발달장애인이고 태어나서 대부분의 삶을 시설에서 살았다.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떻다라는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물으면 “예”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그 “예” 안에는 많은 의미들이 있다.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아 기분이 좋지 않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겠어요.’라든가, ‘당신이 싫어요. 하지만 담당이니 봐주겠어요.’라든가를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숨은 뜻을 알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가끔 직원 회식에 그분과 함께 하기도 했는데 시설에 있을 때, 막걸리와 소주를 마셔 봤다고 했다. 이 분은 40이 넘으신 어른이셨다. 우리는 가끔 그들을 어린애 취급을 한다. 발달장애인들의 소통 방식을 잘 알지 못한다. 이분들이 하는 말 모두가 다 진실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가 만들어 놓은 틀에 가둬 두고 이들을 재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지역사회에 많은 사람들이 산다. 눈이 좋지 않아 버스 번호를 알려줘야 하는 사람, 지하철역을 알려줘야 하는 사람, 화장실 이용을 도와줘야 하는 사람... 최근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한 전단지를 자주 볼 수 있다. 거기에는 치매로 집을 나가신 어르신도 있다. 누구나 도움이 필요한 때가 온다. 인생 아무도 모른다.

아마 길에서 생활하는 분도 어머니나 아버지... 돌보는 가족이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품에 안겨 젖을 빨았을 것이고 기저귀를 뗄 때까지는 누군가 기저귀를 갈아주고 씻겼을 것이다. 길에서 돌아다니며 살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군가의 품에 안겨 있을 때에는 말이다.

그렇다고 불행할 것이다라는 건 아니다. 지나쳐 가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따뜻한 눈으로 바라 봤으면 좋겠다. 집에 혹시 안 쓰는, 천마스크 같은 거라도 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언제가 될지 모를 우리 미래에 도움을 줄 손이 그때 내가 누군가를 도왔던 손임이 기억날 것 같다. 지금 누군가에게 쏟는 관심이 미래의 내가 받을 도움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럼 어쩌면 미래는 지금보다 조금 더 우리 장애인들도 더불어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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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주 칼럼니스트 현재 삼육대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과 학생으로 장애 전반, 발달장애 지원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 중이다. 장애인 당사자로 당사자 지원에서, 일상생활에서 장애로 인해 느꼈던 것들을 전반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체장애인으로 보여지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어 일상생활 자체가 글감이 될 수 있어 나는 좋은 칼럼니스트의 조건을 갖고 있다.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들에 대해 거의 매일 쓰고 있다. 전동휠체어를 매개로 생각하고 지나다니다 본 것들에 대해, 들은 것, 경험한 것들에 대해 쓴다. 전동휠체어 위에서의 일상, 지체장애인으로의 삶에 대해 꿈틀꿈틀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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