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기는 인간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그들은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를 환경에 의해 발달·성장시켜 나가는 단계이다. 이는 장애가 있는 영유아도 마찬가지이다.

장애를 가진 시기나 원인은 다양하다. 영유아기는 어떤 장애가 있더라도 단정적으로 장애 유형의 이름을 붙여 구별하지 않았으면 한다. 구별하는 것은 낙인(Labelling) 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므로 확연히 드러나는 장애 외에는 발달장애라는 표현 대신, 전문가들이 명명하고 있듯이 ‘발달지체’라 하자.

일본 장애통합과 발달지체 아동 이해 세미나. ⓒ최순자

7년 전, 내가 운영하는 연구소에서 ‘일본 장애통합 제도 및 발달지체 아동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내가 일본의 장애통합 제도에 대해 발표했고, 이 분야의 권위자가 영유아 ‘발달지체’에 대해 강연에 임했다.

일본 장애통합 제도를 발표하는 필자. ⓒ최순자

270여 명의 참가자가 ‘발달지체’라는 용어를 생소하면서도 의미 있게 받아들였다. 강연 후 두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발달지체’ 영유아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감사해, 강연 내내 울었다고 고백했다.

발달지체 유아의 이해와 지도를 발표하는 김수진 교수. ⓒ최순자

사전에서는 ‘발달지체’를 ‘신체, 인지, 언어, 정서의 다양한 영역 발달에서 나타나는 일탈적 특성이나 지체, 실제 수행 수준이 같은 나이와 비교하여 현저히 늦거나 자신보다 어린 나이의 발달 수준을 보인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일탈’이라는 표현보다 어떤 범주에서 벗어난다는 용어로 대체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미국 ‘장애인교육법’에서는 영유아가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발달장애란 용어 대신 ‘발달지체(Developmental Delay)’라는 용어를 쓰도록 하고 있다. 처음에는 0에서 2세까지 적용했다가, 이후 3세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인 9세까지 확대했다.

이를 토대로 ‘발달지체’라는 용어를 재정의 하면, ‘9세 미만 아동이 신체 발달, 인지 발달, 의사소통 발달, 사회·정서 발달, 적응기술 영역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영역에서 또래보다 1년 이상 지체되어 어떤 조치를 해주지 않으면 안 될 경우’로 할 수 있다.

영유아기는 신경 가소성이 큰 시기이다. 장애를 가진 영유아도 교육적, 의학적 조치를 받아 최대한의 발달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영유아가 이런 도움으로, 유형과 정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처음 보인 증상이 많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발달지체’는 눈 마주치기, 앉고 서기, 걷기 등 신체․운동 영역에서 잘 드러나는 편이다. 이 영역은 영유아마다 발달의 속도에 차이가 있는, 즉 개인차가 큰 영역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물론 눈에 두드러진 증상을 보일 경우는 조기에 전문가에게 의뢰할 필요가 있다. 그 경계가 모호하기는 하나, 섬세하고 애정 어린 눈으로 영유아를 들여다 봐야 한다.

* 참고자료

김수진(2013). 발달지체 유아의 이해와 지도.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제9차 세미나 자료집. 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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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자 칼럼니스트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을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심리, 발달심리, 부모교육 등을 강의하고 있다. 상담심리사(1급)로 마음이 아픈 아이와 어른을 만나기도 한다. 또 한 사람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애착형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부모교육 강사로 이를 전하기도 한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에 관심이 있다. 세계에서 장애통합교육을 잘하고 있다는 덴마크, 싱가포르 학자 외 일본, 헝가리, 인도 학자들과 국제연구를 한 적이 있다. 아이 발달은 아이들이 가장 사랑받고 싶은 대상인 부모 역할이 중요성을 인식, 박사논문은 아이발달과 부모 양육태도와의 관계에 대해 한국과 일본(유학 7년)을 비교했다. 저서로는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 역서로는 ‘발달심리학자 입장에서 본 조기교육론’ 등이 있다. 언제가 자연 속에 ‘제3의 공간’을 만들어,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으며 글 쓰면서, 자신을 찾고 쉼을 갖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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