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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사는 건 나밖에 없지"

'겉으로 보이는 나와 진짜 나' 사이의 간극은 어떠한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3-06 14:13:51
그림@픽사베이. 글 @김용구 에이블포토로 보기 그림@픽사베이. 글 @김용구
내가 주로 하는 일은 중도 장애인을 만나 상담을 하는 일이다. 인생의 중간에 장애를 입고 살아간다는 것은 다시 태어나 전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질 때 오는 충격을 최소화하며 다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내게 주어진 최우선적인 역할이다.

주로 손상 초기의 척수손상 장애인을 만나다 보니 이 과정에서는 일반 상담가적인 마인드보다 척수장애를 가진 동료의 입장에서 설명하게 된다. 일종의 눈높이를 맞추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원하지 않게 장애를 가지게 되었더라도 충분히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새로이 설정해 살아갈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우며 함께 그 과정을 동행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의학적 척수손상인의 특수성에 대해서 설명해 주어야 하는 경우들이 많다.

척수손상은 손상레벨에 따라 일정 정도는 운동기능-감각기능이 비슷하게 나오기 때문에 그 기준에 맞게 설명하고 장애와 장애인으로서 그와 관련된 행정적인 절차와 혜택, 재활과정에 대해 설명, 개인이나 가족에 대한 상담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굳이 간략히 설명하자면, 척수장애인의 유형은 손상 위치에 따라 대략 비슷하지만 모두 같지는 않다. 의학적으로 손상 위치에 따라 경수(C)-흉수(T)-요수(L), 손상 정도에 따라 ASIA A~D scale로 나뉘지만 모두가 같은 패턴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손상의 위치가 같더라 하더라도 손상 정도가 완전손상인지 불완전손상인지에 따라서 다르고 그 증상이 신경학적으로도 매우 다르게 나타나 손상 레벨이 같다고 해서 비슷한 손상을 입은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주게 되면 때로는 심각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때도 있다.

손상 초기 감정적인 저항을 감안하더라도 안타까울 때가 많이 있다. 어떤 때는 ‘그건 그 사람 얘기고요~’라며 상당한 거부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본인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대상에 대한 이야기로 인식하고 받아들이기를 매우 어려워하고 그렇게 수용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어쩌면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기 때문에 수용하라고 힘 있게 밀어붙이거나 강요하지는 않는다. 때가 되면 내게 물어 올 것이고 그때를 기다리며 만남을 유지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장애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고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렇게 되었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의 결과물로 산다.

이렇게 자신의 장애를 소화할 수 있는 과정이란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애는 모르면 모두 비슷한 거 같지만 알면 모두 다르다. 모든 사람이 다 다르듯 장애는 유형과 개인에 따라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엔가 차 안에서 익숙한 노래 가사가 한 소절이 들려왔다. ‘나처럼 사는 건 나밖에 없다고~’. 이 곡은 잔잔하면서도 서정적인 노랫말을 가지고 있다. 노랫말 생각에 차를 멈추고 좀 전에 들었던 이 문장 그대로 한 번 ‘초록창’에 검색을 해 보았다.

한경수가 곡을 붙이고 홍순관이 가사를 덧입혀 부른 노래 ‘나처럼 사는 건 나밖에 없지’. 이 노래는 곡의 중간 홍순관의 중저음 나래이션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래이션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자기의 숨을 쉬고 사는 삶이 평화의 시작이자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의 숨을 사는 것이 뭐 그리 어렵겠나 싶지만 그러나 제 숨을 쉰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자기의 숨을 쉰다’는 말. 이 말이 귀에 콕 박혔다. 요즘처럼 마스크 없이는 하루도 살지 못할 거 같은 기이한 시기를 사는 때가 아니더라도 노래의 가사가 뜻하는 ‘숨을 쉬고 산다’는 말이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말의 의미가 물리적인 폐호흡에 머문 이야기는 분명히 아닐 것이다. 여전히 한 사람이 세상에 나와서 자신만의 호흡으로 세상 안에서 숨 쉬고 사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은 잃어버리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규정된 일정한 유형만을 추구하면서 사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얼마 전 유튜브를 통해 정여울 작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 자신이 되는 길”을 설명하면서 본인도 “나는 평생 나 자신이 되기 위해서 노력했을 뿐인데 왜 내가 되는 것은 그토록 어려웠을까? 내가 참다운 나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은 왜 그렇게 멀고 험했을까?” 작가는 이 문장에 대해 10여년을 고민했다고 한다.

“나는 난데? 나는 이미 난데 왜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 그러면서 유명한 정신분석 심리학자 칼 구스타포 융(Carl Gustav Jung)의 이론을 들어 설명했다. 인간은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면(페르조나)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남에게 보여지는 나와 나만 아는 진짜 내가 따로 있다는 말이다. 겉으로 보이는 나와 진짜 나 사이의 간극이 어느 정도인가는 우리 스스로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인간의 진정한 성장은 자기 자신의 그림자와 대면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우리는 겉으로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진짜 내 속의 나도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 내 속의 나와 겉모습의 나 사이의 대화를 시도해 보아야 한다. 나는 화장실에서 종종 거울을 보고 거울 속의 나와 이야기 한다.

때로는 ‘열심히 사는 나를 칭찬’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웃으며 ‘나처럼 사는 건 나밖에 없지’라며 새로운 다짐을 하기도 한다. 누가 보면 ‘미친○’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의도적이고 작위적이긴 해도 이런 행위를 하면서 나의 모습을 새롭게 인식하곤 한다.

나도 처음부터 내 자신에게 말을 걸지는 못했다. 장애를 입은 초기에 병원 본관 정문 유리에 비친 내가 어색해 땅을 보고 휠체어를 밀기도 하고, 거울에 비친 내가 어색해서 회사 로비에 용모 점검을 위해 두었던 대형거울을 피해 다닌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얼굴 화끈거리는 행동이었지만, 그 시기는 아마도 ‘나와 나’ 사이의 간극을 좁혀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어쩌면 ‘나와 진짜 나’ 사이의 대면이 오갔던 시기라고나 할까?

휠체어를 타는 삶이 남들과 물리적 눈높이는 다르지만 모르긴 몰라도 그 눈높이에 필요한 일들이 있을 것이고 그 높이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느끼는 것이 따로 있을 것이다. 이는 남들은 돈 주고도 모를 나만의 특권이다. 나의 특별함을 회복하고자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읽는 이에게 한 번 들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홍순관의 “나처럼 사는 건 나 밖에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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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용구 (bornagain095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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