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고래 쇼. ⓒ김치군 블로그

숙소인 가스램프 쿼터에서 씨월드로 가는 방법은 트롤리를 타고 올드 타운 트랜싯 센터(Old Town Transit Center)에 내려 9번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트롤리는 샌디에이고 시내를 운행하는 작은 트램인데 우리나라 지하철에 비해 매우 작고 귀엽다. 우리나라의 경전철 정도로 보면 가장 비슷할 것이다.

휠체어로 트롤리를 타려면 먼저 승강장에 있는 티켓머신을 통해 표를 구입하고 트롤리가 도착하면 출입문 옆에 있는 휠체어 표시 버튼을 누르면 휠체어 경사로가 자동으로 펼쳐진다.

아주 편리하게 승하차가 가능하며 특히 티켓검사는 매번 하지 않으나 가끔 검표원이 돌아다닌다 하니 따로 표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무임승차하면 안 될 것이다.

샌디에이고 트롤리. ⓒ안성빈

샌디에이고 하면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씨월드이다. 1964년에 개장한 이곳은 다양한 해양생물들을 관람할 수 있는 곳으로 특히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열대, 온대, 극지방에 서식하는 해양생물들의 환경에 맞게 대형수족관을 만들어 관광객들이 지구 곳곳에 살고 있는 해양생물들을 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롭다.

나는 국내외 많은 수족관과 아쿠아리움을 갔었지만 씨월드 만큼 다양하고 규모가 큰 곳은 처음이었다.

씨월드 샌디에이고 입구. ⓒ안성빈

씨월드에는 높이가 100m가량 되는 스카이 타워가 있다. 그곳에 오르면 샌디에이고항, 공항 등 샌디에이고의 모습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360도로 회전하면서 오르고 내리기 때문에 그야말로 샌디에이고의 360도 뷰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물론 휠체어로도 관람 가능하다.

스카이 타워. ⓒ안성빈

씨월드의 백미는 범고래쇼이다. 다들 이것을 보기 위해서 미국 전역은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서 이곳을 찾는다.

미국 아이들은 디즈니랜드와 씨월드를 평소 가고 싶은 버킷 리스트로 꼽는다 하니 그 명성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나도 방송매체에서 보고 매료되어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이곳을 온 것이다.

범고래쇼는 시간표가 따로 나와 있으니 그것을 보고 쇼를 놓치지 않기를 부탁한다. 쇼가 시작되기 30분 전부터는 씨월드 안에서 쇼를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그리고 수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 홀린 듯이 한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쇼가 곧 시작된다는 뜻이다.

돌고래도 만질 수 있다. ⓒ안성빈

범고래쇼가 펼쳐지는 공연장은 매우 큰 규모로 관중들이 반원형 스탠드 석에 앉아 수중무대를 바라볼 수 있는 구조이고 너무나 친절하게도 휠체어석도 따로 예쁘게 마련되어 있다.

내가 간 날은 평일이라 그런지 씨월드 내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으나 범고래쇼 공연장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쇼가 시작되자 조련사가 나오고 조련사의 지시대로 집채만 한 큰 범고래가 수면위로 솟구쳐 올라 하늘로 점프한 후 물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광경이었다.

이내 범고래 한 쌍이 서로 교차하며 수면위로 뛰어오르고 조련사를 등에 태운 채 물살을 가른다. 마치 인어공주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관중석 맨 앞줄은 젖는 지역(Soak Zone)이라 해서 범고래의 물공격을 받는 곳이다. 얘네들이 쇼를 시작하게 되면 물이 4D로 엄청 튀는 곳이니깐 우의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맨 앞줄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너무 재밌는 애완동물 쇼. ⓒ안성빈

씨월드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어린이를 위한 애완동물 쇼(Pets Show)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갖가지 강아지, 돼지들이 뽀미언니 같은 예쁜 조련사 언니의 지시 아래 재롱을 부리는 쇼이다.

예쁜 조련사 언니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밌는 멘트도 날리고 귀여운 동물들이 앙증맞게 쇼를 선보이기에 아이들에게는 이곳이 단연 1등이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라면 이곳은 꼭 둘러봐야한다. 어른들이 보기에도 매우 재밌는 곳이니 놓치지 말기 바란다.

그리고 씨월드에서 내가 추천하는 것은 식사가 포함된 자유이용권이다. 씨월드 안에는 수족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놀이동산처럼 롤러코스터, 회전목마, 바이킹 등 여러 놀이기구들이 있다.

우리나라 롯데월드 만큼의 놀이기구가 있는 듯했다. 나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어 아무 것도 탈 수 없었지만 아이들을 동반한다면 이 놀이기구들을 다 탈 수 있는 식사포함 자유이용권을 추천한다.

이 티켓을 구입하면 무제한으로 놀이기구들을 탈 수 있고 무제한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씨월드 안에는 아주 여러 식당들이 있는데 한 시간의 텀을 준다면 식당 문 닫을 때가지 몇 번이고 다른 식당을 돌아가며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A식당에서 12시에 식사를 하였다면 13시가 넘으면 B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가격이 비싸다.

1인 14만원 정도이다. 나중에 안 것인데 국내 인터넷 구매업체를 통해 구하면 10만원 정도에 구매가 가능하다. 나는 본전이 생각나 최대한 많이 먹으려고 했으나 너무 배가 불러서 세 집밖에 가지 못했다.

샌디에이고의 노을. ⓒ안성빈

씨월드는 단순한 아쿠아리움을 넘어 남부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다치거나 홀로 낙오된 해양 동물들을 치료하고 다시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적응 훈련을 시키는 보호소 역할도 한다고 한다.

샌디에이고 미션 베이 인근에 자리한 씨월드에서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해양 생물과 그 중요성에 대해 배울 수 있어 아이들에겐 의미 있는 환경교육이 될 것이다. 또한 2017년에 개장한 오션 익스플로러(Ocean Explorer) 구역에서는 가족 모두가 함께 심해 모험을 떠날 수 있다.

한나절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씨월드에서 놀다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서 본 샌디에이고의 석양은 지금도 잊지 못하는 한 장면으로 남아있다. 길게 뻗은 야자수 위 하늘이 불이 붙은 듯 붉게 물들었던 그곳의 노을을 언제 또 볼 수 있으려나.<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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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빈 칼럼니스트 사지마비 장애인(경수손상 5, 6번)으로 현재 (사)로이사랑나눔회 대표이며 미국, 호주, 유럽 등을 자유여행한 경험을 본지를 통해 연재할 것이다. 혼자서 대소변도 처리할 수 없는 최중증장애인이 전동휠체어로 현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다닌 경험이기 때문에 동료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모쪼록 부족한 칼럼이지만 이 글을 통하여 우리 중증장애인들이 스스로 항공권, 숙소, 여행코스 등을 계획하여 보다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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