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평창동계패럴림픽대회’에서 한국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DB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응원가 중에 ‘하나된 열정’이 있다. 박미정 작사, 박현준 작곡의 작품이다. /Wassup(What's up, 왠 일이니?, 잘 지내?) 평창/ 하나된 불꽃/ 노래해/ 이루다/ Passion(열정) of Pyeongchang/ 등의 단어가 가사에 들어 있다. 36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대와 걱정을 꿈과 희망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래다.

빠르고 신나는 음악보다 발라드풍으로 하여 웅장하고 감동적이며 경건한 분위로 리듬을 구성하였다. 이 노래는 공감의 분위기로 감동을 유도하는 음악이다. 이 노래 가사에서 강조하는 것은 열정, 하나, 꿈, 이루다 등이다.

멈추지 않을 거야 / 도전 앞에 물러서지 않을 때 / 꿈꾸던 그날은 오늘이 될 거야

나의 꿈은 너의 꿈이 되고 / 우리의 꿈이 모여서 / 이 세상을 환하게 밝힐 테니

Imagine. That’s Reality / 이루어질 거야 / 나만의 꿈이 아닌 / 모두의 꿈을 향해

Imagine. That’s Reality / 언제나 그려 왔던 꿈 / 찬란한 저 은빛 바다에 / 우리의 꿈의 닻을 내리자

땀은 기록으로 / 열정은 다양한 모습으로 / 세상을 비추고 변화시킬 거야

너의 열정은 더 크게 타올라 / 누군가의 불꽃이 되어 / 이 세상을 환하게 비출 테니 /

하나 된 열정! 하나 된 소망! / 새로운 세상 향해. / 너와 내가, 하나 되어 / 앞으로 나아가자!

Imagine. That’s Reality / 이루어질 거야 / 나만의 꿈이 아닌 / 모두의 꿈을 향해

Imagine. That’s Reality / 언제나 그려 왔던 꿈 / 찬란한 저 은빛 바다에 / 우리의 꿈의 닻을 내리자!

하나된 세상 향해 나가자! / 너와 나 우리 함께 하자! / Imagine. That’s Reality

세계 장애인들이 모여 축제로서 대회를 치르면서 장애인들의 꿈을 이루고 그 영광을 열정으로 불태워 꿈을 이룬다는 의미는 행사의 의미를 잘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작곡가는 음악 플랫폼 루나르트와의 인터뷰에서 좌절했던 사람들이 역경을 딛고 땀방울을 흘려 꿈을 이루는 것은 개인의 꿈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꿈이라고 하였다.

‘하나된 열정’의 부제는 ‘imagine, That's Reality'(상상이 현실이 되다, 꿈을 이루다)이다. 국제행사에 맞게 영어를 적절히 사용하였다. 장애를 좌절로 보고 그것을 이기는 도구로 스포츠를 바라고 있으며, 이러한 스포츠 향연을 꿈의 실현으로 보았다. 메달의 쟁취를 꿈의 실현으로 보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선수들에게는 좋은 성적을 올리는 응원의 목소리로 들리니 그렇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장애를 좌절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즉 극복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역경을 이기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빛이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도전의 아름다움이나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보다는 극복에 강조점을 찍고 있다.

충남 장애인선수단 응원가를 살펴보자. ‘너와 날 위해’란 제목의 응원가는 삼성SDI 후원으로 안희정 충남도지사 시절 제작되었다.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참여를 장애인들에게 유도하고, 운동을 통한 자긍심과 성취감 고취를 위해 제작하였다고 한다.

가자 너와 날 위해 / 뛰자 함께 손잡고 / 나를 누르는 한계를 떨쳐내고

함께 달리는 시간 / 살아있음을 느껴 / 새로운 행복 충남을 위해

가득 흘려왔던 땀방울들이 / 가슴에 모여들어 빛나고 있네

우리 나누던 / 고통들은 승리가 되어 / 한 번 더 우리 가슴 불태우네

가자 너와 날 위해 / 뛰자 함께 손잡고 / 나를 누르는 한계를 떨쳐내고

함께 달리는 시간/ 살아있음을 느껴

새로운 행복 충남을 위해 / 행복 충남 행복 충남

모두 안 된다고 고개 돌려도 / 우리는 무엇이든 이길 수 있어

몰래 흘렸던 눈물들은 / 기쁨이 되어 / 한 번 더 우리 가슴 불태우네

가자 너와 날 위해 / 뛰자 함께 손잡고 / 나를 누르는 한계를 떨쳐내고

함께 달리는 시간 / 살아있음을 느껴 / 새로운 행복 충남을 위해

모두 바라고 바라던 꿈이 / 오늘 여기 우리들 / 앞에 펼쳐져 있네

날자 더 높이 / 하늘 위로 비상하리라 / 뜨거운 열정이 자유롭게 하네

우린 너를 응원해 / 크게 소리를 질러 / 가슴 뜨거운 충남의 함성으로

가자 우리를 위해 / 뛰자 정상을 향해 / 달려라 충남 화이팅 충남

운동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것은 상당히 새로운 표현이다. 그런데 이러한 활동을 충남을 위해서라는 것은 좀 이상해 보인다. 그리고 이 응원가를 통해 생활체육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충남의 기량이나 기상을 보여주자라고 했다면 조금 더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가자 우리를 위해’라는 표현도 의미 전달이 잘 되지 않는다. 손잡고 함께 가자는 것은 꿈을 향하여 가든, 세상을 향하여 가든 좋은 표현인데, 운동이 우리(자신이나 충남)를 위한 것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설득되지 않는다.

이 응원가에서도 꿈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전문체육이 꿈을 이루고자 하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날자, 자유 등의 단어와 어울리면서 꿈을 펼치고자 하는 것과 그 결과 얻는 쾌감과 감동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한계를 떨친다’, ‘몰래 흘렸던 눈물’, ‘모두가 안 된다고 고개 돌려도’ 등의 표현에서는 장애는 소외되어 있고, 그 한을 스포츠를 통해 푼다는 의미로 들린다.

선수로서 기량을 갈고 닦는 데에 많은 땀과 눈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몰래 흘린 눈물과 나누던 고통, 남들이 안 된다고 부정적으로 보았으나 그것이 아님을 보여주자는 것은 가능성의 실현이나 긍정적 장애 인식을 시켜주자는 것보다 장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고정관념으로 인정하고 통념적으로 그럴 것이라는 오히려 사회적 부정적 이미지가 담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구호처럼 응원을 하고 용기를 북돋우는 후렴부에 ‘행복 충남, 행복 충남’이란 문구를 반복하는 것은 장애인 응원보다 충남복지 홍보를 강조하는 것 같다.

평창 패럴림픽의 또 하나의 공식 응원가 ‘Wassup’의 가사를 음미해 보자.

Wassup 평창 패러림픽

모든 것을 보여주겠지/ 이 승리를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도 모두 보여줄 거야

준비선 앞에선 준비한 너의 모습을 / 두근대는 심장과 다 멈출 수 없는

Wassup 평창 패러림픽

하루하루 힘들었겠지/ 가끔씩은 지쳤을 거야

모든 순간 견뎌왔기에/ 전부 보여줘야 해

열정이 식어버린 사람에게/ 도전을 심어주는 너

이젠 혼자가 아닌/ 우리와 함께

우리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서/ 너에게 우리 함성을

Wassup 평창 패러림픽

준비한 모든 것과 가능성을 보여 달라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표현이다. 두근대는 심장을 멈출 수 없다는 표현은 흥분과 기대를 갖게 하는 격려의 표현이다. 힘들었을 것이니 다 보여 달라는 표현은 그 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굳이 응원을 하면서 힘든 기억을 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그것도 그랬을 것이다라는 ‘-겠지’라는 추측형 서술어 표현은 공감하기 어렵다.

과거는 혼자였으나 이제는 함께 한다는 표현의 대조적 표현은 사회의 장애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스포츠를 통해 개선됨을 보여주지만 응원을 하는 데 왜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하는지 잘 알 수가 없다. 일손을 멈추고 스포츠 축제에 집중하여 응원하자는 이야기인지, 과거의 반목과 소외를 넘어 응원하자는 이야기인지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보이지만 응원을 하는 마당에 굳이 일손을 놓거나 과거의 소외와 무시를 들출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응원가의 거의 모두가 장애를 극복의 이미지로 그리면서 하나되고 열정을 미화하여 영웅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스포츠 자체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고, 투지를 불태워 승리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동질감을 느끼고 화합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세련되고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거나, 소외, 눈물, 역경으로 그리고 메달이 한풀이처럼 보이거나 꿈의 실현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격정과 응원의 도가니 속에 실력을 겨루는 경쟁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대단한 선수들의 응원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여 가사를 만들 것인지는 연구대상이 아닐 수 없다. 스포츠 대회를 맞아 막상 응원가를 제작해야 하는 시점이 아니라 평소 전문가와 장애인 당사자, 스포츠 선수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어 정말 응원의 효과가 좋고, 현대사회의 패러다임에 맞는 의미를 부여하는 응원가를 연구해 보았으면 한다.

승리나 출전, 기록의 갱신 등이 꿈의 실현이 아니고 평소에 잊혀진 사람들이 이러한 행사를 통해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닌 진정한 응원의 힘을 줄 수 있는 가사와 노력에 대한 땀방울을 통한 감동의 이미지가 아닌 세련된 가사가 나왔으면 한다.

역경을 이긴 선수만이 아닌 모든 장애인들에게 꿈을 주고 행사가 끝나면 노래조차 잊혀져버리는 그런 것이 아닌 응원가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그리고 스포츠 선수가 아닌 장애인 일상의 삶을 노래하고 삶의 힘을 가지게 하는 노래도 만들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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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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