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봄(BARAVOM) 사진관의 이름은 ‘바라본다’의 명사형이며 봄(VOM)에는 Viewfinder Of Mind(마음을 바라보는 카메라 창)라는 숨은 뜻도 있다. 장애인의 마음을 바라보고 그들과 소통하며 사진을 찍겠다고 만든 이름이다.

촬영할 때면 항상 사진관을 찾은 장애인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한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 선 그들의 표정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사진관이 처음이라서 그런가?

경험이 없는 사진가라는 것이 티가 났나?

나는 마음을 열고 정성을 다하는데 표정이 왜 저러지?

사진관을 연 초창기만 해도 이와 같은 생각이 들면서 슬며시 화가 나기도 했다.

사진과 그리고 장애인과 만남이 오래되지 않은 초보 사진가의 속 좁은 생각이었다.

사진을 찍는 과정은 소통의 연속이며 이를 위해서는 서로가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 한다. 그런데 그전까지 나는 왜 장애인과 소통을 하는 데 있어서 내 마음만 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을까?

오랜 기간 내 몸에 밴 우월의식이 나도 모르게 작동한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으며 잘나가던 시절을 누려왔던 내가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한순간에 바꿀 수는 없었다.

시간이 필요했다. 장애인에게 나의 열린 마음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장애인의 마음이 열리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다운증후군 친구들 4명이 사진관을 찾은 적이 있었다. 전국발달장애인 댄스대회 촬영을 통해 이들의 춤솜씨를 잘 알고 있었던 나는 촬영 전 음악을 틀고 분위기를 띄웠다. 예상대로 그들은 사진관을 찾은 이유를 잊을 정도로 흥겨워했다.

한참의 춤판 뒤에 이어지는 사진 촬영에서 사진가는 애써 표정을 요구할 필요도 없었고 카메라 앞 모델들에게도 어색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모델만 촬영하고 끝내기 아쉬웠던 사진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과 함께 그날의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사진관을 연 초창기에 다운증후군 친구들과 함께한 사진가. ⓒ나종민

장애인을 위한 첫 사진관이라는 이유로 여러 언론의 인터뷰요청을 받아왔다.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장애인을 찍기 위한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이다. 나의 대답은 늘 똑같다. “특별하지 않게 대하는 것이 특별한 방법입니다.”

처음에 내가 잘못된 소통 방식을 시도했던 것처럼 기자들의 질문 역시 장애인들은 특별한 사람으로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편견에서 나온 것이다.

장애의 유형에 따른 촬영 방법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그 방법은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그냥 또 다른 촬영 방법일 뿐이다.

연예인이 아니고서야 카메라 앞에서 편하게 포즈를 취하고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의자에 앉아 다리 꼬는 포즈를 요청하기도 하지만 모두가 그 요청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팔짱 끼는 포즈 마저 어색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도 다른 방법으로 사진 촬영을 해야 하는 것처럼 카메라앞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가 없다.

바라봄 사진관에서는 장애인들을 특별한 방법으로 배려하며 사진 촬영을 하지 않는다. 다만 다름을 이해하며 서로의 마음을 바라보고 소통하며 촬영할 뿐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나종민 칼럼니스트 외국계 지사장을 그만두고 취미로 사진을 찍다 장애아이 어머님의 한마디에 비영리 사단법인 바라봄 사진관을 설립하고 8년간 대표를 맡고 있는 착한 사진가. 지난 10년간 장애인분들을 위한 사진을 찍으며 만났던 사람들과 에피소드를 사진 중심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