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토브 리그 포스터 캡처, ⓒSBS

"저 문턱 높이가 얼마나 될까요?

결국 남의 도움을 받아야 넘을 수 있는 저 문턱."

"누가 누굴 돕습니까?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능력만큼만 하세요.

누가 누굴 보호합니까?"

"단장님이 결심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당사자는 대단한 결심을 하지 않았을까요?

동생분이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멋지게 극복을 해오고 있었는데

어느 정도 인정을 하셔야죠.

다 극복한 백영수 씨가 단장님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스토브리그 6화 중 마음을 움직인 대사다.

왠지 작가가 마음 따뜻한 사람일지 모른다는 막연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딱히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나 인식 때문이라고 하기엔 약간 다른 무엇.

그냥 서슬 퍼런 프로의 세계에서 그러고 보면 사회라는 곳 자체가 서슬 퍼렇고 잔인하고 매정한 곳이지만 백승수를 통해 보여주는 츤데레스러운 면은 재수없기도 하지만 훅하고 들어오는 따뜻함이 있다. 그게 책임감 내지는 죄책감이 빚어내는 감정의 소산이라 할지라도.

드라마 스토브 리그 포스터 캡처, ⓒSBS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걸리는 시선이 있다.

"말도 안 되게 멋지게 극복한"이라는 대사다. 도대체 어떤 게 말도 안 되게 멋진 극복일까?

휠체어를 타던 영수가 벌떡 일어나 다시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걸까?

극복은 어려움을 이겨냈다는 사전적 의미에서 멈추지 않는다.

실상의 의미는 이겨내고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장애는 그래서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아무리 재활을 한다고 해서 영수가 다시 그라운드를 뛸 수 없고 내가 다시 유도를 할 수 없다. 그저 영수나 나를 다른 사람과 구분하는 하나의 특성일 뿐이다.

다만, 작가가 따뜻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영수가 그 얕은 문턱을 넘기 위해 쉽게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제가 한 번더 해볼게요."라는 할 수 있는 건 하겠다는 주체적 의지를 보여준다는 것 그리고 그 문턱의 높이 따위를 인식조차 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넘나들었던 비장애인의 입장을 재빠르게 깨닫고 세영을 앞세워 사무실을 문턱을 야밤에 재보고 다니 게 만들었다는 거다.

문턱이 휠체어를 막아서도 경사로를 놓으면 쉽게 해결된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준 게 고마울 지경이다. 대한민국의 턱을 모두 낮추는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승수는 "누굴 돕습니까?", "누굴 보호합니까?"라며 대상도 없는 대상자를 만드는 사회적 시선에 일갈을 날린다. 장애를 장애로만 보지 않는다는 것, 앉아서 보호나 배려를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팀원으로 기꺼이 자리를 내준 드림즈가 계속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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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가 필요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회복지사. 책 읽고 글도 쓴다. 그리고 종종 장애인권이나 인식개선을 위한 강연도 한다. 미디어에 비친 장애에 대한 생각과 함께 장애당사자로서 일상에서 겪는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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