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17년 '똑!똑! 안녕하세요.' 칼럼방에 1년간 글을 올렸었다. 그 시점의 필자는 실명한지 5년 그리고 장애인으로 불리며 세상 밖으로 나온지 2년이 되는 시점이었다.

비장애인으로 살았던 38년과 장애인으로 살아갈 남은 여생 사이에서 정체성은 혼란 상태였고 비장애인들 속에서 나 홀로 장애인으로 대학 생활을 하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부당한 처우에 싸움닭처럼 언제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냈던 시간들이었다.

글을 쓴다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았지만 머리와 마음에 휘몰아치던 생각과 감정을 글을 쓰며 차분히 정리하고 성찰하면서 내적 자아를 키우는 등 감정의 찌꺼기를 비울 수 있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책상 위에는 2020년 달력이 떡하니 올라와 있다. 시간은 참 더딘 것 같은데 세월은 정말 빠르구나 싶다.

이제 필자는 40대 중반의 막강한 정신력과 입담을 가진 아줌마가 되었다. 부산 토박이로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란 필자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모성애를 장착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무시라는 비바람을 맞으며 그 누구보다 파워풀한 아줌마가 되었다.

물론 2년 전에도 그 전에도 아줌마로 지냈지만 겉모습만 그러했을 뿐 내면은 아가씨와 아줌마의 그 어느 중간쯤이었던 것 같다.

실명으로 딸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안쓰러움에 언제나 마음 한구석은 짠했고 세상밖 비장애인의 무시에 억울해하며 눈물을 흘린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필자는 더이상 마음 아파하지도 눈물 흘리지도 않는다. 딸아이에게 해주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미안함과 안쓰러운 마음은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찾는 데 집중하고 비장애인의 편견과 무시에 억울해하며 눈물 흘리는 대신 그건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게 되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사회 인프라들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비록 오늘날 우리 장애인들은 힘들더라도 다음 세대를 살아갈 또 다른 장애인들과 필자의 딸아이처럼 장애 부모나 장애 형제를 가진 비장애인들이 사회로부터 소외당하지 않고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차별과 편견 없이 하나 되길 희망하며 지난 2년간 필자는 학교와 공공 및 민간기업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였고 지금도 활동 중이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장애인에게 온전히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마음에 확고한 빗장을 걸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분리시키려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로 활동하며 필자가 느낀 것은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소통의 부재로 제대로 알지 못함에서 비롯한다는 걸 느꼈다.

결국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비합리적 사고는 그들만의 잘못은 아닌 것이다. 2년간의 공백과 글을 쓴다는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다시 칼럼을 기고하고자 마음먹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칼럼에서는 단순히 사회 및 비장애인들의 편견과 차별에 대해 토로했다면 앞으로의 칼럼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장애인이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하려 한다.

필자의 글을 보며 누군가는 공감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이해할 것이며 또 누군가는 “별 것 없네”할 것이다. 옳고 그름을 말하기보다 비장애인들이 알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할 장애인의 삶을 허심탄회하게 들려주려 한다.

그 이야기 속에는 장애 유무를 떠나 우리 사회 모든 이들이 고민하고 경험하는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공통분모 속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은 어떻게 느끼고 삶을 풀어나가는지 들려주려 한다. 1년간 쓰게 될 필자의 이야기를 통해 장애인들의 일상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고정적인 입장이나 관점에서 벗어나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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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칼럼니스트 9년 전 첫아이가 3개월이 되었을 무렵 질병으로 하루아침에 빛도 느끼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상자 속에 갇힌 듯한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나를 바라볼 딸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삐에로 엄마가 되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삐에로 엄마로 살 수는 없었다. 그것이 지워지는 가짜라는 걸 딸아이가 알게 될테니 말이다. 더디고 힘들었지만 삐에로 분장을 지우고 밝고 당당한 엄마로 아이와 함께 세상 밖으로 나왔다. 다시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초중고교의 장애공감교육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2019년 직장내장애인식개선 강사로 공공 및 민간 기업의 의뢰를 받아 교육강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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