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없을 때는 형제들이나 자매들이 장난을 치다보면 일을 저지르게 된다.

필자에게도 아주 어렸을 적에는 동생이나 오빠와 장난을 잘 치곤 했었다.

언젠가는 어항을 엎어 방안을 물바다로 만들기도 했었다.

그러다 보면 야단을 맞고 때로는 매를 맞기도 했었다.

그런 일이 자주 있었던 일도 아니었지만 그런 일조차도 열 살이 넘어서부터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

필자의 어머니는 아주 냉정한 분이셨다. 어렸을 적에도 우리 딸 예쁘다, 하시며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주시지 않으셨고 따뜻한 눈길 한 번 주시지 않으셨다.

잠을 자다가 목이 말라도 스스로 주방에 가서 물을 마셔야 했다.

아침 식사 전에는 반드시 일어나야 했고 낮에 방바닥에 뒹굴거리는 것도 싫어하셨다.

철은 왜 그리도 일찍 들었는지 어린 마음에도 어머니가 싫어하시는 일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도 잘 하지 못했다.

그런 분이셨기에 어머니와 딸이 함께 있는 시간이 참 많이 불편했다.

그런데 그렇게 몰인정한 행동이 필자에게는 독립심이 강한 아이가 되어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어느 날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곳에 혼자 뚝 떨어졌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잘 살아가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했고 어머니나 형제들이 그립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불행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순 없었다.

“어머니와 딸인데…. 살다가 힘이 들면 어머니를 생각하고 응석을 부리기도 하는 게 어머니일 텐데….”

필자는 그렇지 못했다. 어려서부터 좋은 일이 있으면 어머니께 말씀을 드릴 수 있었어도 어려운 일에 처하게 되면 어머니가 아파할까 봐, 어머니가 속상해할까 봐 입을 꾹 다물어야 했다.

그것이 누구와 의논하는 일을 지금도 잘 하지 못하고 혼자서 고민하고 혼자서 결정하고 말아버리는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 때로는 많이 힘들고 외롭기도 했었지만 사회에 나와 많은 장애인들을 만나게 되면서, 또 장애인 직원들과 일을 해 보면서 어머니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자녀가 세상을 살면서 욕먹지 않고 살게 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잘못을 하면 더 호되게 부모님께로부터 야단을 맞아야 하고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부모님들이야 자식 생각하면 눈물부터 나오는 가엾은 자식이기에 이래도 저래도 참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부모님이 자녀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것이므로 강하게 길 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삶이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어려움은 있게 마련이고 다 겪게 된다. 어려서부터 강하게 길들여졌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든 그 벽을 넘을 수 있을 텐데 약하게 자랐기 때문에 스스로 쉽게 포기를 하게 된다.

부모님이 강해야 장애를 가진 자녀가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1970년대는 나라가 가난했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공부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특수학교는 더욱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춥고 배고프고…….

장애 아이들이 겨울을 이겨내기란 정말로 힘겨웠다. 필자 또한 그 시절을 살았다. 특수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겨울 방학에 집에 가서 부모님께 학교 다니기 싫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아버지의 대답이 참 쉽게 나오셨다.

“그래, 그만두고 싶으면 그렇게 해라. 네가 공부를 해서 뭐에 써먹겠니.”

비장애인 자녀였다면 고등학교나 대학교도 아니고 초등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데 허락할 부모님은 안 계실 것이다.

그 한 말씀이 배우지 못하게 된 올가미였다. 아니 어쩌면 아버지께 핑계를 돌리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그 말씀 한마디에 쉽게 포기할 수 있었는데 살면서 공부를 포기한 일만은 마냥 후회가 된다.

부모님께서는 비장애인이든 장애인이든 잘못한 자녀에게 똑같이 호되게 야단을 쳐서 잘못을 인정하고 고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야 똑바로, 그리고 용기 있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부모님이나 형제들이 인정해 주지 않고 부끄러워한다면 장애인 당사자는 결코 당당해 질 수 없다.

어느덧 기해년이 나뭇가지에 연 꼬리처럼 매달려 있다. 학업을 마치고 졸업을 앞에 놓은 장애인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든 취업을 목표로 노력할 것이다.

세상은 변했다.

장애인도 하면 된다! 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 계신 부모님들이 가르쳐 주시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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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서 칼럼리스트
장애인당사자의 권익옹호와 정책발전을 위한 정책개발 수립과 실행, 선택에 있어서 장애인참여를 보장하며 지역사회 장애인정책 현안에 대한 제언 및 학술활동 전개를 위하여 다양한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대전지역 장애인복지 증진과 인권보장에 기여하는데 목적을 둔 대전장애인인권포럼 대표로서 장애인들의 삶의 가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전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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