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거주시설에 추경예산으로 시설 당 약 200만원의 비용을 지원하여 공기청정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200만원이면 중형을 한 대 구입하는 정도이거나 소형을 두 대 구입하는 정도의 예산이다.

국회 예결위에서 임대가 더 저렴하니 임대로 하자고 예산 삭감 의견도 있었는데, 당장은 임대는 저렴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더 비싸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다만 임대는 관리나 유지보수가 더 잘 되지만 구입은 필터교환을 구입자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리할 수 있다.

문제는 수 십 명의 장애인들이 여러 방에 나누어져 생활하고 있는 거주시설에 어떤 장소에 설치하느냐이다. 처음에는 중증장애인의 방에 설치를 하겠지만 자연적으로 직원 사무실이나 원장실로 공기청정기는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일일이 그렇게 사용되는 것을 감시하거나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추경예산은 충분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한다.

특수학교의 경우에는 3484개 학급에 공기청정기 설치 비용 199억원이 추경으로 배정되었다. 각 학급 교실마다 설치되는 공기청정기는 임대비용이고 강당 등은 기계환기설비 설치비용으로 지원이 되었다. 공기청정기 임대료는 26억원이고 기계환기설비 설치비는 173억원이다.

공기청정기는 대기업에서 공산품 허가 기준을 준수하여 생산되는 제품이고, 널리 국민들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도 사용되고 있어 그 성능이 어느 정도 증명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임대를 하고 있는 몇몇 제품 중에서 선정을 하는 것이므로 제품의 구입에 큰 문제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공기정화장치 중 공기순환기계식은 대기업의 제품도 아니고 사용에 대한 경험도 부족하여 구입에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농촌지역에 태양광 설치를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고 하여 설치를 하였더니, 전기를 생산하는 능력은 형편없고 장사치의 정부보조금을 빙자한 상술에 속았다는 경우가 많았다.

공기청정기의 특수학교 설치가 이러한 예산 낭비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구입 담당자의 주의와 학부모의 감시가 필요하다.

공기순환기는 오염된 실내의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고, 실외의 미세먼지를 필터링하여 실내로 공급하는 장치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자료에 의하면 폐쇄된 실내에서 마시는 공기가 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실외에서 마시는 공기보다 100배의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산화탄소가 외부로 배출되고 배출된 공기가 그대로 다시 실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즉 급기와 배기가 한 통로로 구성된 일체형 제품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다음으로 미세먼지를 거르는 필터의 성능과 두께를 비교하여 구입하여야 한다. 가정용 공기청정기는 해파필터를 사용하는데 필터의 두께가 두꺼울수록 미세먼지를 잘 정화할 수 있다. 또한 문을 닫았을 때에 공기를 잘 차단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깨어진 창문이나 뚫린 문틈, 천정의 빈 공간 등이 외부와 차단되지 않는다면 미세먼지를 필터링하더라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또 공기순환장치는 소음이 적어야 한다. 소음은 실외기의 소음을 줄이기 위한 박스가 이중으로 되어 있는가가 소음을 결정한다. 교육부에서는 55데시벨 이하를 권하고 있는데 시중의 제품은 50~70데시벨 정도의 소음을 내는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다. 55데시벨이면 상당한 소음인데, 실내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55데시벨 이하 정도면 수업에 지장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공기순환기를 구입함에 있어 AI기능과 IOT 기능이 있어야 한다. 자동으로 공기질에 따라 환기량을 자동으로 조절하고, 공기질을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항상 최대로 공기순환장치를 가동하면 되지 않느냐 생각하겠으나, 이는 필요 이상의 작동이므로 자동기능을 탑재하는 제품의 구입이 더 중요하다.

공기순화장치는 스탠드형과 천정형, 바닥설치형이 있는데, 몇몇 학교를 대상으로 비교 실험한 결과 스탠드형은 필터링 효과가 99%였고, 바닥설치형은 65%, 천정형은 50% 정도였다.

학교보건법에 의해 학교는 학생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보건실을 설치하고,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등의 건강관리와 환경위생과 식품위생을 관리하기 위한 법이다. 제4조에서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고 대기오염 대응 매뉴얼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있었던 이야기다. 미세먼지 등에 민감한 학생의 부모가 자신의 자녀 책상 옆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겠다고 하였다. 학교측에서는 잘 사는 사람은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은 공기청정기 설치를 간접으로 느끼는 모습은 형평성에 맞지 않아 비교육적이라고 공기청정기의 개인적 설치에 대해 반대하였다.

부피도 크고 전기도 필요한 설비이니 쉽게 개인적 설치를 허용할 수 없었다. 그러자 학부모들은 장애인이 있으면 휠체어를 타고 교실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가 아니냐. 그렇다면 알레르기로 민감한 우리 아이가 공기청정기를 가지고 교실에 들어가야 하는 형편이면 이 경우 휠체어 소지와 무슨 차이가 있는가 하면서 공기청정기를 보조기기처럼 설명하였다.

학교보건법이 제정되고 환경위생이 학교의 책임이 되면서 공적으로 공기청정기와 공기순환장치가 설치되어 가고 있는데, 제품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설비 담당자가 상술의 농간에 속지 않기 위해 위에서 말한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며, 장애 학생들의 건강권을 위해 학부모들은 제품 구입과 설치, 운영에 대하여 감시자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에서는 ‘학교 공기정화장치 설치 및 운영을 위한 컨설팅 방안 및 업무 가이드라인 개발 연구를 한 바 있는데, 이를 참조하면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소음과 필터 사이즈, 필터 효율성 등의 실험 결과도 이 연구결과에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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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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