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은 인생을 돌아볼 시기에 다다르면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이 많은 후회를 남긴다’라고 했다.

아직 그런 시기가 아니라서 잘 모르는 걸지도 모르지만 난 여전히 한 일을 후회하는 게 훨씬 더 많고 하지 않은 일보다는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편이다.

나이 오십. 공식적으로 총각인 친구 녀석이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 아닌 선언을 했다.

“굳이 왜?”

나를 포함한 기혼인 친구들 대부분이 이런 반응이었다. 녀석에겐 기대했던 반응은 아니었을 것임을 알지만 그래도 이런 반응이 기혼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인생이 늘 기대한 대로만 흐르지는 않는다는 건 만고의 진리다.

하지만 나이 오십에 인생의 반려자를 만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반평생 혼자 해왔던 많은 선택과 결정을 이제는 둘이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살짝 염려되기도 했다.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하던 내가 사고로 장애인이 되고 나서도 특별히 사무치는 외로움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주변에 친구도 여전히 많았고 몸은 불편했지만 열정을 쏟을 일이 있었다.

그리고 나밖에 모르는 아내를 만난 나로서는 그런 불편함보다 사무치는 외로움을 견디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결혼식 당일, 주례를 볼 나이에 사회를 보면서 인생은 역시 예측 불가라는 걸 다시 생각한다. 사회를 봐달라니 당연히 휠체어를 탄 내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사회자 석까지는 계단을 올라야 했다.

친구나 예식장 측에는 당연한 것들이 내게는 당연하지 않은 것을 몰랐을 것이다. 나 역시 내가 휠체어를 타니 당연히 ‘알아서’ 할 것임을 짐작했을 뿐이다. 이런 나의 고행이 예식장 측에서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면 그것 또한 좋은 일이겠지.

어쨌거나 성큼성큼을 넘어 뛰어오다시피 입장하고 신부를 질질 끌고 가다시피 하며 퇴장하는 친구를 보면서 녀석의 사무치는 외로움이 실감됐다.

인생이라는 것이 살 만큼 살았을 때 돌아보면 대부분 후회만 남는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이 많지 않도록 될 수 있는 한 많은 일들을 저지르며 살고 싶다.

백세 시대 딱 절반의 인생을 살았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 현대 나이 계산법은 현재 나이에 0.7을 곱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직 삼십 대 중반인 나로서는 저지를 일이 좀 더 많아졌다는 사실이 기분 좋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게 행복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친구의 결혼을 보면서 인생에는 뭐든 늦은 건 없겠구나 싶기도 하다.

이 나이에 비장애와 장애의 경계를 좁히는 일이나 ‘좋은 일’하는 사회복지사가 더 이상 필요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사회복지사로 사는 것 또한 흥분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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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가 필요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회복지사. 책 읽고 글도 쓴다. 그리고 종종 장애인권이나 인식개선을 위한 강연도 한다. 미디어에 비친 장애에 대한 생각과 함께 장애당사자로서 일상에서 겪는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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