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도 근로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부모도 수업시간에 맞추어 학원에 데려가고 데려오기도 하고, 수업시간 동안 교실 밖에서 기다리며 꿈에 부풀어 있었다. 초시계를 재며 정해진 시간 내에 일을 마칠 수 있는지 시험을 칠 때에는 조마조마해 하며 시간 내에 과업을 완수하도록 격려하면서 진지함과 열성을 보였다.

자격증을 따고 취직을 했다는 기쁨에 장애 부모는 커피숍에 데려가고 퇴근 후 데려오면서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싶었다. 경제성을 따지자면 발달장애인 한 사람의 인건비가 아니라 출퇴근을 시키는 것을 감안하면 두 사람의 인건비였다. 그 시간에 부모가 다른 곳에서 일하면 더 많은 소득을 얻겠지만 발달장애인이 직접 일하는 모습에 의미를 두었다.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으니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다른 장애인보다 좋은 일자리를 얻었다고 믿었다. 그런데 하루 3시간만 일하는 시간제 근무였다. 출근에 한 시간, 퇴근에 한 시간, 일하는 시간 3시간에 월 60만원 가까이 받으니 그래도 일을 잘 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 기대했다.

왜 3시간만 일하게 하느냐, 더 많은 시간을 일할 수 있다고 말해 보았으나 커피숍 운영자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었다. 발달장애인은 오랜 시간 일할 경우 집중력이 떨어지고 피로를 느껴 장애인에게 맞춘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일을 종일제로 한다면 커피숍 운영자도 좋지만 장애인을 배려하여 그렇게 한 것이라는 말이다.

우리 아이는 장애가 경미하여 종일 일할 수 있다고 했더니, 다른 발달장애인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하니 형평상 그렇게 한다고 했다. 우리 아이가 제대로 일하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간다는 말이니 더 이상 말하기가 어려웠다. 가게 운영자는 정부의 지원 조건이 4명 이상 고용을 해야 하도록 되어 있어 시간제로 쪼개어 4명을 채운다는 말을 덧붙였다. 근로계약서를 시급제로 작성했다. 근무 시간만 줄이면 2명 고용할 것을 4명까지 늘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경영상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2시간만 일하라고 했다. 1명이 일할 몫을 4명이 일하는 구조로 변경한다고 했다. 근로계약이 그렇지 않는데 왜 두 시간만 일해야 하느냐고 따졌다. 수익이 나지 않아 4명을 두 시간씩 일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주당 15시간 이상만 일하면 근로자이고 4대 보험을 들 수 있어 운영자는 장애인 고용 실적을 채울 수 있다. 두 시간이면 휴일 없이 7일간 14시간이 되지만 1시간 보태어 15시간을 채워 준단다. 8시간은 장애인에게 맡기고 밤에는 비장애인 매니저 혼자서 일한다고 했다.

손님이 많은 시간대에 장애인은 영업에 방해가 되니 퇴근하라는 식이다. 이게 무슨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가 싶다. 단물은 빨아먹고 장애인을 위한 정책만 이용한다면 직업재활이나 사회적 인식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것이다.

근로계약서를 새로 작성하는 것은 앞서 계약한 것의 위반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자 운영자는 운영측의 요구가 아니라 장애인이 원해서 2시간으로 줄인다는 확인서를 작성하라고 했다. 사실이 아닌데 확인서를 써야 하느냐고 하자, 근로기준법상 불이익이 없도록 하기 위해 장애인이 원하여 수정한 것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근로는 용돈벌이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생계수단이다. 그나마 적은 급여에 다시 시간을 축소하니 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이면 대한민국 모든 근로자를 2시간만 일하게 하면 실업자 문제는 100퍼센트 해결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가난에 허덕이겠지만 말이다. 이런 방식이 왜 발달장애인에게만 쉽게 적용되는지, 장애인을 위한 것인지, 사업에 장애인이 이용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직장 내 장애 인식개선 강사를 4명 이상 채용하면 강의료를 지원한다고 했다. 강의로 인한 수입이 급여를 줄만큼 되지 않는데 4명을 채용하기 어렵지 않느냐고 하자, 공단에서는 주당 15시간으로 하여 수를 늘리면 된다고 했다. 이를 장려하는 곳이 공단인가, 이를 말려야 하는 것이 공단인가!

법을 잘 이용하여 편법으로 하는 것을 공단이 가르쳐주는 것 같다. 일자리를 하나 만들어 놓고 여러 사람이 조금씩 나눠먹는 것이 직업재활은 아니다. 생계를 위한 소득이 될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장애인이 적은 일자리라면 그러한 일자리 수를 늘려야 하는 것이지, 쪼개어 숫자만 늘리는 것은 실적만 늘리고 장애인의 삶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배고프니 먹지는 말고 한 사람씩 와서 맛만 보고 핥으라면 얼마나 비참한 현실인가!

이러한 방법은 장애인을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게 한다. 이 최저임금도 남들이 들으면 200만원 가까이 벌겠구나 하겠지만 실제로는 반 토막 난 급여를 받는 시급제인 것이다. 일자리는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대우를 받게 하고 그러한 자리를 많이 만들도록 해야지, 적게 만든 자리를 여럿이 나누어 수만 늘리는 것은 장애인의 직업재활에 한계를 드러내게 만든다.

장애인이니까, 이 정도도 서로 원하니까 하는 생각은 편견이고 차별이다. 장애인의 소득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80만원대에 집중적으로 많은 빈도를 보인다. 비장애인의 경우 평균 임금을 중심으로 좌우 완만한 그래프를 그리지만, 장애인의 소득은 반 토막 임금에 집중된 후 오른쪽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소득의 그래프를 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장애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애인은 시혜적이라는 것에 불과하다. 장애인에게도 일자리를 준다는 것이 마치 장난치는 것 같고, 장애인은 그래도 된다는 나쁜 인식을 정당화하고 만다.

더구나 장애인 고용 사업장 운영자가 임의대로 시간을 축소하면서 그 증거를 없애고 면피하기 위해 부모에게 장애인이 원해서 근무 시간을 더 단축하였다는 확인서를 요구하니 장애인과 부모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이러한 자리를 만들어 홍보와 실적에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생계를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고 그것으로 많은 장애인에게 혜택을 줄 수 없다면 그러한 자리를 계속 늘리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상황이 이러니 기초생활 수급권에서 탈출하는 자는 어리석은 자가 된다. 하나를 만들어 놓고 여러 사람에게 혜택을 준 것처럼 하는 것은 여러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불행을 감수하게 만든다.

복지관에서 다른 사람에게도 혜택을 주어야 하니 근무시간은 최소화하겠다는 것에도 줄을 서서 기다리니 아쉬울 것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하는 곳에서 할 행동이 되지 못한다. 두 시간 일하려고 두 시간을 출퇴근에 허비하는 구조는 낭비이고 장애인에게 너무나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다.

노래방에서 오늘은 손님이 많으니 한 곡씩만 부르고 돈을 다 내고 가라는 가게는 없다. 장애인 바리스타 직종이 이제 더 이상 유망직종이 아니라 장애인을 울리고 희망을 꺾어버리는 피폐한 현실이 되어가고 있음을 정부와 관계기관은 알아야 한다. 눈물을 닦아주고 한숨을 위로하는 진정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현재의 전문가는 자기 월급만 제대로 받아가는 탐관오리란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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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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