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특별교통수단 이용을 위한 심사신청서 일부, 단순 장애유형을 넘어 생활형태까지. 적나라한 개인정보를 기록하도록 되어 있다. ⓒ파주시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 홈페이지

협업강사로 활동 중인 짝꿍강사와 나는 초․중․고등학교와 같은 국공립 교육기관은 물론, 각종 사회복지 시설의 종사자 인권교육, 그리고 2018년 5월 29일부로 법정의무교육이 된 직장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까지. 나름대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강이 요청되는 장소 역시 거주지인 서울부터 인근 경기도, 심지어는 태어나서 처음 가보게 되는 지방까지. 원근각처로 다양하기 마련인데, 이때 자차가 없는 우리의 주된 이동수단은 뚜벅이와 대중교통.

그래도 지하철은 동반 1인까지 무료이고, 기차도 50%의 감액이 있으니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일부러 가보겠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동안 착실히 이행했던 납세 의무의 혜택을 덩달아 기쁘게 누리며 일 겸, 여행 겸, 나들이 겸. 날마다 한 뼘씩 자라는 우리 스스로를 대견해 하며 종횡무진하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꼭 한 가지씩 옥의 티는 있는 법.

처음 가는 곳. 특히 지방 도시의 경우, 자세한 지리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하철이나 기차역에서 하차한 후에도 우리의 최종 목적지까지는 꼭 또 한 번의 교통편을 통한 이동을 필요로 하는 실정에 아예 해당 지역의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기로 하고 강의 의뢰가 들어오는 지역에 따라 장애인콜택시 이용등록을 하고 있다.

그런데 고작 차량 한 번, 그것도 정당하게 제값을 치르고 타는 교통의 편리를 이용하려는 것 뿐인데 무슨 전제조건이 이리도 많은 건지. 막상 이용 등록을 위한 전화를 걸어보면 그야말로 천태만상(千態萬象)이 따로 없다.

같은 경기도라도 서울에서 다이렉트로 이동이 가능한 지역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지역이 있고. 지방의 경우 등록 이후에도 일주일 전에 사전 예약을 해야만 이용이 가능한 곳이 있고, 당일 등록, 당일 콜로 이용이 가능한 곳이 있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이용 등록에 대한 절차와 응대도 천차만별. 때로 옆에서 콜센터에 전화통화를 하며 화를 펄펄 내는 짝꿍강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실실. 요즘 말로 웃픈상황이 벌어지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주소지가 서울인데 광주 콜택시 이용할 수 있나요?”

“그럼요~ 서울 사람은 대한민국 장애인 아닙니까?”

이런 기분 좋은 응대를 받기도 하는 반면,

“주소지가 서울인데 전남 지역 콜택시 이용할 수 있나요?”

“서울 분이 전남에 오실 일이 있으신가요?”

“장애인 본인이신가요?”

“네.”

“장애 등급이 어떻게 되시죠? 의사소통 가능하신가요?”

“아니, 지금 저랑 이야기하고 있으면서 무슨 질문이 그래요?”

이런 얼토당토않은 대화로 또 다시 얼굴이 붉어지는 짝꿍강사의 모습을 보게 될 때도 많다.

하지만 짝꿍강사의 분노가 정점을 찍은 곳은 바로 파주시의 장애인콜택시 이용 등록을 하던 때.

“주소지가 서울인데 파주 지역에서 콜택시 이용 가능한가요?”

가능하단다. 그 후, 어김없이 돌아온 질의응답 시간. 변함없이 본인확인과 더불어 장애 유형과 등급을 묻는 듯 보였다.

그렇게 잠깐의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친 짝꿍강사. 홈페이지에서 이용 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해 보내라고 했다며 무언가를 꼼지락 하더니 이내 또다시 빽 소리를 지른다.

“아니 이게 뭐야! 이 사람들 지금 뭐하자는 거야?”

그리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며 이유를 묻던 내게 대답 대신 종이 한 장을 내밀던 짝꿍강사. 다름 아닌 특별교통수단 이용대상자 심사신청서, 즉 파주시의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신청서였다.

그런데 웬걸. 총 다섯 개의 카테고리. 무려 스물일곱 개의 항목으로 이루어진 신청서 안에는 장애유형과 등급을 넘어 장애 발생일, 거주형태, 가족(동거인) 수, 국민기초생활보장 유무 등을 기재하도록 되어있는 게 아닌가.

이러한 부당함, 아니 황당함에 가만있을 리 없는 짝꿍강사. 다시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신청서 항목에 대해 한참 동안 언성을 높이는가 싶더니 결국은 다른 항목들은 제외하고 장애유형과 등급, 동승인 여부, 휠체어 사용유무 등. 가장 기본적인 것들만 써 달라는 답변을 들으며 이내 통화를 종료했다.

“에이 씨,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이런 걸 요구해! 안 탈수도 없고 정말!”

그리고도 쉽게 분을 삯이지 못하던 짝꿍강사. 짝꿍강사의 그런 모습을 보며 문득 학창시절, 새 학년으로 진급을 할 때마다 제출해야 했었던 가정환경조사서가 생각났다. 학기 초가 정말 싫었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였다.

물론 짝꿍의 전화를 응대한 콜센터 직원은 정해진 매뉴얼대로 했을 뿐이며, 그들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 그리고 가장이기도 할 테다. 하지만 뜻밖의 작은 항목 하나 때문에 상할 대로 상한 고객의 화를 온전히 받아내는 것 역시 그들. 콜센터의 직원들이다.

왜냐. 정작 고심하며 그 매뉴얼, 그 항목들을 만들어 낸 누군가는 실질적인 현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을뿐더러, 옳고 그름의 판단조차 부적절할 때가 너무도 많은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부디 장애인콜택시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모든 복지제도. 아니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우리나라의 국민을 위한 모든 지원제도들이 보다 실질적이고 확실한 필요성을 갖추기를 1순위로 하여 제공자의 입장이 아닌 이용자의 입장과 편리를 위해 제정되고 시행되기를 다시 한번 간절히 바라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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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제 칼럼리스트
현재 장애인권강사 및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증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 교육강사로서 초/중/고등학교를 비롯한 종사자 교육, 장애인 당사자교육 등. 다양한 교육현장을 찾아 활발한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평범한 주부의 삶에서 장애인권강사라는 직함을 갖게 된 입문기는 물론, 그저 평범한 삶을 위해 ‘치열함’을 나타내야 하는 우리네 현실 속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장애의 유무를 떠나 누구나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을 연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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