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 저녁. TV를 보고 있었다.

나는 평소에 화면에 자막이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선호하기 때문에 여느 날과 같이 자막이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시청하고 있었다.

그중에 나의 흥미를 끌었던 어떤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바로 장 건강에 관한 프로였다.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던 나는 별안간 방해 아닌 방해를 받았는데 바로 ‘속초 산불 속보’로 인한 자막 때문이었다.

보통 TV에서는 속보가 뜨면 속보 자막이 자리 잡기 마련인데, 그게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자막이 있던 자리에 뜬다.

프로그램 자막은 속보 자막에 가려버린다. 속보는 10초도 아니고 무려 10분이 넘도록, 그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프로그램 내에서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나는 그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내용을 알 수가 없었다. 속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막이나 수어 통역이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농인의 눈과 귀가 되는 만큼 속보를 띄울 때 자막과 같은 위치가 아닌 다른 위치에 띄우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든다.

청인은 자막을 볼 수 없어도 귀로 해당 내용을 들을 수 있지만, 농인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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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나정 칼럼리스트
안녕하세요, 말 많은 농인 써나정입니다. 청각장애가 있고요. 초등학교때부터 보청기를 끼고 자랐습니다. 청인친구들과 함께 청인스럽게(?) 살다가 최근 농인친구들을 만나며 농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농인으로서의 정체성 키우기와 내가 만난 다른 농인 친구들 혹은 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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