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망상을 하면서 시작해보겠습니다. 만약 제가 비장애인이였고, 여자였고, 소위말해서 미모와 지성을 다 갖춘 여자였다면 무엇을 했었을 거냐고 생각을 해보면, 쉽게 말해서 제가 가진 조건을 완전히 전복해서 생각을 한다면(똑똑하고 미니언즈를 닮은 귀여운 인상인 것만 현실에서도 똑같은 것이지만), 요즘 생각을 하면 아마 항공 승무원을 하고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실제로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여행(특히 역사여행)에 관심 많으며, 챙겨주는 사람은 잘 챙겨주려고 애를 쓰는 저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합니다.

재미있게도, 제가 구독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중 2명은 유명 항공 승무원(1분은 국제적 인스타그램 스타이자 외항사에서 일하는 ‘브리지타’라는 외국인 승무원입니다.)이고 지인 중에서 승무원 경력자가 2명이라는 일도 있습니다.

어쨌든, 현실로 돌아와서, 나름대로 고충이 있는 직업이지만 로망 있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일하는, 어떤 이들은 그 직업을 선망하면서 만나보고 싶어 하는 직장을 염원하는 꿈과 달리 제 현실은 참으로 힘듭니다. 요즘의 삶은 마치 ‘어음을 많이 받은 것 같은 삶’이나 다름없습니다.

요즘 저를 둘러싼 여러 제안들이 오가고 있지만 확정된 것이 아니라서 불안정한 삶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장애인고용공단과 협의 끝에 지원한 일자리가 “주선해주세요”라고 이야기한 다음날 곧바로 ‘서류탈락’을 통보받은 적도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제게 발달장애인 고용과 관련된 자문을 요청해 오는 일도 있었고, 대학시절 저를 눈여겨 둔 이웃과 교수가 별도의 프로그램을 통한 대학원생으로 가는 트레이닝을 받고 나서 검증되면 대학원 진학을 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좋게 말해서 할 거리가 많은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답은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밝힌 죄’라는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라는 문제입니다.

발달장애인이 사무직을 하고 고문직을 하고 연구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게 그들에게는 아마 ‘괘씸’ 했을 것입니다. 실제로는 괘씸하기로는 아무것도 아니고 할 수 있다면야 좋은 일에 가까운 일이지만요.

비장애인이었다면 여러 직업들, 그리고 선망받는 직업들을 하면서 살았을 삶일 수도 있겠지만, 발달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그런 삶을 ‘금지’ 당한 삶이 안타까울 때도 있습니다.

몇몇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을 늘린다고 하지만, 발달장애인을 본사 사무직으로 채용할 기업들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저는 편의상 ‘김과장 이대리’(실제로 한국경제신문의 직장인 일상생활 르포 연재 시리즈 제목이기도 합니다.)라고 부르는 그런 직장인의 삶은 허용된 적이 없다고 봐야합니다.(그나마 제가 그 가까이에 간 적은 있었지만)

사실 소소한 소통과 협력하면서 발달장애인 고용 정보 쉬운 책을 만들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이었지만, 직장 입사 공략집은 대부분 비장애인, 대기업, 본사, 사무직 위주였다는 사실을 저조차 대놓고 비판을 했던 것은 진짜로 뼈아프게 지적한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발달장애인에게 편한 것이 사무직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이 많이 고용된 일자리의 상당수가 바리스타같은 서비스직 위주이고, 오히려 불특정다수와의 접촉이 힘들고 가끔은 ‘진상’ 같이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고통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발달장애계에서 거의 미개척 분야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사무직, 특히 본사 사무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통합적으로 일하기 편한 곳도 본사 사무직입니다. 비장애인 사원들도 발달장애인을 가까이 동료로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본사 사무직이라고 해도 그 수는 극히 드물겠지만 몇몇 발달장애인은 고유한 업무 분야를 가지고 사무 업무에 종사할 수 있을 것이고, 상당수는 사무보조 업무 정도는 가능할 것입니다. 특히 요즘은 아웃소싱 시대이기 때문에 본사의 일반 비장애사원의 업무 일부는 발달장애인 사무원에게 ‘사내 아웃소싱’을 주는 방법도 업무 효율 상승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게다가 현 정부의 고용 정책도 “업무 효율화를 원하면 고용 인원을 늘려서 이뤄라”가 방침인 만큼,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원칙으로 따지면 발달장애인 본사 사무직 고용은 지금 시행하면 딱 좋습니다.

발달장애인을 본사 사무직으로 ‘사내 아웃소싱’이건 뭐건 고용할 수 있다면야, 발달장애인 고용계의 ‘거대한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고, 대기업들도 장애인 고용도 하고 이미지 개선도 할 수 있는 일석다조의 솔루션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그 대학생들이 제게 자문해달라는 것도 발달장애인을 사무직으로 고용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자문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까 어음이라는 표현을 쓴 김에 어음에 대한 새로운 정부 방침 하나를 소개하면서 마무리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새 방침에 따르면 기업이 다른 기업에 일을 맡기고 나서 어음을 주면 절대로 안 되고 반드시 현금으로 줘야 한다고 방침이 나왔습니다.

이번 글 전체를 다 읽어보면, 여기서 말하는 발달장애인 본사 사무직 고용의 어음과 현금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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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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