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 내는 사람들 ⓒunsplash

“나의 원동력은 ‘꿈’이 아닌 ‘분노’였다. 악습과 관행에 맞서 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최근 이슈가 된 BTS 소속사 대표 방시혁의 모교 졸업식 축사의 일부다. 이 말을 듣고 장애가 있는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도 와닿았고 내 현실과도 맞닿아있었다. 나를 움직이는 힘 또한 ‘꿈, 희망’이 아닌 ‘분노’였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부조리

나는 그저 휠체어를 탔고 조금 느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휠체어를 탔다는 이유만으로 식당에서 출입거부 당한 적이 있었고,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가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대학 가서 일은 할 수 있겠느냐’는 말도 들었다. 어렸을 적 나도 동등한 권리를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와서 다양한 장애인들을 만나며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천부적으로 주어지는 권리, ‘인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말도 안 되는 명목상인 제도들이 많았다. 휠체어를 타면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급수로 매겨진 1, 2급인 사람만 이용할 수 있었다.

시골에 내려가고 싶은데 휠체어로 탈 수 있는 시외버스는 단 한 대도 없었다.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지만, 시설이라는 곳에서 정해진 밥, 정해진 일상에서 생활하고 심지어 크고 작은 학대까지 벌어졌다.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했고 시위에 나가고 함께 화를 냈다.

분노는 세상을 바꾸는 좋은 에너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 모두 자연스럽게 얻어진 게 아니었다. 권리가 박탈된 사람들의 불평, 불만이 모인 자리에서 피어났다.

그들은 당당했다. 울거나 죄송하다고 고개를 조아리지 않았다. 누군가는 삭발을 했고, 누군가는 거리 행진을 했고, 누군가는 목소리를 냈다.

혀를 차며 지나가는 사람들 앞에서 ‘분노하는 힘’을 벗 삼아 제도를 바꾸고 있었다. 이들을 움직이게 만든 건 ‘꿈’과 ‘희망’ 같은 핑크빛 단어가 아니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사람은 ‘슬프다’라고 말했지만, 나는 슬픈 감정이 들지 않았다. 슬픈 감정에서 끝나면 그건 ‘우울’밖에 되지 않는다. 비련의 주인공처럼 슬픔을 되뇌며 장애를 탓하는 건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다. 안주하지 않고 분노하는 것이야말로 게으른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비단 인권운동에서만 해당되는 게 아닐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모든 데에 연결된다.

부조리가 넘실대는 세상이지만 나를 당당하게 여기고 분노가 세상을 바꾸는 좋은 에너지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방시혁 대표의 축사를 인용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세상에는 타협이 너무 많습니다. 분명 더 잘 할 방법이 있는데도 사람들은 튀기 싫어서, 일 만드는 게 껄끄러우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폐 끼치는 게 싫어서, 혹은 원래 그렇게 했으니까, 갖가지 이유로 입을 다물고 현실에 안주합니다. 저 또한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갈 겁니다. 격하게 분노하고,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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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 칼럼리스트
전 장애인권운동 활동가이며, 지금은 장애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장애인의 매력적인 삶을 위해 기존에 틀에 물음표를 던지고 새로운 것들에 시도하려고 한다. 장애인이자 청년이자 여성으로서 경험하는 여행, 미디어, 일상을 나눌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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