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들이 신앙생활을 위하여 역삼안식일 교회를 개척했다. 또 시각장애인들의 헌금을 모아 동대문구 소재 본향교회로 자리를 옮겼다. 역삼안식일교회가 본향교회(제7일 안식일 맹인교회)로 개명한 셈이다.

시각장애인들의 숙원인 시각장애인복지관을 설립하려 하였으나, 지자체에서는 동대문구 관내에는 아직 장애인종합복지관도 없는 상황에서 시각장애인복지관을 운영하는 것을 허가하기 곤란하니 장애인종합복지관을 설립하는 것으로 하라고 권고를 받았다.

그래서 본향교회 건물 내에 600평의 장소를 동문장애인복지관을 설립하였다. 시각장애인 교인들은 장애인종합복지관이니 기본적인 프로그램 외에 시각장애인 프로그램도 상당한 비중으로 시행해 줄 것을 기대하였다.

건물은 모두 중앙회(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한국연합유지재단)에서 관리하니 복지관장 역시 중앙회에서 임명한다. 서류상은 등기가 중앙회로 되어 있으나, 원 주인의 동의가 필요하여 별도로 임대계약서를 작성하여 중앙회에 임대한 것으로 하였다.

동문장애인복지관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운영하지 않았고, 발달장애인 중심 프로그램이 주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자, 여러 차례 항의를 하였으나 시정되지 않았다. 이 문제는 몇 년간 계속된 문제이다.

올해 들어 복지관 관장이 새로이 부임하는 시점에서도 시각장애인 교인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집단행동을 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안식일교회는 가톨릭교와 같이 중앙회가 각 교회의 자산을 운영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교회 설립은 본향교회에서 운영하지만 재산권은 중앙회가 소유하고 있다.

동문장애인복지관 설립 당시 중앙회가 설립허가를 받기 위해 본향교회에 임대계약서를 작성한 바 있어 본향교회는 임대 해지를 통보하고, 중앙회에 명도변경을 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처음에는 시각장애인 프로그램을 비중 있게 다루어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지금은 시정요구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판단, 아예 명도를 넘겨받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본향교회는 신자들과 회의를 거쳐 장로와 목사를 중심으로 중앙회에 명도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5단계로 행동할 것을 통보하였다.

1단계는 스스로 알아서 명의를 넘겨 달라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지자체에 임대가 해지되었으니 동문장애인복지관에 예산 지원을 중단하여 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고, 3단계는 중앙회에 집회신고를 하고 투쟁을 벌이는 것이고, 4단계는 법적 소송을 전개하는 것이며, 5단계는 교회 독립선언을 하는 것이다.

하상장애인복지관이 시각장애인들이 모인 서울맹학교 동아리에서 출발하여 자신들에게 필요한 점자 신앙도서를 제작하고, 시각장애인 미사를 올리다가 재산을 조성하여 하상장애인복지관을 설립하여 교구와 독립적으로 복지관을 운영하는 것과 같이 본향교회가 동문장애인복지관을 직접 독립하여 운영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교회 내의 재산권 다툼으로 인식할 수는 있으나, 구성원인 시각장애인들이 자신들의 복지를 위해 모은 자산이 자신들을 위해 사용되지 않는 것에 대하여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먼저 본향교회 시각장애인들은 먼저 성명서를 발표하고 행동에 돌입할 태세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자신들의 복지를 위해 모은 자산이 그들의 뜻이 수용되지 못하고 중앙회에서 다른 용도로 사용된 것이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장애인종합복지관이라고 하더라도 하상장애인복지관처럼 시각장애인 점자도서관을 운영하거나, 시각장애인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는 등 교회에서 설립한 만큼 구성원인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왜 활용되지 못했을까?

시각장애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에는 전체 복지관 평수 600평 중 30평이면 주간보호센터 운영이 가능했을 것인데, 그리고 시각장애인들이 다른 장애 유형을 위해 터전을 마련하여 기여한다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었을 것인데, 전혀 타협이 되지 않고 투쟁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까?

종교가 소외되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기여하였다면 굳이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기금을 모아 교회를 설립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교회가 장애인들을 위해 교회에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스스로 교회를 설립하여 교단에 기여해야 하는 실정은 교회 성장에 장애인들이 스스로 안식처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교회의 역할이 미진한 것은 아닐까 싶다. 비장애인들이 교회를 통하여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는 교회도 많다.

장애인들은 교회에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나 접근성이 부족하여 일반 교회에 적응을 하지 못하여 별도로 만들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또한 교회가 반성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이미 장애인들이 뜻을 모아 만든 교회에서 그들이 원하는 복지시설이 아닌 다른 시설로 운영되는 것은 당연 불만을 가질 것이다. 이미 시각장애인들의 교세는 어느 정도 확보가 되었고, 다른 장애 유형을 수용하여 교세를 넓히려는 의도는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그렇다면 한 장애 유형에서 얻은 재산으로 다른 장애 영역을 개척하는 것은 그들의 동의가 없이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한 장애 유형이 다른 장애 유형을 위해 봉사한다면 그것 역시 자부심을 가지고 복된 행동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원 목적이 무시되고 다른 장애 유형을 위해 사용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장애인들이 교회 성장에 도구가 되어 이용당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기증자의 의도가 무시되면서까지 무리하게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은 당사자의 감수성 부족인지, 아니면 교회의 결정구조에 당사자의 참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교회 안에서 갈등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교회에서 추구하는 사랑은 식구 사랑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중앙회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 교회의 장애인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못하여 억울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은 중앙회의 설득 부족이나 소통 부족으로 읽힌다.

3월부터 투쟁에 들어가면 동문장애인복지관은 파행적 운영이 될 것이고, 시각장애인들의 숙원사업을 위하여 일단 칼을 뽑은 이상 이제는 타협이 아닌 양보 없는 원상복귀를 요구할 것이다.

결국은 타협안으로 해결될 것인지, 아니면 독립선언으로 갈 것인지, 지자체에서 장애인종합복지관은 구립으로 별도로 설립하고 동문장애인복지관을 시각장애인복지관으로 변경을 허가할지 등 결론을 예측하기 어렵다.

혼란의 시가가 우려되기도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 투쟁으로 자신들의 재산권을 요구하는 투쟁을 시민들에게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의 요구가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각장애인 권기범 본향교회 담임목사와 조호상 장로는 우리가 만든 재산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사용되지 않는 이상, 이제는 돌려받아야만 하며, 투쟁을 통하여 우리의 꿈을 이루는 것은 우리의 권리찾기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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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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