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나누는 사진 ⓒunsplash

EBS 시사프로 <배워서 남줄랩>에 ‘어른이 되면’의 장혜영 감독이 출연했다. 진행자가 ‘발달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라는 물음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발달장애인을 잘 대하는 방법은...없습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만 있을 뿐.”

진행자는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다. 장애인을 잘 대하는 방법이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물리적 활동 보조에 대한 가이드만 존재할 뿐

정말로 궁금해하는 이들이 있다. 도움을 줄 때 방법을 잘 알지 못해서, 관계를 맺고 싶은데 정말 잘 알지 못해서. 장애인 중에 보조기구를 이용하거나, 활동보조를 받아야 하는 이들이 있다.

예컨대 시각장애인은 ‘보행 안내 방법’, 휠체어 이용자는 ‘휠체어를 미는 방법’ 등의 공통적인 활동 보조의 가이드(지침서)는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개인의 장애 정도와 특성에 따라 각자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당사자에게 묻고 알아가는 것이 제일 정확할 것이다.

이처럼 답이 있다면 활동 보조 방법 대한 어느 정도의 가이드만 존재할 뿐, 장애인을 잘 대하는 방법은 없다.

또한 사람들이 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계속 묻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교과서처럼 가르친다면 어떻게 될까? 장애인을 나와는 다른 세계, 나와 다른 사람으로 인식해 버릴 수도 있다. 결국 ‘대상화’나 ‘타자화’가 되어 버릴 위험이 있다.

진짜 문제는 ‘차별’에서 일어난다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애계 사회 문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일어나는 ‘학대’, 식당 출입 ‘거부’, 일터에서 일어나는 ‘배제’, 그리고 무언가에 참여 시키지 않는 ‘배제’ 등이 있을 것이다.

이런 학대, 거부, 배제는 모두 ‘평등하지 않은 대우’에서 오는 문제다.

즉 진짜 문제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장애인과 똑같이 대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의 대한 물음에 답은, 동등한 권리 주체로서 대하는 것밖에 없다.

그래서 장혜영 감독이 말한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강조한 것이다. 나는 이를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 생각한다.

정말로 원하는 건 특별 대우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통합교육을 받은 나는, 유독 선생님들께 많이 야단 맞은 적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항상 숙제를 완벽하게 해오고, 준비물을 언제나 빠트리지 않아서가 아니다. 은연 중에 나는 봐줘야 하는 학생으로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중에도 기억에 남는 한 선생님이 계셨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에서는 비장애 학생들과 똑같은 벌을 주셨다. 오히려 그 행동에는 기분 나쁘지 않았다. 당연히 봐줘야 하고, 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게 진짜 기분 나쁜 일일 테니까.

무의식 속에 장애인에게는 항상 친절하고, 특별히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장애 당사자가 정말로 원하는 건 특별 대우가 아니다.

차별하는 행동은 물론 나쁘지만, 장애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조심조심 또 친절히 대하는 것 또한 동등하지 못하다.

장애 인권교육 현장에서 중요하게 얘기하는 메세지도 결국 하나다. 장애인도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존재고, 똑같이 존중해야 하는 존재고, 똑같은 권리를 가진 존재라는 것을. 어쩌면 지극히 뻔한 말일 테지만.

마지막으로 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묻는 이들에게, 한 가지만 기억했으면 좋겠다. 어떠한 장애인 에티켓, 매뉴얼을 달달 외우기 보다는, 그저 한 사람으로서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면 된다. 같은 권리를 가진 ‘동등한 사람’으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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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 칼럼리스트
전 장애인권운동 활동가이며, 지금은 장애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장애인의 매력적인 삶을 위해 기존에 틀에 물음표를 던지고 새로운 것들에 시도하려고 한다. 장애인이자 청년이자 여성으로서 경험하는 여행, 미디어, 일상을 나눌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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